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넷 본텍 인수합병으로 노동자들 비정규직화

현대오토넷 5개 하청공장 노동자들이 자본의 지속적 도급시도로 인한 고용불안과 노동탄압에 시달리다 노동조합을 결성해 민주노조 사수투쟁에 나서고 있다.

오토닉스(충북 진천군 덕산면 한천리 27-21 덕산농공단지내)는 현대오토넷 도급회사로, 오디오 등을 생산해 오토넷과 모비스 현대차에 납품하는 업체다.

생산직 여성 380여명, 관리직 40여명이 일하고 있다. 오토닉스 도급업체는 대성 중원 진성 원진 등이며, 오토닉스 현장 라인에 각 60~70명 노동자들이 혼재돼 있다. 생산직 여성 경우 잔업 20시간, 특근 2개를 하며 한달 31일 근무했을 때 기본급 90만원과 월차 3만원을 합쳐 108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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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노동자들이 4백여명에 달했으나 지속적으로 도급업체로 전적시켜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7월부터는 2개 도급업체를 추가로 설립해 생산직·관리직 종업원들을 이적시킬 계획을 이미 공표한 상태다. 현대오토넷 출신들이 도급업체를 꾸려 본텍에서 직원들을 전적시키고 임금 10%를 삭감하기도 했다.

현대오토넷은 지난 1995년 현대전자로 출발해, 2000년 현대오토넷으로 분사됐으며, 2006년 진천 본텍공장을 인수 합병했다. 진천 본텍공장은 현대오토넷으로 인수 합병된 후 오토닉스를 포함한 5개 도급회사로 분사됐고, 노동자들은 간접고용노동자, 즉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본텍 노동자들 비정규직화는 현대그룹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현대그룹 정몽구 회장은 ▲2001년 이후 비자금 693억원 등 900억원대 회사자금 횡령 ▲(주)본텍을 그룹계열사로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실시해 아들 정의선과 글로비스에 실제 가치보다 훨씬 미달하는 가격에 신주를 배정해 이익 주고 지배주주인 기아차에는 손해를 입힌 협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본텍 노동자들이 재벌가족 ‘부와 경영권 불법적 증여’ 과정에서 희생양이 된 셈이다.

최근 현대오토넷은 2개 법인을 신설해 도급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오토닉스를 다시 분사할 계획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현장노동자들에게 전적동의서 작성을 강제했고, 이에 고용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도급화 이후 생산직 여성노동자들 경우 최저임금을 겨우 넘기는 열악한 임금에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등 노동조건이 급격히 나빠졌다. 물량을 채워야 한다는 이유로 강압적 노동에 시달리고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했다. 적정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연월차 휴가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런 불만들이 폭발해 노동조합 가입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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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토넷 하청지회 경우 그동안 회사 폭압적 노무관리와 적정인력 미확보에 따른 현장통제 주역이었던 관리직 노동자들도 대거 가입했다. 관리직 조합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행한 노동통제가 법에 위반되는 것인 줄도 몰랐고 사장을 비롯한 관리직의 강압적 지시와 물량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행위였음을 인정하고 조합원들에게 사과했다. 또 앞으로는 이런 현장통제를 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현대오토넷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6월17일 노동조합 창립총회를 갖고, 다음날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간부 약 30여명과 현대오토넷 하청업체 소속 3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동조합 설립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전원이 가입원서를 제출했으며, 7월2일 현재 종업원 404명 중 387명(95.7%)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노조 설립 후 지난 6월19일부터 29일까지 9차에 걸친 교섭을 통해 ▲노조 전임 3명 ▲노조 사무실 및 집기 일체를 확보했다. 하청지회는 단체협상과 임금인상을 위해 매일 교섭을 벌이고 있다.

노동조합 결성 후 현대오토넷 하청지회에 대한 사측 탄압은 더욱 노골적으로 호시탐탐 계속되고 있다. 조합원들에 대한 회사측 회유와 협박이 바로 그것이다. 일례로 대성 소장이라는 사람이 해당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는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한 번 가입하면 다른 곳에 가서도 취업하기 힘들다”고 조합원들을 협박했다.

이 소식을 접한 노조 간부들은 급히 협력사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회 간부들은 대성 소장에게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 헌법에 보장된 노조 활동을 당신이 감히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강력히 항의해 사과를 받아냈다. 이어 대성 소장은 노조 요구에 따라 자필로 자신이 행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자술서를 작성하고 조합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현대오토넷 하청지회 투쟁은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투쟁과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가졌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현대오토넷 하청지회 투쟁만큼은 하이닉스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간부·조합원들 교육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사측과의 전면전에 대비해 조직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현장 내 근로기준법 위반사안에 대해 현장투쟁과 법률투쟁을 동반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충북현장=홍미리 기자, 사진=이기태 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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