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자정이나 20일 새벽 뉴코아강남점과 홈에버상암점 농성현장에 대한 공권력 침탈이 가시화된 가운데 '노사교섭을 결렬시킨 주역'인 오상흔 홈에버 대표와 뉴코아 최종량 사장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랜드그룹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사측은 "▲18개월 이상 고용보장 ▲외주화철회라는 전향적인 교섭안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또 "▲노조가 불법 매장 점거를 계속하고 있고 ▲3-18개월 고용보장 요구라는 여론 눈속임용 교섭안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18-19일 이랜드 노사 밤샘교섭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사측 주장처럼 사측이 교섭타결을 위해 대폭 양보했던 것일까? 그걸 노조 측이 매장점거를 볼모로 사측 교섭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했던 것일까?

<b>이랜드그룹의 낮뜨거운 '대국민사기교섭'</b>

지난 이틀동안 교섭에서 이랜드사측이 보여 준 태도는 한 마디로 '대국민사기극'에 불과했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교섭안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제시한 모든 안들은 빈껍데기였고 거짓말투성이였다.

밤샘교섭내내 사측은 실제 쟁점현안들에 대한 토론에 적극성을 발휘하지 않았다. 사측은 오로지 '점거농성 해제'만을 동어반복했고, 노동부는 외곽에서 '공권력투입'으로 노조를 대상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었다. 이랜드그룹이 여론비판에 몰리자 느닷없이 "조건없는 교섭"을 주장하며 교섭장에 나왔지만 사측이 내건 최고의 조건은 '무조건 농성해제'라는 주장이었다.

교섭현장을 취재하는 수많은 기자들조차 사측 교섭태도에 "결함이 있다"며 사측 관계자를 불러 '공권력투입은 이랜드사측이 저지르는 악수 중의 악수'라고까지 지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b>노숙자모아 농성장 침탈 예정 제보받고 노조측 양보안 제시</b>

노조대표단이 '파격적인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사측이 주장하는 18개월이상 고용보장안에 대해 '3개월이상 18개월미만 노동자도 고용보장 포함'으로 맞섰던 노조교섭단은 "3개월이상 18개월미만 노동자 고용보장안'을 철회하는 대신 "18개월미만 노동자들에 최소한의 고용보장이 유지될 수 있는 사측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홈에버 사업장내 18개월미만 노동자는 거의 2천여 명에 달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들의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것은 절대절명의 과제였다.

한편, 노조는 교섭이 진행되던 날 사측 용역업체가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지에서 노숙자를 모아 다음 날 새벽 농성현장 기습침탈을 획책한다는 제보를 받고 고민에 빠져든다. 결국 농성현장 기습침탈 방지를 위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집행부가 내놓은 안이었다.

그러나 사측은 불안정고용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제시는 커녕 이때도 다시 무조건 우선 농성해제만을 반복 강요한다. 교섭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b>사측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b>

사측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3박4일간 노사 양측 대표자급이 참석한 가운데 30시간 넘게 마라톤 협상을 벌였고 회사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건 거짓말이다. 사측이 기울인 모든 노력이란, 실제 현안에 대한 전향적 방안 제시보다는 '아무 조건없이 농성부터 해제하라"는 최후통첩만을 알리는 것에 불과했다.

"18개월이상 고용보장을 전향적으로 양보했다"는 사측 주장은 실제로 사측이 작년 단협에서 체결한 18개월 이상 고용보장을 지키지 않아 지노위에서 단협위반으로 판결받았다는 점에서, 또 사측은 3개월-6개월-9개월, 또는 3개월-6개월-12개월 단위로 과서에 계약을 맺었지만, 노동자들이 18개월이상되면 고용보장을 해야하니까 3-6-8시스템으로 계약방식을 변질시켜 총계약기간을 18개월에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잔인한 행동을 일삼았다. 때문에 사측이 주장하는 대폭 양보는 완전히 거짓말이다.

<b>사측이 외주화를 당장 철회한다? 알고보니 1년후에</b>

사측이 또 하나 자랑하는 자칭 양보안 중의 하나는 '외주화철회'라는 카드. 그런데 이 내용을 정확히 다시쓰면 '외주화철회 1년유예'이다. 사측 스스로 외주화철회를 하되 1년유예한다고 했으면서도 '외주화철회'만을 강조한다. 지금 당장 외주화를 철회한 것처럼 이미지를 조작한다.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0개월짜리 계약을 포함한 초단기계약을 맺고 있다. 어떤 노동자들은 하루, 일주일, 보름, 한달 단위로 계약을 계속 갱신한다. 뿐만 아니라 계약서 내용은 공란이고 이름만 서명하면 사측이 알아서 공란을 작성하는 계약서 위변조라는 사기행각도 일삼았다.

홈에버 오상흔 대표는 또 성명서 말미에 "영세 노동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으며 이 나라가 시장 경제의 국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암담함을 느꼈고, 회사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양보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전기가 마련될 때마다 노조가 요구 수위를 높였다"고 주장하면서 "노조가 불법점거를 푸는 것만이 해답이고 노조의 불법행위가 중단되는대로 교섭을 재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랜드사측은 그동안 최저임금을 겨우 면하는 수준의 저임금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강요해왔다. 비정규직, 정규직 가릴 것 없이 수년동안 일해온 노동자들의 연봉수준은 1천만원대에 불과했다.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파업농성을 벌이는 홈에버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단지 고용을 보장받아 안심하고 일터에서 일을 하고 싶은 것 뿐"이라고.

<b>이랜드사업장의 영세노동자들 저임금에 생계 위기 내몰려</b>

태반이 4-50대 여성노동자들이고 이들 대부분이 가정형편상 가장 역할을 하는 이들이고, 사측의 고강도저임금 정책 속에서 수년 이상 시달려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랜드 사측은 그 내부에 생계를 위협받는 영세노동자를 쥐어짜내 배불리기에만 혈안이었고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극적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 측의 파격적 양보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이랜드그룹은 무조건 점거농성 우선해제만을 고집해 교섭을 결렬시켰다. 19일 성명서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 이랜드그룹의 뻔뻔스러운 대국민사기극은 광범위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사측때문에 모든 교섭이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노조교섭대표단은 교섭장을 나서는 오상흔 홈에버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대단히 잔인하다"고. "이랜드그룹은 정말 나쁜 기업"이라고. 밤샘교섭을 지켜본 기자들은 이랜드그룹에 대해 '정말 이랜드가 기업이 맞냐"고 이구동성이다.

이랜드그룹이 거짓말까지 동원해 고조된 사회적 비판이나 처한 위기를 모면하기에 급급한 악덕기업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채근식/민주노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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