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회의 준비위원회 발족, 7/14 본조직 출범…‘1만1천원 더 내고 혜택 듬뿍’ 시민운동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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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월평균 1만1천원의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내면 선택진료비, 병실 차액, 초음파, MRI, 각종 검사의 의약품, 노인틀니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OK’ 시민회의 준비위원회가 발족돼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번 ‘1만1천원 더 내기’가 그동안 정부의 재정마련 명분과 함께 확대되고 있는 민간보험 입지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단체나 기관 위주의 ‘상층’ 운동이 아닌 시민과 활동가들의 ‘아래로부터’ 운동이라는 점에서 차별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사회보험지부, 참여연대, 환자모임, 시민사회단체 등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국민건강 하나로 시민회의)은 9일 오전10시30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회의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들은 “이제 한국사회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방향을 틀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에 주목한다”면서 “현재 우리 국민건강보험은 62%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서민가계가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능력에 비례해 조금만 더 부담하면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발족 이유를 설명했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그동안 논의만 무성한 채 실천되지 못한 ‘국민건강 하나로 운동’이 결실을 거둔 것은 환자라는 수혜자 입장에서 뜻 깊고 감격스럽다”면서 “지금까지 운동이 환자들 참여 없이 상층 위주였는데 이제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거듭나 분명 잘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김동중 전국사회보험지부 지부장은 “혜택도 없으면서 보험료만 집행해 잘 먹고 잘 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때면 답변이 궁색해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건강보험 1만1천원으로 80~90% 보장이 된다면 자부심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공동준비위원장인 정태인 경제평론가는 “그동안 의료민영화, 영리화, 양극화 등을 겪으면서 반대만 외쳐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어떠한 화려한 수식에 비해 1만1천원만 내면 해결될 수 있다는 ‘대안’이 떠오른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진석 서울대 교수는 “병원비 사연들로 ARS 1천원 모금운동을 보여주는 (KBS)사랑의 리퀘스트 방송이 각박한 사회에서 정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호소와 도움을 청하는 이런 식의 방송프로그램이 있는 것 자체가 OECD국가에서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암, 신경질환, 뇌졸중 등 국민 20%가 중증경험이 있는 환경에서 이제 병원비가 남의 얘기가 아닌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건강보험 통합 10주년에 즈음에 발족한 이번 준비위원회는 약 한달 간 ‘건강보험 하나로’ 사업 홍보를 통해 1천명 이상 발기인을 모집하고 7월 14일 본조직으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8월에는 ‘시민회의’ 참여 일꾼 행사를 열고 9월에는 제주도에서 ‘제주 올레’ 한마당(건강보험 올래? 민간보험 갈래?)을 개최해 이슈를 확대할 계획이다.

 ◇‘1만1천원의 기적’ 꿈일까?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꿈일까? ‘그렇지 않다’는 이들이 드디어 논쟁 차원이 아닌 실천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OECD국가들의 사례에 입을 모은다. 평균적으로 입원진료비 90%, 외래진료비 80% 이상이 해결돼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못 받거나 주저하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간호 인력도 한국보다 서너 배가 많아 간병도 병원의 기본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됐을까? 바로 사회연대적인 방법으로 공적 의료보장제도를 강화해 재정을 확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도 기본 인프라를 갖고 있어 보장혜택 확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마련과 사용 방법이 사회연대적이라는 해석이다. 직장인과 기업주가 10만원씩, 정부가 4만원(20만원의 20%)을 부담하지만 월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정률로 부과되기 때문에 혜택은 동일하게 이루어진다. 능력에 따라 재정을 모으고 필요에 따라 나누어 쓰는 제도인 셈이다.   

민간의료보험의 급팽창에 따른 우려도 이번 운동을 현실로 가속화시켰다. 2008년 기준 국민 1인당 월평균 국민건강보험료가 3만원 남짓인데 반해, 민간의료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12만원이었다. 당해 민간보험료로 지출한 비용이 무려 12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12조원이면 보장성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국민 1인당 1만1천원 보험료 인상 산정도 이에 근거한다. 국가보조금 비율이 현행 20%에서 30%로 높아지면 국민건강보험료가 8000원으로 줄어들고 월평균 12만원에 이르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국민건강보험료가 다소 인상되지만 매월 납부하는 민간의료보험료를 고려하면 국민의 실제 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이진석 서울대 교수는 “재정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정부는 매번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것이 10년의 과정이었다”면서 “이제 시민이 부담하겠다고 나서게 되면 국가에 대해 의무를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상철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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