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이 8일 이랜드 대투쟁을 앞두고 '더 강고한 투쟁'을 천명했다

<font color=darkblue>“노동운동 경험도, 학생운동 경험도, 맑스나 자본론을 읽어본 적도 없다. 노동운동 개념은 모르지만 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싶다”고 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은 말한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중대장으로 예편 후 입사한 직장이 한국까르푸였다. 작년 4월 이랜드그룹이 까르푸를 인수했다. 당시 한국까르푸노조와 사측이 합의한 단체협상안을 이랜드그룹이 인수과정에서 보장하겠다고 했다가 현재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결국 이랜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원성이 터졌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똘똘 뭉쳐’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랜드 매출 1위지점인 서울 강북에 위치한 홈에버 상암점(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을 점거했다. 애초 1박2일이라는 시한부 투쟁이었다가 조합원들이 되레 끝장을 보자고 해 파업 점거농성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경욱 위원장은 투쟁을 지도하면서 조합원들 결의를 보며 감동 받고 있다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그가 이 투쟁을 통해 느끼는 감동은 무엇일까. 이 투쟁은 또 어떻게 진행될까. 과연 막강한 거대 유통자본의 부당노동을 극복할 수 있을까. 세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b><편집자주></b></font>

<b>■김경욱 위원장 인터뷰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꼭 이기고 싶다”</b>

▲8일 민주노총 등이 이랜드 대투쟁에 돌입한다. 오늘(7일)이 마지막 인터뷰가 아니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한다. 지금 심경이 어떤가?

=마음 편안하다. 들어올 때부터 각오했던 것이다. 이렇게하지 않으명 안 되는 것이었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잘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내발로 걸어나갔으면 좋겠지만 그건 완전히 승리했을 때고 우리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결코 내발로 걸어나가지 않는다. 마음 먹으니까 마음이 편하다.

▲파업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건 비조합원들 설득해 노조에 가입시키는 일이었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우리가 뭉쳐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조합원 결의수준은 대단히 높다. 상당수 조합원들은 지도부 결의보다 더 높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매일 확인하고 있다.

▲파업 농성투쟁 중인데 일상적인 파업 프로그램 운영은 어떤가?

=들어올 때 장기점거를 예상치 않았다. 준비한 것은 없었다. 일일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웠다. 다행히 지역 민주노동당 당원들, 문화패 성원들, 국회의원들, 진보인사들 등이 대거 자발적으로 방문하고 계시다. 매일 파업 프로그램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치르고 있다. 다만 일일 운영 계획들이 사전에 완전히 준비된 게 아니어서 문제다.

▲이번 투쟁에서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사상 최대의 여성 비정규노동자 투쟁’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놀라운 점은 (과거에)매일 사측 통제와 지시에 꼼짝 못했던 여성노동자들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하는 점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실례를 볼 때 “여기서는 조직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홈에버 비정규 역성노동자나 롯데, 홈플러스, 신세계 자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나 다르지 않다. “얼마든지 조직하고 싸울 수 있다”는 점을 저도 이번에 새삼 깨달았다. 많은 조직 활동가들에게도 포기하지 말 것을 말씀드린다. 그런 점을 발견하게 된 점이 가장 큰 의미다.

또 민주노총이었으니까 “그나마 이 투쟁이 가능했고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실천투쟁하는 것은 지금까지 민주노총 밖에 없다. 실천의 정도와 진정성에 있어서 많은 이들이 문제제기하고 있다. 가만히 보면 현장에 가장 많이 와있는 사람들이 바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다. 그런 점만 봐도 힘이 약할 뿐이지 가장 관심있게 자신의 문제로 받아 안는 조직이 바로 민주노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파업 점거농성 중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을 양보할 수 없다는 말인가?

=노동자 자신들도 이렇게 뭉쳐질 수 있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고 그래서 현재 투쟁력을 보면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심정을 공유하고 있다. 이 투쟁에서 패배하고 돌아갔을 경우 당장 해고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어떤 수모와 고통을 당할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쟁에 실패할 경우)자신들을 맞이할 비조합원들, 관리자, 지점장 등이 징계 조치하고 반성문 작성을 요구받는 등 부정적 통제가 머릿속에 선연하게 그리고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은 승리하지 않고 돌아가면 일하지 못하게 될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각오로 싸우고 있다.

▲8일 월드컵경기장에서 10만 부흥회가 열린다. 부흥회가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과 관련돼있다는 말이 있다. 10만 부흥회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노조는 어떤 대응안을 갖고 있나.

=왜 이곳(서울 마포 상암동 소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부흥회를 주관하는 목사가 오00 목사인데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이 사랑의 교회 장로이고 오00 목사의 제자인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8일 부흥회와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이 관련 있다고 보는 것이지 부흥회 자체는 홈에버 투쟁사태와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부흥회 참석하신 기독인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기독경영이 무엇인가”에 대해 “홈에버 농성사태가 그 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저 개인도 기독인이다. 이랜드일반노조 핵심간부들이 교회 집사, 장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8일 부흥회 반대하지 않는다. 기독인들에게 우리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노조는 자체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조합원들과 함께 홈에버 농성장에서 ‘작은 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8일 십만이 모이는 대형 부흥회와 가장 약자인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여는 작은 예배가 동시에 열린다. 하나님은 우리 조합원들과 함께 하실 것이라 믿는다. 그런 예배를 진행하겠다. 작지만 아름다운 예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측이 작성한 대응지침 문건에 따르면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가 정치파업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마디로 사측이 정치적 대응을 하고 있다. 사측이 용역깡패를 동원할 수 있는 돈(1인당 20만원 정도, 추산했을 경우 하루당 100명이면 하루 2천만원, 뉴코아와 함께 전면 총파업15일째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돈이 소요)이면 비정규 400명을 해고하지 않아도, 임금인상을 해주고도 남을 돈이다. 결국 노조에 대한 대응은 노조무력화를 노리는 전략이다. 사측이 정치적 대응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조 요구를 보면 단 한 번도 이랜드에게 에프티에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요구조건을 내놓고 파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끄럽다. 한미에프티에이를 정면 반대하는 그런 실력이 안 되서.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이유는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잘려 나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잘릴 수도 있기 때문에, 사측은 최대 매출을 하지만 임금을 단 한 푼도 올려주지 않겠다”고 해서 파업했다. 사측이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측이 오히려 이랜드일반노조를 훌륭하게 포장해주고 있다. 결코 정치투쟁이 아니다. 현장에 와서 보면 다 안다.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가 공동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통합도 고려하고 있나? 가능한가?

=작년 4월 까르푸 인수자로 이랜드가 확정 발표되면서 자연스럽게 노조간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가 “공동투쟁 하자”고 합의했다. 작년 5월1일 합의했다. 그래서 양노조 공동투쟁이 작년 5월부터 시작됐다. 한편, 이랜드일반노조와 까르푸 노조는 작년 12월 통합을 결정했다. 이는 공동투쟁 성과이다. 각기 특성이 다른 노조가 통합돼 조직력이 더 강력해졌다. 그 힘을 바탕으로 올해 공동투쟁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공동투쟁이 강화된 계기는 되레 자본이 만들어 준 셈이다. 사측이 뉴코아 현금 피디에이(현금 수납함)를 도입하고 외주화 방침을 밝히면서 홈에버에서 계약해지 사례가 속출했다. 때문에 자연스레 이랜드 자본에 대한 공동투쟁이 강화됐다. 이랜드는 뉴코아노조와 통합을 고려하고 있으며 하나의 조직으로 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며 노조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뉴코아노조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조합원 동의라는 절차적 문제와 통합에 있어서 내용 문제가 구체적 논의되거나 합의되지는 않은 상태다. 논의 시기가 다소 늦춰지고 있다. 하지만 자연스레 통합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작년 뉴코아노조와 사측 교섭합의는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 내부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그런 과정이 공동투쟁본부 안에서 합의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올해는 그런 일은 결코 재발되지 않ss다. 양대노조 통합이 구체화된 가운데 사측은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를 따로 분리해 대응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뉴코아노조는 공동투쟁의 폭을 전면 확대하는 방향으로 투쟁을 이끌어 갈 것이다. 양노조는 투쟁과정에서 일체감을 확인할 것이다. 일체감 없으면 지도부가 공동투쟁을 결의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빠른 시간 안에 통합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양측 내부사정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게 진행할 것이다. 통합이 가시화된다면 이번 투쟁은 쉽게 끝날 수 있다. 투쟁결과가 어떻든 통합이라는 성과는 크게 남을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보수언론들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친자본적이지만 비정규법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언론태도를 어떻게 보는가?

=언론은 “비정규법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의 비정규법 비판에 대해 입장이 다른 점은 정부가 비정규법이라는 문제법을 만든 게 사실이지만 보수가 말하는 것처럼 비정규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가이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현재 비정규법이 자본에게 불리한 점들을 일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과 보수언론들이 반대하는 것이다.

이들이 지금은 노동자가 피해가 있기 때문에 비정규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정부책임론을 주장한다. 비정규법 제정 과정에서 자본세력이 내놓은 안대로 한다면 과연 비정규가 보호되는 것인가. 민주노동당 안대로 하면 자본과 보수언론이 찬성할 것인가. 따라서 이랜드투쟁과 맞물려 비정규법을 비판하는 보수언론들은 “지금 비정규 유통노동자 투쟁을 선전도구로 활용하면서 비정규법을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갖고 가려는 음모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중동 따위가 비정규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비정규법 때문에 노동자가 피해를 보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 자체가 고도의 술수에 불과하다.

▲무기한 파업, 무기한 점거농성 투쟁을 선포했다. 장기화됨으로써 우려도 증폭되고 있는데.

=파업농성투쟁 장기화에 대해 조합원과 지도부, 그리고 언론 등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측도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저는 “투쟁을 빨리 끝내려면 보다 강력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여론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해서 빨리 끝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되레 부당노동을 일삼은 이랜드에 대한 직접타격을, 돈줄을 막는 투쟁을 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홈에버 월드컵 상암점처럼 매장을 완전히 멈추는 투쟁을 가장 빠른 속도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투쟁이 장기화되면 노사 모두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매출‘0’투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만일 이 투쟁에서 패배한다면 이는 이랜드일반노조만의 패배가 아니라 민주노총 패배로 이어질 것이고 전체 조합원 수치로 남을 것이다. 여론전보다 실제 타격전이 필요하다. KTX를 보면 안다. 이들을 여론이 매도한 적이 있나. 그럼에도 투쟁 500일을 넘기고 있다.

<파업현장 인터뷰=채근식/노동과세계 편집국장/kctuedit@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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