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0일째 14일 MBC 촛불문화제 열려…파업사태 장기화, MBC ‘공권력 투입 검토’ 우려돼

파업 10일째 14일 MBC 촛불문화제 열려…파업사태 장기화, MBC ‘공권력 투입 검토’ 우려돼 

 MBC노조가 MBC 장악 진상규명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10일째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MBC 지키기 1만인 촛불문화제’가 14일 시민단체 및 사회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오후7시 MBC 여의도 본사 앞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가수 강산에와 대학생, MBC 노래패들의 공연 및 영상물 상영 등 시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들이 마련돼 흥을 띄웠다. 또 이날 촛불문화제에 앞서 전국 MBC 노동조합원들이 인간 띠잇기 행사를 벌여 분위기를 돋웠다.  

 사측이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간주하고 있는 데 대해 노조 측은 “앞으로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매주 수요일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양측의 의견이 조율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파업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MBC의 파업으로 대다수 시사교양 프로그램 및 예능프로그램이 결방되며 타격을 받았다. ‘뽀뽀뽀’의 뽀미언니가 사라지는 등 유아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었다. 드라마 역시 결방만 되지 않았을 뿐 촬영 스태프들이 일부 교체되고 남은 스태프들이 두 사람 몫을 하는 등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방으로 아쉽지만 파업지지” “MBC 응원합니다. 힘내세요”라는 시청자들의 메시지가 각 프로그램 게시판을 채우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MBC가 천안함 정국에 맞춰 공권력 투입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15일자 특보에서 “사측은 최근 92년과 96년 파업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며, 본격적으로 강경 진압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면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조합을 무력화시키고, 조합 간부 체포를 이유로 사내에 경찰력 투입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이근행 MBC본부장 제언

“저희에겐 꿈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MBC가 최후의 보루이다, MBC가 마지막 희망이다, 라고 말입니다. 아무리 외쳐도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지금 MBC는 희망이 된 모양입니다.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의지처인가 봅니다.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시대에 국민 여러분은 살고 있습니다. 보수언론은 이미 사회적 공기(公器)로써 역할을 포기한지 오랩니다. 권력과 야합을 일삼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양심을 파는 것을 서슴지 않는, 모리배집단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자칭 공영방송은, 국영방송 혹은 관제방송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선전과 계도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낯이 뜨거워 볼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한 프로그램들이, 수시로 전파를 타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시대입니다.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사회적 가치들이 송두리째 휩쓸려 내려갔습니다. 불과 2년여 만입니다. 이제 패권과 권위, 탐욕과 이기, 몰상식과 후안무치가 대한민국의 생존방식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가치와 도덕이 상실되어 가고, 염치가 없는 야만이 지배하는 시간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슬픈 시대입니다.  

 언론인의 사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MBC의 사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MBC의 운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정권 들어 MBC에 대한 탄압은 지속적이고 노골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PD 수첩>의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보도를 100만 촛불시위의 배후라고 지목하며 제작진을 체포했고, 여성작가의 이메일을 샅샅이 뒤져 공개했습니다. MBC에 대한 두 차례의 압수수색이 시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승리했습니다. 법원은 제작진 전원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언론이 정부정책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MBC에 대한 탄압은 작년 8월을 기점으로 직접통제의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약칭 방문진)는 MBC의 대주주입니다. 정권은 이 방문진의 이사들을 뉴라이트 인사로 포진시켜, 온갖 협박과 야비한 술책을 동원해 두 달 전 엄기영 사장을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김재철 황희만이라는 ‘친MB 정치기자’들을 낙하산으로 투입했습니다. 청와대에 의해 MBC가 직접 통제되는 인적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들이 공영방송 MBC를 정권홍보방송, 관제방송으로 만들 거라는 건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MBC의 침몰입니다. 비극입니다.  

저희들에겐 꿈이 있습니다.

단지 월급 몇 푼 더 받자고 MBC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희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파업이라는 최후의 투쟁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들도 무노동무임금을 적용받고 징계도 받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을 피할 수 없는 건 ‘마지막 희망’ MBC를 지키고자 해서입니다.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방송, 불의를 고발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방송, 그래서 국민들이 사랑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섭니다. 진실과 비판 그리고 균형이 살아있는 뉴스, 창의(創意)로운 발상과 따뜻한 인간애가 녹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것을 국민여러분께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들의 꿈입니다. MBC를 지켜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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