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간부 대상의 이번 의식조사에서는 무엇보다 각급 조직에 대한 진단이 대체로 부정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반응은 우선 '각급 조직이 산하조직을 잘 통합·관장하느냐'는 질문에서 나타났다. '아니다'가 '그렇다'보다 높은 가운데 총연맹(아니다48.9%-그렇다18.0%), 지역본부(41.5%-25.6%), 연맹(37.6%-37.0%) 순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5점 척도로 환산한 결과도 산별연맹(2.93점), 지역본부(2.79점), 총연맹(2.56점) 모두 중립(3점)에 미달해 이들 모두 통합·관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주요 의결기구의 결정이 잘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나와 총연맹(45.3%), 지역본부(37.1%), 산별연맹(36.3%) 순으로 부정적인 답변이 긍정적 답변을 앞질렀다. 총연맹은 '조직 내부의 원활한 의사소통'에서 평균 2.44점을 얻어 조직진단 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총연맹은 '활동에 필요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만 3.14점으로 유일하게 중립을 넘는 점수를 얻었다.
부정적 평가는 조직간 소통에서도 나타났다. '민주노총이 단위노조(조합원)의 요구를 잘 수렴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47.5%)가 '그렇다'(15.8%)를 앞질렀다. 이를 점수로 환산한 결과, 단위노조 간부가 2.62점, 상급단체 간부가 2.52점을 주었다. 소속집단별로는 단위노조 상집·대의원의 평가가 3.12점으로 유일하게 중립점을 넘은 반면 지역본부 간부들은 2.42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이유'(2가지 선택)로는 '단위노조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운 조직체계 문제 때문'(26.5%), '회의 참석자들이 조직보다는 개인적 의견과 판단을 이야기하기 때문'(22.8%), '연맹·지역본부가 단위노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20.5%), '총연맹 집행부가 적극적으로 수렴하지 않기 때문'(13.6%), '연맹·지역본부가 단위노조 의견을 총연맹에 잘 전달하지 않기 때문'(9.9%), '단위노조 집행부가 조합원의 요구를 상급조직에 잘 전달하지 않기 때문'(6.9%)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단위노조 상집·대의원들은 '조직보다 개인의견 개진'(24.4%)을, 지역본부 간부들은 '연맹·지역본부가 의견수렴 않기 때문'(27.9%)을 1순위로 꼽았다.
반면 연맹과 지역본부의 역할분담과 위상정립에는 80.1%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등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전체 평균 4.04점)가 나왔다. 소속집단별로는 총연맹(4.53), 지역본부(4.47), 산별연맹(4.14), 단위노조 임원(3.87), 단위노조 상집·대의원(3.75) 순이다. 역할분담과 관련해 제시된 8개 사업영역 중 연맹이 맡아야 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온 사업은 임단협 교섭과 투쟁(90.0%), 일상활동지원(78.4%), 간부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사업(59.1%) 등 3개였다. 지역본부가 맡아야 할 영역으로는 민중·시민사회단체와 연대(90.6%), 민주노동당 기반확대와 강화사업(86.4%), 부당노동행위 대응과 상담(63.3%), 장기투쟁 노조에 대한 지원(58.4%),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사업(57.1%) 순이었다. 이 가운데 미조직 조직화 사업의 경우에는 전체의견과 달리 연맹 간부들은 연맹이 이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58.0%)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민주노총 활동과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73.5%), '동력이 되는 몇 개 연맹 또는 대공장 의존도가 높다'(79.3%)는 답변이 매우 많았다. '민주노총이 일반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한가'에 대해서는 아니다(28.7%), 중립(37.6%), 그렇다(33.7%)는 답변이 비교적 고르게 나왔다. 이를 점수로 환산했을 때는 3.08점인데, 총연맹 간부들의 경우 3.40점으로 부정적 견해가 높은 편이었다.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정책연구원 김승호 연구위원은 "중립(15.6%) 의견까지 포함하면 간부 중 79.2%가 민주노총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셈"이라며 "외부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데 그에 걸맞는 통일된 대응전략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간부들은 조직역량 강화를 위한 우선과제로 현장조직력 강화를 1순위로 꼽았지만, 이는 연맹이나 지역본부에서 주로 담당하는 사업으로 총연맹이 더 중점을 둬야 하는 사업은 다수가 응답한 '당면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 더 힘이 실린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 또 연맹·지역본부 역할분담에서 8개 영역 중 5개를 지역본부 사업으로 꼽은 결과와 관련해 "지역본부에 요구되는 역할과 위상정립을 위해서라도 예산, 인력 등과 관련한 자원배분을 통합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총연맹·연맹·지역본부·단위노조 간부 전체를 아우르는 조사는 처음"이라며 "제대로 못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지적 등 조직혁신 과제들이 나오고 있다"며 "제대로 된 원인진단과 개선방안이 절실하다"며 조직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은희 jspecial@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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