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0일 오전 9시경 홈에버 상암점 이랜드 노동자들 파업점거농성 현장. 어제 밤 12시에 공권력이 투입될 것이라던 예고가 빗나갔다. 새벽부터 정문 앞에 배치된 전경들은 아직까지도 방패를 들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조합원들은 방금 아침체조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식사 중이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현장을 사수하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현장상황을 점검하느라 9시가 훌쩍 넘어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9시26분, 갑자기 전경들이 후문을 통해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사전 해산 경고방송도 없이 진입한 것이다.
조합원들이 일순 긴장했다. 그러나 동요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김경욱 위원장은 식사 도중 벌떡 일어나 조합원들을 정해진 위치로 집결시켰다. 매장 한 가운데 계산대와 상품매대 사이 공간으로 조합원들이 가방을 메고 모여들었다.
김경욱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향해 외쳤다. “조합원 여러분, 지금 경찰병력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경찰진압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우리 두려워하지 맙시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정규직화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일하게 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우리 투쟁은 정당합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연행되셔서도 언제나 당당하게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답게 투쟁해 주십시오. 풀려나오시면 지도부 지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집결해서 우리 투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 주십시오. 동지여러분 모두 끝까지 싸우실 수 있죠?”
김 위원장이 묻자 조합원들이 힘차게 “투쟁!”으로 화답했다. 그러는 동안 전의경들이 조합원들 바로 옆까지 진입해 카트로 쌓아놓은 바리케이드를 치우기 시작했다.
대오가 강제연행에 대비해 즉각 연와농성에 들어갔다. 뒤에 누운 동지 양다리를 베개삼아 누워 옆 동지와 팔짱을 단단히 꼈다. 두 다리는 앞 동지 머리 사이에 밀착시켰다. 누가 와서 잡아당겨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태세다.
몇몇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오 사이사이에서 구호가 터져 나온다. “우리투쟁 정당하다 폭력경찰 물러나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과 김경욱 위원장이 위치한 반대편에서부터 경찰이 연행을 시도했다. 맨 뒤에서 조합원들을 사수하던 이남신 아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과 남성 연대동지들이 경찰에 의해 사지가 붙잡혀 들려나갔다. 강하게 반항해보지만 역부족이다.
경찰이 이번에는 여성 조합원들에게 달려들었다. “남자는 손대지마!” 대오 주변에 둘러선 기자들과 연대동지들이 소리 지르자 경찰관계자 지시에 따라 여경들이 투입됐다. 여경 네 다섯 명이 들어와 조합원들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조합원들은 그리 만만히 끌려 나가지 않았다. 발길질을 하고 양팔은 더 단단히 옆 동지와 밀착하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4~50대 여성들이 대부분인 여성조합원들은 젊은 여경들의 억센 힘에 옷이 늘어나고 속살이 다 비치면서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질 때까지 이를 악물며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강제로 팔다리를 잡아당기는 기운에 눌려 결국은 손 힘이 빠지고 다리가 들려졌다.
“이 나쁜 놈들아!” “싫어! 싫어!” “너희들도 집에 부모가 있을 거 아냐?” “손대지마!” “하지마! 하지마!” “난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비켜! 만지지마!”
21일째 파업농성을 벌여오던 현장에서 처참하게 진압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눈물과 절규를 쏟아냈다. 한 조합원은 실신한 채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들이 조합원을 대오에서 강제로 떼어낼 때마다 기자들은 경찰 강제진압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자 사복경찰들이 기자들 사이사이에 서서 우악스럽게 밀치며 취재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경찰에 항의해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성노동자들의 완강한 반항으로 홈에버 상암점에서 56명 조합원을 연행하는데 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꽉 껴안고 사수하던 마지막 조합원, 심상정 의원과 문성현 당 대표가 앞에 앉혀 끌어안고 보호하던 김경욱 위원장까지 강제로 끌려 나갔다.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 전위로서 그동안 투쟁을 이끌어온 김경욱 위원장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여서 구속이 예상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몸부림치며 강압적으로 연행돼 나오는 것을 밖에서 목격한 동료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경찰 호송차에 강제로 오른 장석주 이랜드일반노조 지도위원은 창문 밖으로 외쳤다. “오늘 노무현정권은 죽었습니다. 우리가 80만 받는게 그렇게 억울합니까? 우리를 왜 이렇게 짓밟습니까? 우리를 감옥에 집어넣어도 우리는 나와서 또 투쟁할 겁니다.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노무현정권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홈에버 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에서 동시에 자행된 공권력 침탈로 인해 농성 중이던 조합원 전원이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7월22일 오후 2시까지 집계된 이날 연행자는 강남점 107명, 상암점 56명 총 163명이다.
이랜드 사측은 공권력 투입을 계기로 투쟁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살인적 노동탄압도 성에 차지 않아 경찰 폭력을 사주해 정당한 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진압한 이랜드자본에 대한 강력한 국민저항이 시작됐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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