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보다 일자리 지키기가 중요”


오는 6월 11일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월드컵 개막을 앞둔 남아공에서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달 초 코사투(COSATU,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는 노사정위원회 격인 전국사회경제발전노동위원회(NEDLAC)에 교섭을 요청하면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동안에라도 파업에 들어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남아공지자체노조(SAMWU)가 지난 12일 총파업을 벌인 것을 비롯해 코사투 산하 노조의 단체행동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즈웰린지마 바비 코사투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코사투는 유가와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일자리 25만개 줄어드는 것을 막아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바비 사무총장은 “일자리 지키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월드컵에 대한 관심보다 확실히 크다”며 “단지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중단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사투의 이같은 경고는 최근 남아공 전력회사인 에스콤에 대한 세계은행의 차관 제공을 둘러싸고 전기요금이 25% 이상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코사투는 에스콤에 대한 공적자금 재원을 투기자본과 사치품에 대한 과세와 부유세 도입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코사투는 지난 1994년 집권한 넬슨 만델라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남아공 공산당(SACP)과 함께 삼각동맹을 맺고 있지만 근래 들어 집권당인 ANC의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삼각동맹의 정책결정 단위에 참여하는 위원 수를 놓고 양쪽이 갈등을 빚다 급기야 “ANC가 코사투를 하위 파트너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며 코사투가 공개적으로 ANC를 비난하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ANC 역시 코사투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웨드 만타쉐 ANC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코사투 지도부와의 정례협의 석상에서 “코사투가 야당처럼 행동하고 있다. 스스로를 혁명의 전위부대의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더구나 코사투의 경고뿐 아니라 산하 조직인 지자체노조와 광산노조의 파업이 예상보다 격렬히 진행되면서 코사투와 ANC 사이의 균열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산노조(NUM)가 지난 7일 임금체불과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지난 12일 남아공지자체노조의 파업에는 13만여 명이 참여해 요하네스버그, 더반, 케이프타운 등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여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고무총탄을 쏴 강제로 해산을 시키기도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