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조합원 동지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석유화학사업장 유해물질 노출기준 내년부터 시행 확정공표

지난 5월30일 노동부는 “유해물질 노출기준을 개정,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확정 공표했다. 경총과 석유화학 자본들이 유해물질 노출기준 개정을 방해할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인다.
문제는 단기간 노출기준 개정 여부였다. 여수와 울산 등지 석유화학사업장에서는 계속 백혈병과 림프종이 발생해왔다. 작업환경 측정결과는 항상 노출기준 미만이었으므로, 노동조합 입장에서 현장개선을 운운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2004년 화학섬유연맹 여수공투본이 원진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조사사업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현장 노동자들이 벤젠같은 백혈병 유발물질에 하루 10분에서 30분 정도, 아주 높은 농도에 노출되고 있었던 것.
8시간을 기준으로 평균치를 구하면 벤젠 기준치 1피피엠보다는 낮아지지만, 순간적으로 100피피엠 정도나 되는 농도에 노출되는 편이 드물지 않았다. 하루 1피피엠에 계속 노출되는 것 보다, 단기간 동안 아주 높은 농도에 고노출 되는 경우 백혈병과 림프종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었다. 때문에 여수와 울산에서 왜 백혈병이 많이 생겼는지 충분히 납득할 증거가 확보된 것이었다.
게다가 미국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15분 동안 5 ppm이라는 단기간 노출기준을 제정해 놓고 있었다. 우리는 2005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벤젠 등 중요 유해물질에 대해 단기간 노출기준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2007년 5월, 드디어 벤젠에 대한 단기간 노출기준이 제정됐다.
2004년 여수에서는 화학노동자들이 “유해물질조사와 중대사고 대응을 위한 노동자사업단”을 만들었다. 각 사업장별로 대의원대회를 열어 조합원 1인당 15,000원씩 걷기로 결의해 연구조사 사업비를 마련했다. 2005년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과 함께 개최한 노출기준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 여수산단 노동조합 대표자들과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까짓 거 잠깐 하는 작업인데 그걸 가지고 뭐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라는 말 속에 지난 40년에 걸쳐 백혈병과 직업성 암의 역사가 숨어있었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현장에서 단기간 고노출 작업을 찾아내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도 모두 보호되는 대책을 만들기 위한 연대를 기대한다. 김지희/민주노총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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