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신고 반려, 양성윤 위원장 해임, 전국 지부사무실 폐쇄
‘공무원노동자대회 대응지침’ 치졸한 탄압 공세
공무원노조, 위법한 보완요구 거부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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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만해도 불이익 주는게 법과 원칙인가?' 전국공무원노조 양성윤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국공무원노조 탄압지침 관련 정부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자행되고 있다.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하고, 위원장을 해임하는 한편 전국 지부 사무실을 폐쇄조치했다. 또 공무원노동자대회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 ‘대응지침’을 내려 선배공무원을 동원해 설득케 하고 버스에 탑승조차 못하도록 하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재정적 행정적 불이익을 주라고 지시했다.

적법한 설립신고 반려...전례없는 내용들 보완요구

공무원노조가 지난 1일 설립신고를 접수한데 대해 노동부는 오늘 오전 말도 안 되는 보완요구사항들을 들이대 사실상 반려 조치했다.

규약 기재사항 중 ‘공무원의 정치적 지위향상과 민주사회·통일조국 건설’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라거나 조합원 총회를 열어 규약을 제정하라는 것이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한 노동부 입장이다.

52개 지부 사무실 폭력적 폐쇄조치

정부는 또 전국 52개 지부 사무실을 폭력적으로 폐쇄했다. 양천구는 어제(3일) 양성윤 위원장에 대해 해임을 통보했다.

행정안전부는 ‘행정대집행’이란 미명하에 4일 공무원노조 52개 지부 사무실을 폭력적으로 폐쇄했다. 이에 저항하는 공무원노조 지부 간부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고 노조 현판을 떼고 봉인과 잠금장치를 한 후 출입 등을 통제하는 ‘폐쇄 안내문’이 부착됐다.

양성윤 위원장 해임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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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게서 노동법을 빼앗지마라!' 전국공무원노조 라일하 사무처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노조설립 보완요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양천구는 3일 양성윤 공무원노조 위원장에 대해 해임을 통보했다. 서울시 징계위원회는 양 위원장이 지난 7월 서울에서 민주당 등 야당 주최로 열린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에 참가해 공무원법 집단행위 금지규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공무원노조가 오는 12일 ‘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를 개최키로 한 것 관련해 모든 지자체에 강경 대응지침을 내렸다. 12.12공무원노동자대회는 공무원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해직자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미디어법·4대강 살리기 등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전임자-복수노조 반대 등을 내걸고 있다.

12.12 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 '대응지침'..."선배 공무원 동원해 불참토록 설득하라"
"참가시 행정적 재정적 불이익 주겠다"...'상경 저지 대책반' 편성 운영

정부는 이 대회가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정치성 집회”라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엄정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시·군 ‘상경 저지 대책반’을 편성 운영, 대규모 상경투쟁 시 버스에 탑승부터 차단하고, 선배 공무원과 유력인사를 통한 설득으로 상경을 저지하라는 것이 대응 지침 일부다.

비협조·소극적 지자체에 행·재정적 불이익조치를 취해 참가 인원이 많은 지자체에 패널티를 부여한다는 대목은 이명박 정부의 치졸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10년 총액인건비 산정시 삭감하고, 특별교부세 배정을 유보한다는 것.

비협조적인 지자체를 언론에 공표하고 우심지역으로 특별관리해 총액인건비와 특별교부세, 각종 포상 및 타 부처 국비보조 사업과 연계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공무원노동자대회에 대한 정부 대응방침이다.

공무원노조를 말살하려는 정부의 탄압이 거세게 일면서 현장 공무원노동자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 노조 사무실에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보완요구 및 사무실 폐쇄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노조말살 의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공무원노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노조말살 행위"

44MIL_0830.jpg노조는 노동부의 노조 설립신고 보완요구가 사상 초유 ‘허가권’ 발동이라면서 이는 노조 자체를 인정치 않겠다는 노조 무력화 과정이라고 비난했다. 또 “설립준비 중인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자 노조말살 행위”라고 규정했다.

정권의 공무원노조 탄압은 ‘정권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일하는 공무원노조’를 불인정하고 공무원노동자를 정권에만 충실한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시도라는 것이 노조 비판이다.

회견 연대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배강욱 부위원장은 “정부가 생트집을 잡아 공무원노조 설립 보완을 요구하고, 양성윤 위원장을 해임했다”고 전하고 “노조 사무실 폐쇄를 중단하고 설립인가를 즉각 내놓지 않으면, 민주노총은 전임자 임금문제가 끝나는 대로 공무원노조 사안을 갖고 총력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노총 반명자 부위원장도 “공무원노조를 탄압할 때마다 공무원 현장은 분노하며 정부 잘못된 정책에 맞서 국민을 위해 지독히 투쟁했다”면서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내년 자자체 선거와 대선을 통해 싸울 것이며 공무원노조가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공무원노조 라일하 사무처장은 설립신고 보완요구 관련 노동조합 입장을 발표했다.

공무원노조, 정부 위법적 보완요구 거부방침

라 사무처장은 “노동부의 보완요구에 대해 우리 노조는 적극적으로 보완할 것이지만, 정부의 위법적 보완요구에 대해서는 거부할 것이며 이를 이유로 또다시 반려한다면 법률적 검토와 아울러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노조 조합원 16만 중 11만 명이 지난번 총투표에 참가했는데 노동부는 조합원 전체를 모아 총회를 열어 규약을 제정하라고 했다”고 전하고 “이는 설립신고 형식의 심사를 넘은 월권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밖에 “양성윤 위원장 등 해임조치에 따른 조합원 신분 자격 논란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통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고, 2007년 민공노와 전공노 설립신고 때도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했지만 당시 규약제정 절차를 보완하라는 요구가 없었다”고 전했다.

노조 규약에서 '민주사회', '통일조국 건설' 삭제하라고?

“‘민주사회’ 등 표현을 삭제하라는 요구는 공무원노동자의 사회적 기여도를 부정하고 국가의 헌법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라 사무처장은 “2007년 당시 요구하지 않았던 것을 요구한 내용이 태반”이라면서 “노조를 인정치 않고 법외로 내몰아 탄압하려는 정부에 대해 법률대응과 함께 전 조합원 총력결의로 응징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공무원노조 양성윤 위원장은 “정부가 5만 명 조합원을 가졌던 전 전공노를 해직자 6명이 간부라는 이유로 불법단체로 몰더니, 이제 전국지부 사무실을 폐쇄하고 조합원 원천징수를 막는 등 노조 씨를 말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노조 탄압은 대국민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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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공무원, 국가에 굴복치 않겠다!' '노조 설립신고 보완요구 및 사무실 폐쇄 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한 민주노총 지도부와 전국공무원노조 지도부가 공무원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익기자

이어 12.12 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내린 대응지침을 설명하고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공공부문과 민간기업 노조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역설했다.

양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노조를 불법집단인 양 매도하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출발하는 노조탄압은 민주적 합리적 노사관계를 막을 뿐”이라면서 “정부는 합법적 노조 설립신고를 즉각 수리하고, 공무원노조 사무실에 대한 폐쇄 조치 등 공무원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공무원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노조말살 책동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조합원 자주적 권리를 지키고 ‘국민을 위한 공무원노조’를 지켜내기 위해 보다 강력한 저항과 전면적 실천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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