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주권 포기하려면 대통령직 물러나야"

▲ 이명박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연기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시민사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한겨레신문
민주노총, 한구진보연대, 평통사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한미정상회담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연기 방침 논의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한미 정상은 6월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회담을 갖고 2012년 4월17일로 예정된 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는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그 결과에 따라 연기를 공식화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25일 오후 1시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작권 전환 연기를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군사주권 회복에 역행하는 전작권 환수연기 방침 철회와 허울뿐인 전환놀음 중단, 작전통제권 온전한 환수를 촉구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오혜란 평화군축팀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2006년 9월 전작권 환수를 결정한 이래 지난 4년 간 핵심과 알맹이는 국민 모르게 야금야금 다시 장악당했고, 우리는 껍데기만을 환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4년 간 국방부가 두 차례 브리핑한 내용에 의하면 군령 계통 등 모든 면에서 실질적인 전작권 환수가 아닌 허울 뿐인 것이었다”고 지적하고 “이 마저 연기한다면 군사주권 상실로 인해 우리 민족이 겪어 온 고통과 희생을 또다시 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너무 창피하고 노여움이 치솟는다”면서 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백 선생은 오바마에게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모든 전쟁은 오바마 당신의 나라가 도발한 것이며 그 첫 번째가 한반도 분할침략”이라고 일갈하고 “한반도 분할침략행위를 연장하는 전작권을 즉각 돌려주지 않는다면 목숨 걸고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호통쳤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백기완 선생은 “오바마에게서 이 땅 5천년 역사가 요구하고, 통일의지가 요구하고, 오늘의 시민이 요구하는 작통권 환수를 가져오라”면서 “뺏어오지 못한다면 이명박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진보연대 이규재 상임대표는 “작전통제권을 미국에 저당잡힌 것은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하고 “미국에 군사통제권을 못줘서 안달하는 집권세력을 온 국민이 한 목소리로 막아내야 한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 정혜경 부위원장과 평화재향군인회 김한영 사무처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미국이 지금처럼 한국군 전략과 작전을 좌지우지하고 대북 군사작전을 주도할 경우 냉전체제 해체와 평화체제 구축 및 통일과정에서 미국 개입과 간섭을 스스로 허용하는 셈”이라면서 “그 결과 미국의 한반도 패권은 영구화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더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미군에게 예속돼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를 스스로 자초하는 이명박 정부 반국가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지금이라도 작전통제권을 즉각 온전히 환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만약 우리 경고를 무시하고 전작권 환수 연기를 강행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천추에 씻지 못할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전작권을 회수해도 핵심은 모두 미국이 갖기로 한미 당국이 이미 합의했다"고 전하고 허울뿐인 전작권마저 미국에 내주려는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사진=한겨레신문

지난 2006년 9월 전작권 환수 결정 후 국방부 내외에 포진한 반북수구 냉전세력들은 전작권 환수를 연기하려 기회를 엿보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자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걸핏하면 대북 선제타격 운운하며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국민 허위의식을 부추겨 전작권 환수 연기 여론을 부풀리는데 악용해 왔다. 2차 북핵 실험이나 천안함 침몰사고 역시 전작권 환수 연기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 방침에 대한 각계 비판과 한미 간 밀실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작전통제권은 한국전쟁 과정에서 맥아더의 강요로 미국에 넘어갔으며 1954년 한미 합의의사록에 의해 유엔사령관에게 다시 이양됐다. 작전통제권을 장악한 미국은 한국군 전략과 작전은 물론 국방개혁과 군 구조 개편, 무기체계 선정, 국방비 규모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구조화했다.

전작권 환수 관련 정부 발표 내용에 의하면 환수 후에도 전략과 작전을 한미 합의하에 작성하고 동맹 군사협조본부를 신설, 상설화해 한미군사위원회가 마련한 전략지시와 작전지능을 기능별 협조기구로 하달토록 했다.

또 연합공군사(CAC)를 창설해 미 7공군사령관이 공군작전을 주도키로 해 공군에 대한 작전통제권 환수를 사실상 포기했다. 형식적으로는 육군과 해군 작전은 한국군 지휘관이 주도키로 했으나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작전, 해병상륙강습작전 등을 수행하는 부대는 미군이 지휘하기로 했다.

WMD 제거작전이나 해병상륙 강습작전은 지상작전에서 핵심적 부분이라는 점에서 전략과 작전적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전술작전 수준에서도 한국 합참이 환수할 작전통제권이란 없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오늘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의견을 무시한 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포기하는 등 미국에 군사주권을 넘겨주려고 한다면 대통령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전적으로 맞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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