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 4% 마지노선 선긋기에 교섭결렬 분위기 조짐

민주노총, 최저임금 마지막 날 결의대회 개최
사용자들 4% 마지노선 선긋기에 교섭결렬 분위기 조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재계가 4% 마지노선을 긋고 배수진을 친 가운데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 밤 교섭이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년에 비해 4% 수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주40시간이 시행될 경우 감소되는 임금액 8%에도 못 미치는 것이어서 노동계의 반발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면이다.

민주노총은 26일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전국 최저임금사업장, 단위노조 상근 및 확대간부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936,320원 쟁취! 최저임금 현실화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93만원 갖고 과연 인간답게 살 수 있느냐, 그럼에도 우리는 93만원 쟁취를 위해서 이곳에 희망을 걸고 있다”며 “올해 사용자들이 똘똘 뭉쳐 2.5%로 개기고 있는 것은 우리가 힘차게 싸우지 못한 결과인 만큼 임금인상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최저임금 제도를 확 뜯어고쳐야 할 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해삼 최고위원은 “삼성 임원연봉이 80억에 달하고 17대 국회의원들 재산증식이 올해 평균 20%에 육박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비해 우리들의 최저임금 93만은 너무나 소박한 요구”라며 “기업이 망하는 것은 땅값 인상과 경영상의 비리, 정책의 잘못 때문이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덕순 여성연맹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에 많은 문화시설과 좋은 장소들을 만들어 이용하게 해 놓고 ‘인간답게 살라’고 하지만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외식도 떳떳하게 한번 못하고 일년이 지났지만 93만원 갖고도 인간답게 살 수 없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이 돈으로라도 지내기 위해 우리들은 이 자리에 이렇게 와 있다”고 말했다.

교섭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교섭 도중 잠시 나와 “금년 최저임금 교섭 파행을 겪고 있어 회의가 오늘 아니면 내일, 28일 등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중요한 점은 뺏긴 권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임금교섭도 투쟁의 한 방식일 뿐 자존심을 세워내면서 교섭투쟁에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녁8시를 기해 교섭파행의 윤곽이 드러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의헌 전국일반노조 의장은 “대개 몇 차례 교섭하게 되면 약간의 양보를 통해 안을 내놓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올해는 마지막 날까지 제대로 된 안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최임투쟁도 점점 어려워져 간다”며 “최임수준이 평균임금 기준 40%를 넘어본 적이 없는 만큼 이번에 50% 기준을 확실히 세워 싸워나가자”고 강조했다.

김종수 민주노총 강원본부장은 “올해도 분노와 원통함만 남기고 현장으로 돌아갈지 모르는데 현장에 가서도 이날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생활임금 93만원 쟁취가 되지 못하고 현실화가 되지 않는 이 모든 것이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인 만큼 우리들은 이제 전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투쟁에 맞서 싸우며 연대하기 위해 달려온 신호제지 노조 박유석 쟁의차장은 “민주노총이 계획하고 있는 어디든 달려가 연대하겠다”고 밝혔고 대구에서 노조만들었다고 위장폐업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정안농산 한 간부가 나와 “세상을 바꾸는 투쟁, 최임과 악법철폐 투쟁으로 힘차게 싸워가겠다”고 의지를 모았다.

한편 2부 현장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결의대회에서 교섭위원으로 교섭도중 무대로 나온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사용자들이 수정안 4%가 최대 마지노선이라고 내놓아 앞이 캄캄하고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최저임금 4-5%로 되겠냐, 주40시간 기준 감소분 8.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끝까지 투쟁해나가자”고 역설했다.

전국여성노조 박남희 위원장은 “최저임금 대상자는 거의 용역노동자로서 노동권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원청사용자성을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최순기 여성연맹 경인지역 용역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74만원으로 전기, 수도세 등 생활비 38만원, 두 아이 16만원, 두 아이 급식비 16만원 등 도저히 살 수 없는 액수”임을 증언했다.

민동희 일반노조 안동대 미화원은 “용역회사가 월차, 연차, 상여금 등을 주지 않아 원청인 안동대가 나설 것을 요구하면 파업을 했고 월급명세표를 공개했는데 학생들이 보고 ‘아르바이트비도 안 되는 것’이라고 놀라워했다”며 “학교 측에서 약속을 하겠다고 나와 타협을 해 합의를 한 것처럼 현장에서 우리 스스로 단결해서 벽을 넘어서자”고 말했다.

또 청주대 용역업체 청주분회에서 나온 한 조합원은 “20일 전 6월 말을 기해 계약해지를 당해 매일 중식집회 20분씩을 하고 파업에 나서 학교 측과 몸싸움을 벌이다 다치기도 했다”며 “4년 전 노조 만들어 단합하면서 4대보험과 최저임금 적용을 받아 왔는데 최근 학교 측에서 조합원 32명에 대해 용역업체 3군데로 나눠 분리하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인천대 분회와 경북대 분회에서 조합원들이 나와서 ‘쨍하고 해뜰 날’, ‘닐리리야’ 등을 개사해 노가바를 불러 많은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어 투쟁결의문에서 최저임금 현실화와 93만원 쟁취 및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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