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노사협의 지배개입 파국...조합원 2명 50m 타워농성

▲건설노동자들이 또다시 50m 타워크레인에 올라 경남기업과 정박건설을 규탄하며 생존권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건설노조

경기도 군포 당동 LH 경남기업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50m 타워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노조 진OO(47세) 씨와 황OO(40세) 씨 등 조합원 2명이 파업투쟁 31일째를 맞은 지난 1일 새벽 4시 경 단체협약 체결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는 지난 5월3일부터 군포 당동 현장 골조전문건설업체인 정박건설(대표이사 김안중)과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이 실제 합의에 이르러 5월27일 임단협 조인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자 원청인 경남기업은 “자금상 문제 때문에 본사와 합의해야 한다, 공정상의 차질에 대한 약속을 하라”면서 노조와 정박건설 간 임단협 조인을 가로막고 나섰다. 원청사가 노골적으로 지배개입을 한 셈.

정박건설은 원청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마저 이행치 않고 노사합의를 파기했다. 이어 정박건설은 공사까지 포기해 버렸다.

경남기업은 기다렸다는 듯이 건설노조에 대해 “정박건설은 공사를 포기했으니 현장과 아무 관계없다”면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현장에 출입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서를 보내왔다.

이에 건설노조는 경남기업의 악의적 지배개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공사를 포기한 것이 사실인지 서류상으로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남기업은 이를 거부해 공사포기 사실관계를 의심케 하고 있다.

▲원청인 경남기업은 정박건설과 건설노조와의 노사합의에 지배개입하는 방식으로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내몰았다. 사진=건설노조

사태를 더 악화시켜 건설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경남기업을 규탄하며 노조는 6월1일 파업에 돌입, 현장 정문 앞에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원청인 경남기업은 문제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수복건설(대표이사 김영철)이라는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대체인력을 투입을 시도함으로써 파업노동자들과의 마찰을 부추기고 있다. 또 공권력을 개입시켜 파업대오를 무력화시키려고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투쟁 중인 노동조합 천막을 6월 말 경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이에 저항하던 조합원 수 명이 다쳐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대체인력이 드나들 때마다 분노한 조합원이 이를 저지하려는 상황이 빚어져 부상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조합원 2명이 현장 타워크레인에 올라 만 이틀 째 목숨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때마침 북상한 장마전선으로 인해 2일 오전 일찍부터 장맛비가 퍼붓고 있어 농성자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경남기업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 없다”며 배째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측은 직원과 용역을 동원해 문을 잠궈놓고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현장 접근을 차단했다. 현장 안에 있는 타워크레인 농성장에 식사와 최소한 필요한 물품이라도 위로 올려 보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조합원들이 밖으로 밀려나와 있어 그조차도 만만치 않다.

▲건설노동자 2명이 타워에 오른지 이틀 째가 되는 오늘(2일) 장맛비가 퍼붓고 있다. 사진=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는 2일 오전 10시 군포 당동 LH 경남기업 고공농성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죽음을 각오한 고공농성의 책임이 정박건설과 이를 뒤에서 조종한 경남기업의 잔인한 행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경남기업에 대해 단협 및 고용승계에 적극 나서 건설노동자 파업사태를 즉각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노동부도 노사합의를 가로막고 정박건설이 공사를 포기하게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은 경남기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LH는 건설노조와의 합의사항을 파기해 파업을 유도하고 공사를 도중에 포기해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정박건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및 시정조치를 취할 것도 촉구했다.

이어 군포당동 LH 현장 파업투쟁 승리, 경남기업 지배개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결의대회가 오늘(2일) 오후 1시부터 경남기업 본사(동대문구 답십리) 앞에서 개최된다.

■ 근로기준법에도 못 미치는 군포당동 LH 현장

○ 이웃나라 일본 건설노동자도 주당 40시간 일하고, 호주(38시간)·네덜란드(40시간)·독일(39시간) 등 대부분 주 40시간대 노동을 한다. 게다가 독일·호주·네덜란드는 주말에 일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공공사 현장인 군포당동 LH 현장 건설노동자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가 넘도록 10시간 넘게 일했다.

○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는 일당직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기능공임에도 불구하고 10년 전보다 못한 일당을 받으면서 일했다.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일당까지 하락하면서 최소한의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 다단계하도급은 건설현장 만악의 근원으로 건설현장 체불임금, 산업재해, 장시간노동, 부실공사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007년 건설노조 뿐만 아니라 노동부, 건교부(현 국토해양부)등과 함께 재하도급을 폐지했다. 그런데 당동현장은 버젓이 불법 도급을 강요했다.

○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은 매월 정해진 날, 현금으로 직접, 14일 이내에 지급하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군포 당동 LH 현장에서는 40일이 넘도록 임금을 깔아놓고 건설노동자들 삶을 불안케 했다. 지금도 4·5월 임금을 한 푼도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 불법 도급,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현장 안전사고는 빈번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이 현장에서 발생한 다수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해 처리되지 않고 은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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