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의료법에서 산별교섭으로 무게 이동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보건의료노조의 갈 길이 여전히 바쁘다.

일단 한 마리 토끼인 ‘의료법’을 쫓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산별교섭’이라는 토끼가 문제다. 이에 보건의료노조의 7월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6월 의료법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 6월 29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에 의료법이 올라오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6월 임시국회 이후 남은 일정은 7월 2~3일 본회의뿐이다. 7~8월에도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처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따라서 문제의 초점은 이제 ‘산별교섭’으로 옮겨지는 양상이다. 산별교섭의 결과는 결렬로 나타났지만 내용은 조기 타결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여전히 실려 있는 국면이다. 일단 보건의료노조는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계산이다. 합법 파업투쟁을 확보한데다 중노위가 제시한 임금(비정규직 정규직화 포함)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8일 중노위는 임금인상 총액대비 5.3~4.3%(비정규직 문제 해결 비용포함)를 제시했다. 이는 25일 애초 철회된 조정안(비정규직 문제해결 비용을 감안한 3.5~2.5%)보다 더 높은 조정안이다. 결국 중노위가 불성실교섭으로 일관해온 사측을 압박한 셈이다. 게다가 중노위는 매년 문제가 된 직권중재 회부를 하지 않고 보류했다. 노조에게 합법파업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노조에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장 동력이 여전히 관건인데다 내부조율에도 신경이 쓰이는 상황이다. 이미 지도부보다 현장지부장들이 산별교섭을 촉구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사립대병원과 중소병원,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 등의 특성별 편차가 여전히 변수다. 객관적으로 볼 때 임금인상 5.3%도 높지 않은 상태인데다 ‘중노위 조정안’이라는 임금인상 수준 결정도 마뜩찮다. “매년 중노위의 조정안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간부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장 간부, 대의원들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파업 결단도 예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또 6월 25일 산별파업전야제 6천명 조합원 대거 참가는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2004년 산별파업 당시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이번 투쟁과정에서 의료법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쟁점화 한데다 국회통과까지 저지시킨데 대한 조직 내 사기도 높은 상황이다. 또 산별 5대 협약 주요 요구안도 거의 마무리됐다는 게 위안거리다. 특히 비정규직대책, 의료노사정 등 각종 위원회 구성도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 보건산별교섭의 쟁점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대두되고 있다. 중노위는 이미 조정안으로 5.3%(비정규직 문제 해결 비용포함)를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5.3%를 더 세분화해서 3.5%(정규직 인상분)+1.8%(비정규직 정규직화분) 안을 추가로 내놓고 있다.

1%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사립대 종합병원의 경우 약 10억에 맞먹는 액수다. 1.8%면 18억이다. 연봉2천만의 비정규직을 3천만원 정규직에 맞출 경우 1년에 180명을 정규직화 할 수 있다. 1.8%를 전국 병원에 적용한다면 약 6천명의 정규직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임금인상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 논의는 병원 사용자측에서 먼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직화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정규직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게 골자였다. 이와 연동돼 “비정규직화가 된다면 정규직 임금을 유연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교섭석상 노조 측 언급이 계기가 됐다.

이에 사측에서 나온 것이 비정규직 처우개선 비용 1.8% 제안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 강연배 정책국장은 “아마 사측은 7월1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의 비용정도로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번 ‘정규직화’ 쟁점은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는 향후 산별노조의 교섭의제로도 연구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정규직 임금동결과 연동된 비정규직화 사례는 최근 ‘우리은행’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이번 보건산별노조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은행의 비정규직화는 직군제로 ‘무기근로’ 형태때문에 논란도 됐다. 즉 고용을 보장해주는 선에서의 정규직화였다. 반면 이번 보건산별교섭의 정규직화는 온전한 정규직으로의 전환 개념이다. 즉 산별교섭을 통해 일정한 틀이 만들어지면 나머지 사항, 예컨대 1.8%는 각 지부에서 사업장 조건에 맞게 결정하는 구조다. 기업별 구조에서 이 같은 틀이 만들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명분은 병원의 특성과도 연관이 깊다. 강연배 정책국장은 “생명을 다루는 병원의 특성상 정규직 명분은 분명하다"며 “‘돈’이나 ‘영리’의 문제가 개입돼선 안 된다는 의식과 무엇보다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설득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결국 비정규직 의제화 시키는 문제와 성과는 충분히 가시화되고 있는 국면이다.

이에 이번 주가 산별교섭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노조는 2일 성명을 내고 ‘공동대표 3인과의 담판교섭’을 제안한 상태이다. 실무교섭도 최대한 중노위 조정안을 중심으로 논의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은 “사측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정규직의 결단을 외면하고 임금인상률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를 악용하려 하고 있다”며 “사측 내부의 합리적이고 원만한 의결단위가 무너지고 오로지 임금 억제 논리와 강경한 목소리만 득세한다면 이런 식의 산별교섭은 무의미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7월 3~4일 1박 2일간 진행되는 전국지부장, 전임간부 결의대회에서 세부적인 투쟁방침을 확정한다. 이미 병원 로비농성도 계속 진행 중에 있다. 2일부터는 △병원로비농성 확대 △전조합원 단체복입기 △현장순회와 선전전 △중식집회 △중식피켓시위 △병원장 항의면담 등 전면적 현장투쟁도 돌입한다.

<강상철 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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