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매각 위장폐업에 맞선 늙은 노동자들의 끝장투쟁

늙은 노동자들이 노동자계급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노동탄압을 일삼는 젊은 자본가에게 경각심을 던지는 투쟁을 완강하게 벌여오고 있다.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에 소재한 ‘창공’은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파이프를 제작하는 철강업계 사업장. 지난해 10월8일까지는 ‘동아스틸’이란 이름이었으나 사장 각본에 따른 위장매각을 통해 ‘창공’으로 바뀌었다.
과거 동아스틸은 그런대로 노동자들을 배려하고 노동자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였다. 구태여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김준형 사장이 부친에게서 회사를 물려받으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억압과 착취, 노골적 탄압에 직면하게 됐다. 임금인상도 사장 기분 내키는대로였고 기본급이 아닌 기타수당을 인상하는 변칙적 형태로 이뤄졌다.
이에 지난 2001년 동아스틸지회가 결성됐고 금속노조에도 가입했다. 노조가 만들어지자 사장은 교섭을 회피하고 두달간 잠적해 버렸고, 노조를 파괴하려는 온갖 탄압이 시작됐다. 중간관리자를 통해 내부 분열을 획책하고 노조탈퇴를 강요했다.
또 회사가 어렵다면서도 2003년 전남 광양에 다대포사업장과 똑같은 공장을 세워 물량을 빼돌렸다. 공장을 지을 당시에는 파이프 도금기계만 유치한다고 했으나 결국 동아스틸과 같은 공정이 들어가 있었다. 소사장제도(아웃소싱)를 정착시키고 유령노조를 만들어 노조결성을 차단했다. 광양공장은 인원만 따져도 다대포공장 3배 이상규모다. 주야간 2교대사업장이었던 다대포공장에서는 주간작업만 이뤄지기 시작했다. 인원도 25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김준형 사장은 2005년 동아스틸판매(주)를 ‘페이퍼회사’로 만들고, 지난해 7월9일에는 동아스틸 매각을 통보했다. 노동자들은 9월말까지 3개월 동안 공장을 점거해 기계를 멈추고 생산된 물품 반출을 막으며 매각반대투쟁을 벌였다.
9월중순경 김준형 사장은 매수인과 함께 나타나 노조측과 ▲고용승계 ▲단협승계 ▲노조인정을 약속하는 3자 매각합의서를 작성했다. 10월9일 동아스틸은 ‘창공’이란 이름을 바꿔달았다.
그러나 김용성 사장은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단협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노사협의에도 응하지 않았다. 노조가 한미FTA 반대 현수막을 거는 것조차 막고 관리자 지시 위반이니 불법행동이니 하며 지회장에게 경고장을 날리기까지 했다. 사장은 총무부장에게도 10원 한 장 쓰지 못하게 하고 회사에서 사용되는 화장지, 장갑, 비누, 세제, 걸레 등도 직접 구매했다. 급기야 김용성 사장은 7월30일 폐업신고하고 잠적해 버렸다.
노조는 김준형 동아스틸 사장과 김용성 사장간 위장매각, 위장폐업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각 당시부터 폐업 때까지 부지임대료와 기타 부대비용을 포함해 월 4천만원 임대료를 동아스틸에 내도록 계약했는데 실제 임가공비가 4천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는 것. 결론적으로 말하면 ‘창공’은 매각 이후 10원도 벌어들인 돈이 없는데 노동자들 임금까지 덤으로 지출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김준형 사장 외가와 김용성 사장 처가가 같은 성씨이고 이 둘은 어려서부터 같은 동네서 함께 자란 학교동창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합원들은 사장 잠적 직후 관리동 사무실을 점거해 기계를 세우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부양지부 창공지회는 사측 위장매각, 위장폐업에 대해 8월중순경 고소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평균연령이 56세인 창공지회 조합원들은 “1년이든 2년이든 이 싸움을 승리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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