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판매 최동규 조합원 시신 324일째 방치

장투사업장⑮ 산재문제 갖고 노조탄압
대우차판매 최동규 조합원 시신 324일째 방치

26일 부평 대우자동차 본사 앞.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냉동탑차가 숨을 쉬고 있다.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시신. 대우자동차판매 최동규 조합원의 시신이다. 벌써 324일째다. 아직도 시신처리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측은 유가족에게도 업무방해 고소고발을 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김진필 대우자동차판매지회장은 “사측이 문제해결보다는 사망문제를 갖고 노조탄압에 이용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GM대우 원청 등에서 이 문제해결을 위해 압박을 가하는 최근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재문제가 장기투쟁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자판노조는 현재 산재신청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인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난 스트레스성 뇌출혈인 만큼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산재처리 기간이 2~3년 걸리는 것도 부담이다. 산재소송은 미망인이 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임금의 문제도 걸려있다. 지금 대기발령 상태에서 평균임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산재금액을 산정할 때 불리한 요인이다. 또 산재는 회사에서 진행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사망문제 갖고 더 이상 유가족에게 고통을 줄 수 없다는 배려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대우자판 내 한 관리직사원의 유가족이 하소연을 하고 있다. 2002년 그 관리직 사원은 자다가 돌연사 했다. 구사대로 활동했는데 워낙 심성이 착해 활동에 대한 심리적 갈등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재 판정도 받아냈다. 하지만 2심 이후 대법에서 아직 판정이 나지 않고 있다. ‘진을 빼는’ 산재처리의 딜레마인 셈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김 지회장은 “사측은 최동규 조합원의 사망문제에 대해 ‘대우자판 내에서 40여명이나 사망했는데 최 조합원의 죽음이 별 게’라는 식으로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이유를 마치 자연스러운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우자판의 구조조정 문제는 조합원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2002년 한 조합원은 지병인 신장병을 앓다가 사망했다.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 등 스트레스가 지병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올 2월에는 뇌종양으로 1년간 투병을 하다가 강북분회장 조문찬 씨가 사망했다. 회사 부당노동행위로 5번이나 전직으로 옮겨 다녔고, 2년 넘게 투쟁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위암으로 2년째 투병중인 조합원도 있다. 교섭위원을 지낼 무렵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결과로 노조는 해석하고 있다. 장기 중에서도 위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는 보고가 있다.
그만큼 대우자판 조합원들의 ‘우울증’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은 지난해 11~12월 대우자판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진단 결과, 응답자 192명의 절반이 넘는 102명(53.1%)이 상담이 필요한 우울증 상태였고 이 가운데 50명은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같은 기간 실시된 노조원 207명에 대한 ‘직무 스트레스 측정 결과’도 국내 노동자들의 평균 점수 50.8점보다 훨씬 높은 61.5점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노동부나 상급단체에서 개입하면서 산재처리문제가 조금씩 의견을 좁히고는 있다. 하지만 회사는 명분을 들이대고 있다. 김 지회장은 “사측이 사망문제를 갖고 ‘정치투쟁화’ 한다고 호도하면서 어제 했던 얘기를 오늘에 번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사측이 시신문제를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회사가 지불능력이 없어서도 아닌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들지 않는 것은 조합원들을 궁지에 내몰아 압박하려는 수작”이라고 김 지회장은 규정했다.
이에 대우자판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상경 순환투쟁에 돌입했다. 서초동 대우자판 사장집에 노숙투쟁과 8개 거점에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원학운 인천본부장은 25일부터 대우자판 등 ‘노동자 생존권 박탈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경인청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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