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란 직업이 정말로 무섭다'

<b>사건경과 및 유서
한진중공업 고김춘봉씨 사건일지</b>

[사진1]○1980. 9. 8 : 코리아타코마 입사(현 한진중공업)

○2002. 6. 30 : 회사측의 구조조정으로 96명 퇴직(희망퇴직이라는 명분아래 47년, 48년, 49년생 전원 사직함, 겉으로는 희망퇴직 이라지만 그 내면엔 강요와 회유가 존재함)

○2003. 3. 말경 : 또다시 10여명의 조합원 희망퇴직

○2003년 3. 30 : 한진중공업 마산공장 노&#8228;사간 회사이전에 따른 합의(마산공장 이전계획에따라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이전)

○2003. 4. 7 : 고김춘봉씨 희망퇴직(유서에 따르면 회사측 김영수 관리부장, 이창형 관리차장이 수없이 퇴직을 권고하였고 마산공장 운영할때까지 계속촉탁근무를 해주겠다고 약속하여 명퇴를 함)

○2003. 5. 1 : 고김춘봉씨 촉탁계약(2003년 12월 31일까지, 고인의 근무장소는 사내 가스창고 관리 업무임)
고인은 마산공장 운영할때까지 계속근무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요구했으나 관리부장 및 관리차장은 회사규정상 문서로 정할 수는 없고 구두로 약속함

○2003. 5. 22 : 마산공장 수리선 인원만 남기고 부산공장으로 이전함(약150명)

○2004. 1. 1 : 고김춘봉씨 촉탁재계약함(2004년 12월 31일까지)

○2004년 6월부터 사측은 가스창고 외주화계획을 추진하였으며 회사내 성광기업의 대표에게 고압가스 교육을 시킴(고인이 근무하는 가스창고는 고압가스 교육을 필참하여야 근무가 가능함)

○2004년 11월 23일 회사와 면담을 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함

○2004년 12월 7일 한진중공업 차해도 지회장이 마산공장장을 면담하여 원만한 해결을 촉구함

○2004년 12월 이후 여러차례 회사측과 고인이 이 문제를 논의하였으나 고인이 원하는 조건에 합의하는데 실패함.

○2004년 12월 27일 07:00 한진중공업 마산공장내 도장공장입구 계단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됨

■ 목격자:옥00씨(청소용역업체 직원)
12월 27일 아침 07시경 아침 청소를 하기 위해 도장공장으로 가던 도중 목격
사망일시는 목격되기 전 약5시간 전으로 추정

■ 현재 마산 삼성병원에 안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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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민주노총 성명서]</b>


<b>비정규노동자 죽음으로 내몬 한진중공업,
노무현정권은 비정규직 철폐하고 고인에게 사죄하라.

나도 지쳐간다. 꼭 이렇게 하여야만 회사는 정신을 차리는지...-김춘봉노동자의 유서 중에서</b>

도대체 이놈의 세상은 언제나 정신차릴 것인가?
가진 자들이 다들 크리스마스의 흥겨운 기분에 취해 곤한 잠에 빠져있을 시간에 한 노동자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진중공업에서 정규직노동자로 근무하다 2003년 5월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으로 전환하여 1년7개월 째 근무하던 김춘봉(55년생)씨가 회사로부터 계약 연장을 거부당하자 공장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춘봉노동자는 24년간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노동을 하였다. 2003년경 계속 명퇴요구를 받다가 산재를 당하게 되었는데 회사는 산재보상보다는 명퇴를 하는 대신 비정규직 근무를 하도록 권하였다. 많은 갈등을 겪다가 회사관리자의 말만 믿고 산배보상을 포기하고 촉탁근무 즉 비정규직으로 일하기로 하였다. 그 이후 김춘봉노동자의 고용안정은 그 어디에서도 담보되지 않았고 결국 관리자들이 회사공금횡령으로 해고당한 후 회사는 일방적으로 다른사람들로 자리를 채웠다.

김춘봉씨는 유서에서' 회사는 자기 편한대로 또한 자기들 하고 친하다고 이렇게 할수 있냐 한사람 가정이 파탄나는 줄 모르고.. 그후 공장장, ○○○, 등 많은 면담을 해보았지만 안되었다. 절대 못나간다.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고 수차 이야기를 하여도 도와주지도 보지도 않았다. 힘없고 돈없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되어도 되는지. 정말 회사는 너무하다'라고 적고 있다.

무슨 말을 또 덧붙이겠는가. 옛말에 백성이 풍족해야 경제가 산다고 했다. 지금 한국은 백성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판에 위정자들은 시장경제가 어떻고 고용유연화가 어떻고 하면서 노동자들을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식자들이 이런 꼴이니 백약이 무효이다. 유식한 당신들은 들어야한다 김춘봉 동지가 마지막 목을 매면서 남긴 말을

'부탁도 하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모두 허사다. 계약만료일이 되면 &#51922;아내겠지. 다시는 이런 비정규직이 없어야한다. 나 한사람 죽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잘되면 .... 비정규직이란 직업이 정말로 무섭다.'

경제를 살리고 노동자를 살리기위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않으면 사회적 파국은 더욱 격하게 될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

2004.12.2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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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유 서</b>

(편집자 주 : 유서에 실명으로 표기되어있는 관련자 이름은 00으로 표기함)

24년간 이 회사를 위하여 몸과 청춘을 받쳤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이렇게 밖으로 &#51922;게나게 되었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미워할수도 없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정말로 죽이고 싶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해도 좋다 말인가.

그 당시 마산 및 부산, 울산 공장에서는 많은 동료들이 명퇴를 하였다.
타의든 자의든 생활권이 멀리 떨어져 불안한 마음으로 명퇴를 하고 또 나이가 많다고 명퇴시키고, 근무지가 편안하다고 명퇴를 시켰다.

나 역시 그 중 한사람이다.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 시달리며 명퇴권고를 받았다. 그 당시 관리부장 김OO, 노무차장 이OO 두사람이 나에게 수없이 권고하였다. 또한 그 당시 산재환자도 보상을 해주면서 일괄 정리하고 하였다.

나는 이곳 현장에서 작업 중 다리를 다쳐 병원생활을 10개월 하였다.
그 후 노동부로부터 9급이라는 산재등급을 받았다. 회사 노무팀에서 나에게 이러한 제안이 들어왔다. 산재보상보다는 명퇴를 하고 돈이 좀 작더라도 마산공장 운영할 때까지 촉탁근무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권하였다.

나 역시 많은 생각끝에 촉탁근무로 하기로 하고 명퇴를 하였다.

그 후 2003년 5월 1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마산공장 운영시까지 촉탁을 연장시켜준다는 문구가 없어서 아니된다고 하니 관리부장, 노무차장이 회사 규정상 그러한 문구를 삽입할 수 없으니 이해하여 달라면서 저희 두사람이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서명을 권하기에 믿고 도장을 찍었다. 그 후 두사람은 회사공금을 착복하여 회사에서 해고당하였다. 그런데 지금와서 나가자니 하니 정말로 미치겠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관리자들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말 한마디 없이 올 6월부터 공장장 이OO, 시설차장 이OO, 관리 김OO 과장 등 관리팀에서는 외주(OO기업)를 주기로 구두계약을 하며 OO에서 고압가스 교육을 가도록 하였다.

나는 그런것도 모르고 11월 23일 면담을 해보니 모두가 끝난 상태였다.
회사는 자기 편한데로 또한 자기들하고 친하다고 이렇게 할 수 있냐.
한사람 가정이 파탄하는 줄 모르고....

그 후 공장장, 이OO, 김OO 등 많은 면담을 해 보았지만 안되었다. 절대 못나간다.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고 수차 이야기를 하여도 도와주지도 보지도 않았다. 힘 없고, 돈 없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되어도 되는지 정말 회사는 너무하다.

현재 마산에서는 촉탁근무자가 나 외에 6명이 더 있다. 이들 역시 나처럼 나가라고 하겠지. 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이유로 명퇴 촉탁을 하였다. 부탁도 하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모두 허사다. 계약 만료일만 되면은 &#51922;아내겠지.

다시는 이러한 비정규직이 없어야 한다.
나 한사람 죽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잘 되면....
비정규직이란 직업이 정말로 무섭다.

벌써 혼자서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잠을 자며 생활한지도 21일째다.
아무도 신경을 써 주지 않는구나. 나도 지쳐간다.
저번에 다친 허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
꼭 이렇게 하여야만 회사는 정신을 차리는지....

지금 밖에서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꼭 그 사항이 이루어지길 간곡히 원하고 싶다. 그렇게 하여야만 나 같은 사람도 인간 대접 받을 수 있지... 한진 중공업에서도 비정규직이 죽었다는 것을 알면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좋은 대우를 해주겠지.

차 지회장님, 그리고 권OO, 김OO, 이OO. 나의 이러한 고충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으며 꼭 이 문제를 풀어주길 바랍니다.


2004년 12월 26일

김 춘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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