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보다 노조 제압을 위한 수단, 위장청산

장투사업장 17 일방적 위장청산
경영보다 노조 제압을 위한 수단, 위장청산

도저히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객관적 ‘청산’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청산’을 위한 청산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는 위장청산에 해당된다.
금속노조 산하 동방산업지회는 파업 8개월, 청산 5개월째다. 작년 말 청산개시가 돼서 지난 4월 청산이 완료된 상태다. 조합원은 36명에서 현재 14명이 남아 투쟁중이다. 지노위에서 위장청산과 부당노동행위가 기각돼 중노위에 다시 제소 계류 중이다. 청산절차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사회 소집→주총 결의→청산안 제출→임금과 퇴직금 청산→매각의지 발표 등 절차를 밟았다는 판정이다.
하지만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한마디로 ‘위장청산’이라는 것이다. 최수해 지회장은 “회사를 매각하되 안 팔리면 다시 돌리겠다는 생각도 사측은 갖고 있다”며 “노조가 없어지면 지금 투쟁 중인 14명을 솎아내고 도중 탈퇴한 22명의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동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주회의에서는 향후 미래전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 지회장은 “10년 이상 다닌 직원들은 부도나 적자 문제가 심각한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청산 전 동방금속 100억 부채에 대해 1년 치 계약의 부당한 임가공을 노조가 거부하고 파업을 하자 이에 대한 앙심으로 청산의 뜻을 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노조의 굴복을 받아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현실은 또 다르다. 같은 그룹내 계열회사인 동방금속이 동방산업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데다 기계설비 등을 4월부터 이미 동방금속 내에 설치해놓고 있다. 이는 다시 가동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노조는 동방산업으로부터 설비반출을 막으며 사수투쟁을 벌이고 있다. 또 방배동 회장집 집회 등 상경투쟁으로 20~24일과 27~9월 7일까지 상복 입고 노숙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대구에 위치한 동협지회는 지난 2월에 이어 7월 폐업공고는 안 했지만 “청산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발표했다. 이는 지난3월 “공장정상화를 위해 가동하겠다”는 노사합의를 번복한 것으로 청산문제가 다시 부각된 셈이다.
이정균 지회장은 “3개의 공장 중 이미 1개는 팔았고 1개를 더 팔아 공장 한 개로 합병해서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것이 3월 타결의 사측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매각이 안 되면서 임금체불은 더 가중됐고 다시 노사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노조도 회사의 경영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원초적인 원인이 쓸데없는 ‘노조 없애기’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 지회장은 “회사는 2001년 설립된 노조에 대해 유난히 거부반응을 보여 왔다”며 “임금체불도 2천만 원 정도였는데 2개의 공장을 분리해서 한 곳은 지급하고 다른 한 곳은 지급하지 않는 등 노조를 쑤셔대 왔다”고 말했다.
심지어 비조합원들에게 ‘계’를 조직하게 해 노조를 자극하기도 했다. 노조 몰래 다른 회사를 설립했다가 노조와 조합원으로부터 불신의 벽만 쌓았다. 회사는 자재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회사라고 말했지만 이미 불신의 골은 깊어진 상태였다. 노사관계가 불편해진다 싶으면 물량을 끊고 아예 반품을 시키는 등 거래업체와의 관계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자금결재의 순환도 끊어지게 되는 등 악순환을 겪게 됐다는 것이 노조의 분석이다.
노조에서는 가동정지 한 달 동안 공장 내에서 투쟁을 해왔지만 16일부터 옥외투쟁을 준비 중이다. 회장 집 타격투쟁 등 금속노조 대구지부 차원에서 연대투쟁을 구상 중에 있다.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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