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안법의 연내 폐지를 위한 국민단식 농성을 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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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2005년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다짐하는 우리의 결의
- 국가보안법의 연내 폐지를 위한 국민단식 농성을 접으며

2004년 12월 31일, 오늘을 기억하자. 야합과 배신으로 점철된 역사의 배신자들을 기억하자. 저 국회의사당에 모여 당리당략 놀음에 혈안이 된 정치모리배들은 마침내 국가보안법의 생명을 연장하는 반역행위를 공모했고, 그 공모를 실현시켰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마침내 폐지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뇌리에서 그들을 지울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올해의 투쟁을 접는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연내에 폐지하고, 2005년 새해를 맞자고 결의하였지만, 오늘 우리는 당면 목표를 이루는데 실패했다. 오늘이 오기까지 전국도보순례에 나섰던 청년들이 있었고, 먼저 결의한 단위들이 11월 2일 이곳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단식을 이어온 청년이 있었고, 삭발 결의가 있었다. 서울 시내 지하철을 돌면서 시민홍보전을 매일 펼쳤고, 국회 앞과 광화문에서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촛불을 밝혔다. 급기야는 12월 6일 300명으로 시작한 집단단식농성이 560으로, 1천 명으로 늘어 연인원 2천명 이상의 단식대오가 이 자리를 지켰으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국회의장 공관에 대한 항의시위를 헤아릴 수 없이 진행했다.
이런 우리의 노력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가 우세했던 국민 여론을 돌려 세웠으며, 오로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이 통과되는 수순만 밟으면 되는 상황을 이끌어냈다. 마침내 단식농성단은 자신들이 생명과도 같은 물과 소금마저 끊고, 국회의장 공관 앞에서 쓰러져 갔고, 어제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야합해 국가보안법 대체입법을 하려던 반동행위에 쐐기를 박는 결연한 국회 진격 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오늘을 기다렸지만, 끝내 마지막 남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년학생, 노동자, 농민, 여성, 원로,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등이 이곳에 국회 앞을 지켰으며, 민주노동당원들이 앞서고 열린우리당의 당원들도 우리의 투쟁에 동참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이곳에 모였고, 단식농성에 참여하였고, 후원금과 물품을 보내주었다. 해외에서도 우리의 투쟁을 지지성명이 답지했다. 오늘의 투쟁은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이 모여 큰 역사의 물줄기를 이루어냈다.
우리는 믿기지 않는 겨울 혹한기 단식농성단을 중심으로 우리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강고한 투쟁을 일궈냈다. 오늘 이 투쟁을 일시적으로 접지만 이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 투쟁의 기억은 국민 모두에게 선연하게 남아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오늘 우리는 6공, 5공을 넘어 유신독재의 망령이 국회를 사로잡고 있음을 목격했다. 박정희의 유산을 물려받은 한나라당의 반역행위에 부역한 정치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열린우리당의 다수 의원들이고, 김원기 국회의장이다. 독재 기득권 세력의 부역자들은 온갖 논리를 동원해 국민들을 혹세무민했다. 국가안보가 위험하다느니 간첩을 못 잡는다니, 국가의 정체성이 무너진다느니 하며 그들이 떠들었던 논리들은 국가보안법 56년의 역사 동안 되풀이 반복되었던 마술이었다. 우리의 투쟁은 그토록 강하게만 느껴지던 그 마술을 심각하게 균열시켜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민주개혁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였고, 국회 안에서도 공공연하게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이 일었으며, 법사위에서 몇 차례 상정되기도 했다. 수구세력의 본산인 한나라당이 온몸으로 법사위 상정마저 가로막고, 개혁입법의 처리를 국가보안법과 연동해서 저지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열린우리당의 몇 차례의 배신행위를 원점으로 돌려세웠다. 마지막 날까지 김원기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의 요구를 무시하였다.
단식농성단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투쟁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들에게 우리는 분명히 지적하자. 저 정치모리배들이 짓밟은 것은 우리의 염원만이 아니다. 그들은 인권과 민주의 새 시대를 열 절호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반북과 반공으로 얼룩진 현대사를 극복하고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세우려는 역사적인 투쟁을 짓밟은 것이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시대를 독재의 시대로 되돌려 세우려는 수구집단에 백기를 든 것이다. 저 보수정당들의 밀실야합과 배신행위로 말미암아 국가보안법의 역사는 다시 연장되었다.
수구세력과의 타협으로 적당히 개혁하려는 자들,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려는 자들, 그리하여 이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되돌려 세우려는 자들을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이 배신자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역사의 이름으로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 우리는 수구세력의 이념적 통치기반인 국가보안법을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반드시 폐지시켜낼 것이다. 우리의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 겨울 우리는 투쟁을 일시적으로 접고 민중들과 시민들 속으로 들어간다. 이 투쟁의 마음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의 불길을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다. 들불처럼 일어나 수구세력과 그 부역자들을 응징하고, 기필코 인권과 민주의 역사, 통일의 역사를 새로 쓰고야 말 것이다.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모일 것이며, 우리는 전 민중과 더불어 2005년 마침내 국가보안법, 그 치욕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야 말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승리한다.

2004년 12월 31일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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