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63조 3호 ‘적용 배제’ 조항 여전히 문제

최저임금기획③ 감시 단속 업종 최저임금 적용
근로기준법 63조 3호 ‘적용 배제’ 조항 여전히 문제

아파트 관리실에서 일하고 있는 아무개 전기기사는 24시간 맞교대 일을 한다. 한 달에 24시간씩 15~16일을 근무하는 셈이다. 1년 365일 동안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1년 중 하루 쉬는 날 노동절에도 쉬지 못한다. 수당은 아예 엄두도 못 낸다. 전기 업무뿐만 아니라 영선, 기계 등 지원 업무도 맡게 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쉬는 시간을 부여받았지만 맘 편히 쉬는 것도 아니다. 지하 전기실에서 항상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가서 조치도 해야 한다.
이처럼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 수위, 보일러공, 물품감시원, 자가용 운전기사 등 감시 단속(이하 ‘감단속’) 노동자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작년 기준 경비직 월평균임금 82만원을 감안하면 올해 70% 적용 시 103만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내년 80% 적용 시에는 120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실질적으로 50% 이상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감단속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키로 한 것은 이들의 근로조건이 너무 취약하다는 그간의 지적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경비직 노동자들이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다 실제 적용에는 다소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일부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눈치를 보고 있는 점도 그렇다. 새로운 법 적용에 따른 관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노동부는 ‘임금인상 효과가 너무 크다’며 근무시간에 휴게시간을 별도로 둬 ‘무노 무임’ 적용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년을 이유로 해고해 버리고 채용을 않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창원대의 경우 65세를 60세로 정년을 변경함으로써 인원감축을 실시해 문제가 되고 있다. 경비, 수위 등 감단속 노동자의 경우 대개 연령이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는 확산될 조짐마저 보인다. 특히 용역회사를 아예 바꿔버리는 경우는 심각한 양상을 띤다. 고용승계도 되지 않을뿐더러 인원을 줄여버리는 결과로 나타나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경비원을 죽음으로 내몬 명일동 H아파트 경비노동자 사건이 그 일례이다. 단지에서 경비 일에 주차장 관리까지 도맡아 일하던 60대 경비 허 모씨가 분신한 사건이다. H아파트 동대표 회장단에서 관리비 문제로 해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사건은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24시간 교대 근무하던 경비의 처지에 아랑곳 않고 입주자들의 관리비 부담에만 집착한 것이 문제였다.
최근 경비직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문제들을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감단속 업무를 하고 있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대략 70~1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6~7년 전 30만 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그 새 2~3배 이상 늘어났다. 이 중 경비직 30만, 미화직 20만, 기술직이 30만 등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특히 경비노동자들은 아직도 신도시 건설과 아파트 붐으로 대량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와 달리 이들 감단속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법령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근로기준법 제63조 3호 ‘감시 단속 근로자에 관한 시행령’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진희 공공노조 시설관리지부장은 “감단속 업무가 △임업 △수산업 △농업 등과 함께 지금까지도 포함돼 있다는 것은 대단히 문제”라며 “감단속 업무가 이제 최저임금을 적용받음으로써 근로기준법의 휴게, 휴일시간 등에서 적용 배제될 수 없는데도 여전히 특례 조항에 묶여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저임금을 100% 적용하지 않고 70~80% 감액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이 지부장은 “일부에서 ‘80% 적용도 괜찮은 편이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부분적으로 근로기준법 조항을 뜯어고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 때문에 취한 선택이었다”며 “오는 8월 2차 공청회에서는 최저임금 적용과 법리 적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중심으로 검토하게 될 것”임을 내비쳤다.
또한 현행 최저임금 감액 적용으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감단속 업종은 ‘기술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120~160만원의 월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형평성의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노동부가 최저임금 적용을 70%로 유지 고정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주목되고 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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