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비정규직 핵심현안으로 떠올라

새해 벽두부터 금속노조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노조의 투쟁 열기가 한파를 가르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노동부의 '불법' 판정을 지렛대로 불법파견을 뿌리뽑기 위한 잔업거부 등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비정규 개악법안 저지' 총파업의 여진 속에서 2월 임시국회를 앞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적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지난해 성탄절 선물로 직장폐쇄를, 새해 선물로는 '집단정리해고'를 받아 들었다. 사측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노조설립(10월22일) 뒤 빚어진 일이고, 조합원들이 대부분 10년 전후의 장기근속자여서 분노를 사고 있다.
조합원 이경환 씨는 "급여를 삭감해가면서 회사를 살려놨더니 고작 고소고발로 보답하느냐"며 사측의 행태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는 이어 "노조활동을 해보니까 노동자가 뭔지 알겠다. 이젠 당당한 남편, 존경받는 아빠로 남도록 살겠다"고 말했다.
조합원 장문수 씨도 "하이닉스 매그나칩 회사가 '국민기업'이라고 떠들어대는 것에 치가 떨린다"며 "파란색 금속노조 깃발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울산·아산공장 21곳과 전주공장 12곳, 울산공장 101곳 등 사내하청 업체가 모조리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자동차에서도 올초부터 의장부 5개 업체 하청노동자들이 일제히 잔업거부 투쟁에 나서면서 업체별 투쟁에서 사내하청지회 차원의 총력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지회장 직무대행 권수정)는 업체들의 계속되는 징계에 반발하며 12일 4시간 부분파업으로 대응한다는 방침도 세워 놓았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노동부의 불법파견에도 지금까지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이와 관련해 1월13~19일 대·소위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매주 화, 목요일 정문 선전전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려나갈 방침이다. 17일에는 전·현직 위원장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파견 판정자 전원에 대한 정규직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위원장 안기호)도 12일 오후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1차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본관 정문 앞에서 열고, 19일 2차 집회에 이어 20일부터는 주야간 모두가 잔업거부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금속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은 바로 비정규직 투쟁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금속노조가 이번 하이닉스 매그나칩 투쟁을 전국적 차원에서 공유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금속산업연맹 백순환 전 위원장도 "비정규직 조직화 투쟁이 그 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이번 하이닉스 매그나칩 투쟁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비정규노조 설립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 진상조사단(단장 조영선 변호사)은 지난 1월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에 기초한 것으로, 사용자가 노동운동을 방해하기 위하여 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사내하청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 보장 △노동자에게 가해진 각종 가처분신청 즉각 취하 △정규직화 실시 등을 정부와 현대자동차에 강력 요구하기도 하였다.
강상철 prdeer@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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