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폭력사태 등 파행 끝에 성원미달로…"중앙위 열어 대책 마련"

사회적 교섭안을 다루기 위해 열린 임시대의원대회가 폭력사태 등 파행을 겪은 끝에 또 다시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1일 영등포구민회관에서 3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사회적 교섭안과 고용보험과 국가예산 확보 및 남북교류협력기금 사용 건 등 2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다시 정속수 부족으로 자동 유회됐다.

이날 대회는 2시50분께 전체대의원 785명 중 451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지난 정기대의원대회가 회순통과까지 세 시간 가까이 걸린 것과 달리 사회적 교섭안 상정과 제안설명이 신속히 진행됐다. 질의에는 주로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주로 나섰으며 "2월투쟁을 앞둔 시점에서 왜 서둘러 사회적 교섭안을 다루는지"에 대해 질문이 거듭됐다. 이와 함께 "'대중투쟁과 결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뭔가?" "노사정이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에 합의하지 못하면 어찌되는가?" 등의 질문도 나왔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질의내용과 이에 대한 답변내용을 두고 일부 참관인 사이에 야유와 고성이 오가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어진 찬반토론은 찬성의견과 반대의견이 번갈아 개진되는 가운데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교섭을 구걸해서 승리한 투쟁은 없었다. 정부-자본이 노동통제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건 말이 안된다. 폐기하고 2월총파업 조직방안을 논의하자."(이현경 대의원)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하려면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 또한 교섭하지 않으면 성과를 챙길 수 없다. 더욱이 절대다수 조합원이 참여를 원하고 있다. 위원장의 의지를 믿고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김태일 대의원)

"노무현 정권은 '희망2005', 사회적 교섭으로 발목을 쥐고 협박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 시점에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 게 아니라, 울면서 매달릴 게 아니라 총파업을 조직해 당당히 쟁취하자."(김용운 대의원)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사회적 교섭을 해야 한다. 사회적 교섭에 참여하는 건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본다. 민주노총이 사실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회적 교섭을 사회적 양극화 해결의 장으로 활용하자."(박조수 대의원)

"사회적 교섭은 근거없는 낙관에 기초하고 있다. 교섭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본질이다. 정리해고, 비정규법 개악 철회한 뒤라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사회적 교섭 의미가 없다. 유럽에서도 이미 무덤에 들어간 사회적 교섭을 왜 살려내려 하는가."(양동규 대의원)

"이 안건은 '교섭의 원칙'을 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섭을 얘기하면 개량이고, 어용으로 몰리는 현실이다. 우리힘이 압도적이면 교섭 필요 없지만 현실이 그러한가.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본질인 것 같다. 우리의 교섭 원칙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김재하 대의원)

"지도부를 믿지 못하겠다. 노동운동 탄압하는 노무현과 동등한 처지가 될 수 있나. 사회적 교섭은 우리 목숨을 바치는 일이다. 97년 정리해고 수용, 지난해 가을투쟁 등 과거의 아픈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강성신)

"정부-여당이 2월국회에서 비정규 개악안 통과 호언하고 있다. 총파업 조직 어려울 수 있으므로 활요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교섭기구 만드는 데 동의한다. 요구대로 안 될 경우 안 하면 되는 것이다."(이윤우)

"2월투쟁을 조직해야 할 시점에 투쟁이 어렵다고 사회적 교섭을 논의하다니. 몰려든 기자들은 무얼 의미하나?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에 참여하는 게 정부, 자본에 득이라는 반증이다. 사회적 교섭 통과되면 한국노총보다 못한 조직으로 전락한다."(길이하 대의원)

"그동안 무수히 총파업 해봤지만 산별교섭만으론 안 된다는 것 절감했다. 총연맹 차원에서도 투쟁준비와 함께 교섭도 진행해야 한다. 무상의료, 산업공동화 등의 현안은 정책의 문제인데 책임 있게 대안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책임져야 한다."(윤영규 대의원)

"오늘 통과되면 보수언론들 '채용비리로 도덕성 훼손되니 백기 들고 들어왔다'고 쓸 것이다. 때가 아니다. 총파업을 조직해 비정규 개악안 등 저지하고 나서 사회적 교섭 추진하는 게 올바르다."(전승욱 대의원)

이어 5시20분께 이수호 위원장이 토론종결을 선언하자 '의장의 일방적 회의진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어 회의장 뒤편에서 몸싸움이 일어나고, 일부 대의원과 참관인이 단상 앞으로 몰려드는 등 소란이 일었다. 5시35분께 30여명이 단상 오른쪽을 점거해 연좌농성에 들어갔으며, 이 위원장은 5시50분께 정회를 선포하고 중앙집행위원 간담회를 열어 사태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6시20분께 회의가 속개됐으나, 단상 한쪽을 점거한 대의원들과 조합원 등은 회의장 뒤편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한 사과와 안건 폐기를 주장하며 연좌농성을 계속했고, 회의진행을 둘러싸고 1시간 반 동안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졌다. "중요한 사안이므로 찬반토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단상 점거로 대의원들의 의결권이 무시되고 있으니 퇴장시키고 회의하자"는 의견과 함께 의장의 의사진행에 방식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회의진행과 관련한 구체적 의견으로 '찬반 5명씩 추가토론하자'는 동의안으로 제출돼 이에 대한 표결이 선언됐다.

표결을 위한 정족수를 확인하는 동안 이수호 위원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사회적 교섭은 공약 사항이었고, 1년여 동안 여러 방법으로 토론해서 전체대의원들의 뜻을 물어 처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전제한 뒤 "이번 대대에서 찬반이 어떻게 되든 처리가 되면 대의원들의 뜻을 존중해서 힘을 다해서 수행을 하겠지만, 회의가 무산된다면 위원장에 대한 불신으로 보고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8시20분께 토론을 5명씩 더 진행하자는 안은 재석대의원 399명 중 71명만이 찬성해 부결됐으며, 이어 '토론종결-표결처리'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는 순간 단상 점거농성자 일부가 의사봉을 나꿔챘고, 이 과정에서 대의원·진행요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단상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어 누군가 시너를 뿌렸고, 단상 곳곳에서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했으며, 무대 위 현수막이 뜯어지고, 분말소화기가 분사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토론종결-표결처리'안은 275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위원장은 이어 사회적 교섭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대의원들이 손을 들었다. 그러나 일부 대의원이 "먼저 재석인원을 확인하라"는 항의와 함께 집계를 저지하는 한편 일부가 집기를 집어던지고 호스로 물을 뿌려대는 단상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8시57분께 회의는 다시 중단됐으며, 중집위원 간담회를 거쳐 9시34분께 속개됐다. 이 위원장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정족수를 확인했으나 376명(회의정족수 393명)으로 나타나 유회가 선포됐다.

이수호 위원장은 유회선언에 이어 "조속히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태 및 2월투쟁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제가 책임지는 문제까지도 포함해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차남호 정은희 kctuedit@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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