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오마이뉴스

[사진1]

지난 1986년 12월 일명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으로 37일간 안기부에 불법 감금된 채 각종 고문에 시달렸다는 심진구(45·경기도 안산시)씨.

최근 고문피해 증언이 잇따르면서 당시 고문 상황이 떠올라 고통스럽다며 심씨는 이렇게 밝혔다. 특히 당시 안기부 수사단장이었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고문을 지휘했음에도 거짓말로 부인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고문 당한지 20년이 됐지만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들어 불안신경증, 만성두통, 근육·신경통 등 고문후유증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모세혈관이 파괴돼 걸을 때마다 마비와 통증이 오고 일하기가 힘들다"며 "조금만 걸어도 피로해서 주저앉고 가슴이 답답하다, 뒷골이 쑤시고 불면증과 고문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형근 의원, '간첩이라고 불 때까지 족쳐라'며 직접 고문지휘"

[사진2]

미대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심씨가 6년여만에 붓을 들었다. 공안사건 수사를 받은 이후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유화, 수채화 등을 그려 생계를 이어갔던 그는 자신을 고문한 안기부 수사관 13명에 대한 몽타주를 그렸다.

용접 등 거친 일을 하며 사느라 손이 굳었지만 기억만큼은 또렷했다. 서서히 손이 풀리면서 고문을 전담했던 수사관 4명과 고문을 지휘하던 정형근 의원의 30대 후반 모습을 몽타주로 그렸다. 이를 완성하는데 10여일이 걸렸다.

심씨는 "13명 가운데 실장, 계장, 대리로 불리던 간부급 3명 등이 37일간 나를 담당하면서 가장 심하게 고문했다"며 "나머지 9명은 집중적으로 고문이 가해질 때 나타나 교대로 고문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이중 20대 중반의 여성요원도 1명 있었는데, 그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13일 밤을 새면서 마도로스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안기부 수사단장 시절의 정형근 의원 모습을 그렸다. 심씨는 "정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실한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부인했는데 당시 정 의원은 분명히 담배를 피웠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정 의원이 고문을 지휘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그는 "처벌하거나 응징하기 위해 고문 수사관을 찾아내려는 게 아니다,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고문피해자를 계속 괴롭히는 정 의원 행위와 반인륜적 고문을 중단시키기 위해서이다"며 고문 수사관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정형근 의원이 '간첩이라고 불 때까지 족쳐라'고 말하며 고문을 직접 지휘하고도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고문은 인간성을 말살하는 반인륜 범죄이며 고문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정 의원이 고문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밝혀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고문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노력해야 합니다."


성명미상 고문수사관 4명 공개수배...현재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 추정

[사진3]

심씨는 이렇게 완성한 성명미상의 안기부 수사관 4명과 정형근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단장의 몽타주를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20년 전 당시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이었던 이들의 현재 나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이들 수사관들은 이름을 전혀 부르지 않는 등 극도로 보안을 유지해 신원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심씨는 대신 짐승 이름을 붙여 쉽게 기억하는 방법을 썼다. 심씨는 고문 수사관의 특징을 따 '여우'(실장), '불독'(계장), '독사'(대리), '곰'(심리요원)'이라고 붙였다.

심씨는 "코와 입 모양이 약간 틀릴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특징은 실물에 가깝게 그렸다"며 "가발을 쓰거나 성형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인상착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20년이란 세월이 흘러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지만 죽기 전에 나타나 죄를 씻었으면 좋겠다"며 이들에 대한 제보를 부탁했다.

다음은 심진구씨가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고문수사관 4명에 대한 인상착의와 특징이다.

여우 : 고문 수사관 중에 직위가 가장 높았으며 운동노선 이론에 밝았다. 부하들이 '상무'라고 불렀지만 나는 '여우'라고 별칭을 정했다. 여우는 '독사'와 '불독'에게 '군복 벗겨, 팬티 벗겨, 발목·손목 수갑채워', '머리, 가슴, 무릎 쳐' 등 신체부위까지 지목하며 고문을 지시했다.

▲특징 = 턱이 뾰족하고 코가 우뚝하며 쌍꺼풀이다. 미남형이며 머리 결을 단정하게 빗고 다녔다. ▲당시 나이 = 40대 후반(현재 60대 후반) ▲신장 = 1m76cm 정도 ▲체격 = 마른 편 ▲직책 = 실장(정형근 단장 바로 밑) ▲말투 = 서울 말씨

불독 : 몸이 뚱뚱하고 얼굴에 살이 많이 쪄 '불독'이라고 별칭을 붙였다. 고문 받던 도중 허벅지에서 진물이 흐르자 불독이 몽둥이로 허벅지를 쑤시면서 '네 집안 조사했는데, 너는 몸뚱이 밖에 없는 놈 아니냐. 몸뚱이 &#50026;기 전에 불어라'며 족쳤다. 불독은 '내 동생이 구로동에 있는 고려대병원 의사'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특징 = 눈두덩이가 두껍고 눈과 눈썹사이 그리고 이마와 눈썹 사이가 넓었다. 눈이 가늘고 길었으며 얼굴이 사각형이고 살이 많았다 ▲당시 나이 = 40대 중반(현재 60대 중반) ▲신장 = 1m75cm 정도 ▲체격 = 뚱뚱한 편 ▲직책 = 계장(구 계장이라고 불리기도 함) ▲말투 = 경상도 말씨

독사 : 그에게 고문을 당하면서 '인간이 아니라 살모사 독사'라는 생각이 들어 '독사'라는 별칭을 붙였다. 다른 수사관들은 한 두 시간 정도 고문하면 스스로 지치는데 독사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고문했다. 독사는 86년 12월 10일 저녁 5시 해질 무렵, 서울 시흥본동에서 나를 불법 체포할 때 수사관 3명 가운데 1명이다.

▲특징 = 대머리에 광대뼈가 튀어나왔고 입술이 얇으며 입꼬리가 치켜 올라감 ▲당시 나이 = 40대 중반(현재 60대 중반) ▲신장 = 1m70cm 정도 ▲체격 = 마른 편 ▲직책 = 대리(추정) ▲말투 = 경상도 말씨

곰 : 몸이 뚱뚱하고 배가 불룩 튀어나와 '곰'이라고 별칭을 붙였다. 곰은 위협했다가 달래는 등 심리전을 펼쳤다. 곰은 '하나님의 품에 왔으니 다 이야기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같이 기도하자'며 진술을 유도하는 등 심리요원으로 파악됐다. 고문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지만 온 몸이 찢겨져 야전침대에 쪼그리고 잠시 눈을 붙이는데 갑자기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다.

▲특징 = 안경을 썼으며 머리칼이 곱슬머리고 코는 주먹코, 입술이 두툼, 특히 볼이 만두처럼 튀어나옴 ▲당시 나이 = 30대 후반 ▲신장 = 1m70cm 정도 ▲체격 = 뚱뚱한 편 ▲말투 = 경상도 말씨


▲제보전화 = 02-763-2606(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2005/01/14 오후 6:03
ⓒ 2005 OhmyNews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