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힘에서 밀려, 총연맹 차원의 집중문제화 절실

장투사업장⑫ 노조활동 지배개입의 전모
노조는 힘에서 밀려, 총연맹 차원의 집중문제화 절실

노동조합 활동과 회사 경영은 통상 독립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경영은 기업이 경제적 목표를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계획, 통제하는 과정이다. 반면 노조활동은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과정이다. 따라서 노조의 일상활동은 경영과 별개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회사가 노조를 지배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다. 즉 사사건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그나마 봐줄만 하다. 아예 노조 ‘선거’에 개입해 뿌리째 흔드는 사건도 있었다. ‘코오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작년 7월 코오롱노조 제10대 임원선거에서 정리해고자인 최일배 위원장이 당선됐다. 하지만 회사는 선관위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선거무효를 선언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드러났다. 그해 10월 회사가 작성한 ‘노조위원장 재선거계획서’가 노조 측에 입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년 7월 회사는 노조위원장 재선거에 개입했다. 재선거를 불법으로 자행, 투표관리까지 도맡았다. 올해 3월 회사가 압수 수색되고 인사팀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최근 지부장선거를 막 끝내고 집행부가 들어선 미래에셋생명지부에서도 사측이 선거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노조가 지노위 고소고발건을 취하하면서 받은 사측의 조서도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선거개입 시에는 법적 책임진다”는 조서였다. 사측은 자신들이 출마시킨 후보 지지운동을 공공연하게 벌였다. 순준달 부지부장은 “심지어 사측은 지지후보에 대해 집행부까지 설득시키려 들었다”며 “집요한 사측의 공작에 휘말려 어떤 여성조합원은 지점장한테 사측후보 출마자를 찍는 것까지 보여주는 웃지 못 할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혀를 차며 말했다.
이처럼 선거 외에도 회사는 노조를 지배개입 하기 위해서 어떠한 것도 놓치려 들지 않는다. 조합원을 회유하거나 노조를 탈퇴시키려는 행위는 기본이다. 금속노조 대성파인텍 분회의 경우 작년 8월초까지 3명을 제외한 조합원 전원을 탈퇴시켰다. 미래에셋생명보험지부의 경우 사측의 조합원탈퇴 강요로 작년 10월 이후 조합원 410명에서 현재 조합원이 25명 정도가 남아있는 상태다.
미래에셋에서는 조합원을 팀장으로 발령시키는 것이 조합탈퇴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통한다. 팀장은 단협상 비조합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사원들도 팀장으로 발령 내 버렸다. 손 부지부장은 “무늬만 ‘팀장’이지 예우가 따로 없고 근로조건은 이전과 같은 데도 조합원들은 그다지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쏟아냈다.
특히 사측에서 노사교섭시마다 일방적인 임금안을 시행함으로써 조합원탈퇴는 매년 구조적으로 강제되고 있다. 작년 임금교섭에서 사측은 일방적으로 “3년간 물가상승률만 적용하고 일정이익 미달 시는 동결”하는 안을 비조합원에게만 강제 적용함으로써 조합탈퇴를 부추겼다. 재작년에는 업무를 고과와 등급으로 매기는 방식의 (-)연봉제 도입을 위해 조합원 탈퇴를 강요하는 수단도 동원됐다.
또 비정규직 채용을 통한 ‘노조 무력화’ 지배는 이미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재작년 미래에셋출범이후 신입사원이 전원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그 결과 2년 사이 상시업무에 비정규직이 600여 명이나 양산됐다. 노조와 합의 없는 정규직 사원의 비정규직화 변경도 문제다. 재작년 10월에는 지점장을 특수고용직 ‘프리랜서’로 일방적인 신분전환을 유도했다. 당사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손 부지부장은 “사측이 물리력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통한 노조지배행위를 일삼고 있지만 정작 조합원들은 특별한 고통을 잘 못 느끼고 있고 조합에서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기업문화 질서가 무너지고 돈 버는 구조에 파묻혀 제도적으로 사측을 견제할 어떤 장치도 없는 만큼 정치적 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사용자의 태도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민주노총 차원의 집중문제 제기 투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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