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회 노점노동연대(준) 강남지역연합회 사무국장

“우리가 개돼지인가요? G20정상회의를 해야 하니 안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라는 겁니다. 7년 전에도 그런 강압과 사탕발림에 넘어가 속고 말았어요. 저들의 목적이 노점을 없애는 것임을 압니다.”

노점노동연대(준) 강남지역연합회 최영회 사무국장(47세)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격한 분노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11월 G20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 시내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선릉역 앞에서 부인과 함께 떡볶이, 순대, 튀김, 오뎅 같은 먹거리를 만들어 파는 최 사무국장 역시 매일같이 순간순간 단속의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강남구청 단속반은 장사를 하는 동안에도 들이닥쳐 마차를 뒤엎고 물건을 다 빼앗아가기도 한다. 11월이 다가올수록 단속이 점점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점으로 먹고사는 이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이제 검은색 조끼만 봐도 가슴이 내려앉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와서 행패를 놓는데 장사를 할 수 있나요?

최 사무국장은 2000년 처음 노점을 시작할 때만 해도 테헤란로에서 장사를 했다. 2003년 그곳을 IT거리로 만든다는 미명하에 외국인 눈에 띄면 안된다며 이면도로로 들어가라고 했다.

6개월을 싸운 끝에 노점타워 무상공급을 약속받고 물러났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120개였던 노점이 지금은 70개밖에 안 된다. 장사가 안 돼 그만두고 대리운전 등을 하는 이웃이 많다.

노점상 입장에서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이면도로로 옮겼는데 이제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그들에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말이 좋아 골목이지, 거기로 가면 우린 진짜 밥도 못 먹고 삽니다. 언론에는 깨끗한 규격마차를 줘서 먹고살게 해준다고 언론플레이를 하지만 실상은 교묘한 노점상싹쓸이정책입니다. 그동안 서울시가 노점을 얼마나 많이 없애치웠습니까?”

서울시에서 구청으로 내려간 ‘2010년도 노점관리정책 및 실행계획’에는 ‘노점관리 실적을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점관리 예산을 30억 지원하고 1등하는 자치구에는 3억원을 얹어준다.

‘노점상을 골목으로 넣다가 말을 안 들으면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없애버리라’는 대목을 전하며 최 사무국장은 격분했다. “테헤란로에서 이면도로로 물러나서도 꿋꿋이 열심히 살았습니다. 특화거리, 디자인거리,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지만 그 속에서 우리 같은 서민은 죽어갑니다.”

얼마 전 선릉역 주변에서 이웃해 노점을 하던 동지 한 사람이 단속에 시달리다 유서를 써놓고 잠적했다. 최 사무국장을 비롯한 노점동지들이 사방으로 수소문하며 그를 찾아다녔고 구청과 경찰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수수방관했다.

다행히 그는 무사히 돌아왔고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노점상들이 겪는 일상에서의 단속과 협박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준 충격적 사건이다.

“이전의 약속도 전혀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골목으로 들어가라는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 아무리 힘있고 가진 자들이라지만 그 횡포가 너무합니다. 우리는 목숨걸고 단결해서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킬 겁니다. 민주노총도 도와주세요.”

최영회 사무국장은 노점노동연대로 뭉친 동지들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들을 볼 때마다 힘이 난다. 그리고 싸울 힘도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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