미국 상원이 '노동자 자유 선택법(Employee Free Choice Act)'에 대한 안건 토론에 들어간 지난 19일(우리시각 18일), 워싱턴 시내에서는 4천5백명 이상이 참석한 대규모 행진이 벌어졌다.
행진의 주인공은 미국노총(AFL-CIO) 소속 조합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진보세력.
노동자 자유 선택법은 다수의 노동자가 서명을 통해 지지할 경우, 사용자는 노조결성 요구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으로, 한마디로 미국내 노조 결성을 좀더 쉽게 만들자는 취지로 발의된 법이다.
이 법안은 미 노동계는 물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바니 프랭크 하원 재무위원장 등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속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미 상공회의소의 톰 도나휴 회장을 비롯한 재계쪽에서는 만일 이 법이 통과되면 노조결성이 늘어나 경영에 차질을 줄 것이라며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
AFL-CIO 측은 "오늘의 열기와 투쟁이 의원들에게 이 법안의 통과가 미국 노동계에 얼마나 중차대한 문제인지를 깨닫게 할 것"이라며 의회의 법안 통과를 압박했다.
AFL-CIO 조합원 등 이날 참가자들은 "지금 당장 노동자 자유선택법을 제정하라!(Employee Free Choice Act Now!)", "노동조합과 함께 미국 중산층을 재건하자(Rebuild America’s Middle Class with Unions)"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조합원들과 함께 시위에 참석한 글로리아 프레보스트 씨는 "이 나라는 노동조합의 기반 위에 설립되었고 모든 사람은 노조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면서 "사람들이 위협받지 않고 노조 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애리조나 주에서 소매점원으로 일하는 18세의 레이 엠브리 씨는 "노동조합은 이 나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너무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다"면서 노동자 자유선택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존 스위니 AFL-CIO 위원장은 "노동자 자유선택법은 노동자를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이고 중요한 법안이며,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계기는 모두 마련되었다"면서 "좋은 생활조건과 강한 중산층의 연계라는 우리의 숙원사업을 실현시킬 이번 법안은 풀뿌리 민중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는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많이 참석해 지지를 표명했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네바다 주) 상원의원은 언제가 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상원이 곧 노동자 자유선택법안에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하고 이날 상원에서의 토론을 촉발시킨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은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미국 중산층의 몰락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후보이자 46명의 법안 공동발의자 중 한명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 의원도 "이 법안은 시민의 선택권과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중산층을 재건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보다 나은 임금과 이익을 보장받고 보다 안전한 노동 조건을 조직하기 위한 의미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의사당 앞 집회는 일주일동안 미국내 100여 곳에서 열린 시위들 중 하나였다. 이밖에 미 중산층을 중심으로 상원의원들을 향한 5만통의 전화 의견전달, 15만6천통의 팩스와 이메일, 그리고 22만통의 엽서 참여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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