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측은 교섭을 통한 문제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노동부 등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권력투입"을 예고했다. 파국적 상황 조성을 통해 다시한번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을 '진압'하려는 기득권적 자본논리의 침투를 엿본다. 이 점은 이랜드자본이 노리는 목표이기도 하다.

수차례 교섭에서 나타난 이랜드 사측 태도를 살펴보면 노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들을 내놓고 있다. 18개월이상 노동자 고용보장안, 노동자 임금삭감과 노조 단체행동권 사측 이양 통한 고통분담안, (조합원)해고자 선별 복직안 등 사측이 제시한 안들은 사측이 자행한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 대량 계약해지를 통한 비정규노동자 집단해고에 맞선 무기한 파업농성을 풀게 만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교섭에서 나타난 이랜드사측의 대표적인 속빈 교섭안을 들여다 보자.

[사진6]
<b>◆사측 18개월 이상만 고용보장?</b>=사측의 18개월이상 고용보장안이란 이랜드에서 18개월 이상 일한 노동자들이 계속 일할 의사가 있으면 일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사측이 내놓은 이 안은 이미 작년 3월 노사 단체협상 체결 당시 합의된 사항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중노위 등으로부터 단협위반 통고를 받았다. 그러나 사측은 계속 단협을 이행치 않았고 결국 현재와 같은 파업농성 사태로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사측은 일한 기간을 총합해 18개월이 되지 않도록 이전 계약방식인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로 계약을 바꿔 3개월, 6개월, 8개월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다. 이럴 경우 총계약기간을 합산하면 17개월이 돼 사측은 고용보장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제 고용변동률이 60% 이상인 유통사업장이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이랜드는 이 점을 악용해 초단기계약을 강요하고 있다.

앞서 드러났듯이 0개월 계약은 물론, 일주일, 한달 단위로 끊어서 계약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18개월 이상 고용보장이라는 사측 주장을 노조와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평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비단 조합원뿐만 아니라 3개월 이상된 비조합원인 비정규노동자 전체에 대해 고용보장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1]
<b>◆고통분담하자?</b>=사측은 17일 교섭에서 '고통분담'안을 내놨다. 사측이 말하는 고통분담안은 임금삭감이었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 임금을 2-3% 삭감하고 이를 포함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내년까지 사측에게 이양하라는 주장이다. 현재 3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태이고, 수년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임금은 월 80만원 수준, 정규직 역시 연봉은 1400만원정도에 불과하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해 홈에버라는 브랜드로 개칭한 이후 사측은 비정규직 대량해고는 물론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전환배치 등을 실시했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생계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비상장주식만 1천억원대 이상을 보유하고, 한해 교회 십일조 헌금만 130억원을 지출하고, 한해 주식배당금만 85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과 그 일가들이 고통분담하겠다는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더구나 노동3권 중의 하나인 단체행동권을 포기하라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렇다면 사측은 일체의 경영권을 노조에게 위임할 수 있을까?

[사진2]
<b>◆해고자 원직복직?</b>=사측은 해고자 10명을 복직시켜 주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해고자는 부당하게 해고돼 중노위 등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조합원들을 말한다. 실제로 비조합원까지 포함하면 해고자 수는 늘어난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비조합원까지 포함해 14명에 대한 원직복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측은 조합원만 대상이고, 그것도 원직복직이 아니라 재계약 형태로 입사시킨다는 것이다.

<b>◆고소고발, 손배가압류 횡포</b>=비정규직법 시행에 앞서 비정규노동자를 대량해고한 이랜드 사측의 횡포에 맞서 비정규노동자들이 태반인 이랜드일반노조와 정규직노동자 중심인 뉴코아 노조가 비정규직 대량해고사태에 항의하며 공동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사측은 노동조합 간부들과 일반 조합원들에게 손배소를 청구하는 등 법적 살인을 자행했다. 이랜드 사측은 적반하장격으로 노조의 이유있는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다시 법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 파업농성 현장 방화셔터를 내리고 용접해 조합원들을 감금시키는 등 인권유린 행위를 저질렀다. 공권력도 과도한 움직임을 보였다. 경찰버스와 병력을 이용해 파업농성장을 봉쇄했고 여성용 필수생활품 등을 포함한 물품반입 차단, 기자 취재 봉쇄 등 인권을 탄압하다가 국가인권위가 현장 실사를 나오기도 했다. '민중의 지팡이'임을 자부하는 경찰이라면 정작 부당노동 행위를 밥먹듯이 한 '반사회적 기업이고 악질유통자본'임이 드러난 이랜드 사측 경영진 일가를 진압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사진3]
<b>◆일부 이랜드점주들의 관제데모</b>=서울 마포 홈에버상암점과 서울 잠원동 뉴코아강남점 일대에서 파업농성지지 투쟁문화제 등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어느 날 이랜드 일부점주들이 민주노총 등을 규탄한다며 시위에 나섰다. 서울 뉴코아강남점에는 약 3백여 개의 매점이 있다. 이중 약 20여 매장 점주들이 불법파업, 불법집회 규탄한다는 펼침막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가 기자에게 귀띰한다. "사실은 관리자들이 나가서 시위를 벌이라고 압박했고 안 나갈 경우 10만원씩 벌금을 물린다고 해서 나왔다"고. 또 어떤 점주는 "관리자가 말하기를 점주들이 돈을 모아 변호사를 사서 민주노총 등에게 손배소를 청구하라고 말했다"고 알려왔다.

이랜드 사측의 비도덕적인 상혼과 반인간적인 노동착취때문에 월 임금 80만원 불과한 비정규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는데, 점주들은 왜 이랜드 사측의 부당노동 행태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지 않는 걸까? 모든 사태의 동기를 제공한 주범이 바로 이랜드사측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사진4]
<b>◆공권력투입 정당성 없어</b>=이랜드사측이 저지른 크고작은 부당노동행위는 1천건 이상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교섭 정회 후 노동부 관료에게 '이랜드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조사 중이냐"고 질문하자 노동부 관료는 "이랜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노동부관료는 "이랜드사측의 부당노동 행위는 단 한건도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들은 또 '노조의 파업농성은 불법이고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일부 노동부 관료들이 보이는 행태는 경악할 수준이다.

배부른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이다. 뉴코아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탄압에 맞서 파업농성 투쟁에 나섰다. 사회적 약자의 이해를 대변하려는 의로운 행동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그래서 우호적이고 이들의 투쟁 명분은 대단히 정당하다고 인식돼는 이유이다.

한편 사측에 대한 여론비판이 점증하자 마지못해 교섭에 나서는 형국이다. 그 과정에서 이랜드사측은 "공권력 투입을 요청할 생각이 없으며, 요청하지도 않겠고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사측 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공권력 투입 등을 겨냥한 명분 쌓기'에만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부도 '불법'이라는 주홍딱지를 노조에 붙이기 위해 혈안이다.

[사진5]
<b>◆이랜드 파업농성 조합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격려와 지지</b>=수백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사측과 노동부의 부적절한 태도를 비판하며 이랜드제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기독단체들도 '종교기업'인 이랜드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노동자, 농민, 여성, 학생, 빈민, 교사, 변호사, 의사 등 사회 전부문에 걸쳐 이랜드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농성을 지지하겠다는 성명과 함께 실천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7]
일각에서는 18일 교섭이후 상황과 오는 21일 이랜드제품불매 전국총력투쟁 판을 기점으로 공권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악질유통자본 '이랜드사측'의 이해를 옹호하고 대변할 게 아니라 진정한 법치를 원한다면 배부른 자본가들의 반사회적 행태를 진압해야 한다. 노사갈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기제는 이랜드사태에서 보듯이 일하는 이들을 착취하고 해고하는 자본가들의 잘못된 인식때문이다.

정부당국의 오판으로 인한 공권력 투입결과는 되레 보다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다. 따라서 공권력이 명분을 얻고 존중을 받으려면 이랜드 사측의 악행을 당장 진압하고 심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물어보자. 사측으로부터 모진 탄압을 받으면서도 생계를 위해 일하다가 느닷없이 길거리로 내몰린 여성 노동자들이 당신들 눈에는 범죄자로 보이나? .

<채근식/민주노총 편집국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