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주관으로 새해맞이 통일기행 열어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도라산역이 새해 아침부터 통일 열기로 들썩였다.

민주노총은 2004년 마지막 날부터 2005년 첫날에 걸쳐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새해맞이 철도기행'을 개최, 전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뚫고 도라산역에 모여 떠오르는 새해 태양을 보며 통일을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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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 참가한 1200여명의 참가자들은 전날 호남선과 경부선에 마련된 특별 통일열차 2편을 통해 용산역에 집결한 후, 문화행사인 '희망의 통일축제'를 열고 기차안에서 밤을 보낸 뒤, 새벽 5시경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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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으로 인해 아직까지 경의선의 최북단 종착역이 돼 있는 도라산은 군사분계선 너머에 있는 관계로 도착부터 참가자들에 대한 군부대의 신원조회가 철저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새해 첫날부터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도라산역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뜻깊은 행사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개의치 않아 했다.

아침 7시가 되자 동쪽 하늘은 새해의 등장을 알리듯 붉게 물들어 있었고 어둠의 장막도 점차 걷히면서 여명이 밝아왔다. 그리고 도라산역 광장에서는 곧바로 '통일염원 비나리' 행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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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춤패 '출'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나와 통일을 기원하는 무용을 선보임으로써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곧이어 돼지머리가 올려진 제사상이 차려지고 통일을 염원하는 비나리가 시작됐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유세문을 통해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귀신', '정규직/비정규직 가르는 귀신', '국가보안법을 지키려는 귀신', '차별을 정당화 하는 귀신' 등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온갖 잡귀들을 쫓아내고 새해에는 모든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유복하게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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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대에 오른 채지영(13, 대구 태연초등학교) 어린이는 휴전선으로 갈려진 한반도 지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모든 사람들이 통일에 대하여 노력한다면 이산가족의 눈물이 그치고 분단국이라는 수치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작은 힘도 (민족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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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도중 동쪽 하늘로부터 새해 첫 태양이 떠오르자 참가자들은 태양과 함께 올라가는 단일기를 보며 새해 소원을 빌었다. 소원지에는 개인과 가족의 건강은 물론 계획한 일들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이 담겨졌으며 조국통일에 대한 염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장기수들을 비롯한 통일운동의 원로들이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대부분은 통상 임진각까지는 올 수 있었으나 이곳 군사분계선 넘어까지는 처음이었다. 48년 개성 바로 다음 역인 토산까지 올라가 본 이후 가장 최북단에 와 봤다는 이종린 범민련 명예의장은 올해는 반드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조국통일원년의 위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주최측이 마련한 떡국으로 얼었던 몸을 녹이고 곧바로 기차에 올라 서울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목포로 떠났다.

이번 행사의 집행책임을 맡았던 민주노총의 이혜선 부위원장(통일위원장)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열기를 대중적으로 일으켜보자는 애초 기획 의도가 잘 반영됐고 새해 아침에 대규모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돌파력을 가진 사업이 처음으로 열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부위원장은 "순수 민간으로 정부를 상대로 행사를 뚫다보니 시간이 지체됐고 그로 인해 홍보와 조직 기간이 부족하게 됐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도라산이지만 앞으로는 개성, 신의주까지 갈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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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b>통열열차 이모저모</b></center>

<b>▲눈발 날리는 목포 떠난 호남선, 아이들 놀이터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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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을 지난 통일열차, 창 밖에 하얀눈으로 덮힌 들판이 가득하다 ⓒ민중의소리

31일 오후 5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새해맞이철도기행> 호남선의 기차가 70여명의 승객을 실은 채 휘날리는 눈발을 가르며 목포역 플랫폼을 벗어났다. 당일 이른 오전부터 내리던 눈발에 목포역 주위의 풍경은 이미 온통 하얀빛이었다.

목포에서 기차를 탄 70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과 가족들은 기차의 창문을 두드리는 굵은 눈송이를 바라보며 연신 가벼운 탄성을 질러댔다. 기차 객실의 스피커에서는 민주노총 노동방송국에서 흘려보내는 ‘경의선타고’ 노래가 오늘 기차여행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었다.

5시 40분, 기차가 광주지역의 시민 참가단을 태우기 위해 송정리에 도착했다. 송정리역에서는 다가오는 2005년을 밝히는 희망의 통일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300명 이상의 시민 가족들이 기차에 승선했다.

600여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기차는 광주지역의 시민들로 인해 송정리에서 이미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1호 칸부터 8호 칸까지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인해 이미 기차는 자신들만의 신나는 놀이터로 변해 있었다.

열차의 운행계획상 승하차 인원이 없는 정읍역은 특히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기차가 역내에서 정차를 하자마자 뛰어나온 통일열차 승객 아이들은, 플랫폼내 가득 쌓여 있는 하얀 눈 더미들로 자신들의 발자국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도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가득가득 쌓인 눈들이 아이들의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고, 열차가 역을 떠나기 전 아이들은 이미 역내에 눈사람을 여럿 세워두는데 성공했다.

목포-송정리-익산-천안을 거쳐 서울 용산에 도착하기로 계획된 통일열차는 천안을 지나면서 만원을 이뤘다. 천안을 지난 기차실내는 평소 거리가 있어 자주 만나지 못했던 지역의 각 단체 조합원들이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열기로 넘쳐났다.

<b> ▲어린이들의 적극적인 재롱잔치 속에 화기애애한 경부선 </b>

광복의 환희로 들떴던 1945년 을유년.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오는 2005년 을유년을 통일의 환희로 가득 차게 만들기 위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 열차’가 31일 오후 5시 부산에서부터 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산을 떠나 대구, 대전, 수원을 거쳐 도라산에 도착해 통일염원 비나리행사에 참여하는 570여명의 사람들은 2005년 첫 날을 뜻깊게 시작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몹시 들떠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하는 사람들, 소주 한잔을 앞에 두고 시국토론을 하는 사람들, 가족 단위로 참가해 정다운 모습을 연출하는 사람들... 이 중에서도 가족단위로 올라온 이들이 눈에 띈다.

내년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과 함께 열차에 오른 이근무(47)씨는 “2005년에는 국가보안법이 꼭 폐지되고 노동자, 농민이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새해 소망을 밝혔다.

8시 30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민주노총 노동방송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모여든 청취자들로 열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어린 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도.라.산’ 삼행시로 박수를 받은 박아경(11)양과 즉석 노래자랑에서 ‘동반자’를 불러 상을 받은 이림(14)군 등 어린 통일 일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열차 안은 시간가는 줄 몰랐다. 노동방송의 정다운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어느새 용산역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닭’처럼 60년 분단세월을 매듭짓고 2005년을 통일원년으로 빛내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희망의 통일축제'를 열고 있는 용산역 광장에 울려 퍼졌다.

<b>▲생방송 ‘우리민족끼리 통일열차' </b>


<img src="http://www.vop.co.kr/news/upload/17364-117354-4DSCN9579.jpg">
△현장에서 들려주는 노동방송의 정다운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민중의소리

이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안은 민주노총 노동방송국의 생방송으로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통일퀴즈 대회, 노래한마당 등의 프로그램으로 행사 참가자들의 귀를 한 곳으로 모이게 했던 노동방송국 아나운서들에게 시민들은 지방특산물로 만든 ‘낙지 떡볶이’와 ‘손두부’를 선물했다.

선물을 받아든 아나운서들은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방송장비위에 선물들을 한 아름 쌓아 놓고 음식 먹기에 바빴다고.

<b> ▲호남선과 경부선 용산역에서 만나 통일의 대동 축제 즐겨 </b>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는 밤 10시 40분 경 용산역에 도착했다. 이들은 곧바로 용산역 앞 광장에 모여 희망의 통일축제를 즐겼다. 풍물패의 길놀이로 시작한 이날 축제에는 희망새, 우리나라, 소리타래 등의 노래 공연과 민족춤패 출의 무용도 선보였다. 아울러 2004년 10대 뉴스와 2005년 가상 뉴스 등 다양한 행사가 선보여 참가자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특히 마지막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소리타래는 특유의 입담과 흥겨운 노래로 추위에 떨고 있던 참가자들을 일으켜 세워 대동의 장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소리타래가 부른 노래에 맞춰 기차놀이 등을 즐기며 새해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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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소리'와 협의하에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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