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사태, 미국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아프간 피랍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고 가족들까지 나서서 미국이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시점에, 일부 보수언론들이 ‘반미’ 운운하며 찬물을 끼얹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조선, 동아, 문화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아프간 사태의 근본 원인제공자인 미국을 우회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미국은 9.11 사건의 주범을 체포한다는 미명하에 침략하여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고, 그 이후에는 ‘국가재건’, ‘평화’를 명분으로 점령을 계속하면서 7년째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1만 명 이상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아프간 민간인들이 점령군의 폭격과 군사작전에 의해 사망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에 따르면 작년에만도 약 4,40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또한 미국은 아프간 내 폴리차르키, 바그람 등의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불법적으로 구금하고 학대하고 고문해 왔다. 이러한 미국의 전쟁과 점령, 국토파괴와 인권유린이 아프간 저항세력의 납치와 인명살해 같은 계속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프간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의 출발점은 미군과 나토, 한국군을 비롯한 모든 외국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고 미국이 아프간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아프간 피랍사태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테러세력과의 협상은 없다’면서 포로 석방을 거부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미-아프간 정상회담에서 더욱 강경한 방책을 주문했다. 미국은 사태 초기부터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고 수수방관하면서 탈레반 소탕작전에만 골몰했다. 그러나 군사작전은 또 다른 재앙과 폭력을 부를 뿐이다.
노무현 정부 역시 6년여에 걸쳐 파병을 이어오면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점령의 일원이 되어 국민들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었다.
아프간 피랍사태는 이렇듯 미국의 대테러 침략 전쟁과 노무현 정부의 파병이 초래한 비극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사건 초기부터 '철군'과 '포로석방' 요구를 회피하면서 무능한 작태를 보였고, 미국 눈치만 보면서 결국 안타까운 두 생명을 잃게 만든 분명한 책임이 있다.
전쟁과 파병에 동참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자국 민중의 생명도 보호하지 못한 노무현 정부는 파병정권의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미국정부와 노무현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미국은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전쟁과 점령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즉각 아프간에서 철군하고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파병을 중단해야 한다.
정영섭(파병반대국민행동기획단,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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