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투쟁과 협상 병행하겠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의 파업이 21일로 20일째를 맞는다.

지난 1990년 방송민주화 투쟁 당시 18일 파업을 넘어서는 최장기 파업 기록이다. 최근 노사간 이뤄지는 물밑협상에서 양측의 간격이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분간 KBS노조의 파업은 계속해서 최장기 파업 기록을 경신할 태세다.

노사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KBS 본부이 투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섰다. KBS본부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지난 15일 총파업 지침 4호를 내고 ‘2차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본부는 지침을 통해 “7월 15일 0시를 기해 파업 이후를 대비한 취재, 촬영, 편집도 전면 중단하고 휴가, 출장, 개인적 사정 등으로 아직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은 15일 0시를 기해 전원 파업대열에 합류하라”고 촉구했다.

조합원들은 총파업 지침 4호에 딸 주말 9시 뉴스앵커인 김윤지 조합원을 비롯해 아나운서 조합원 17명 전원이 업무를 중단하고 파업에 돌입했고, 라디오 부문에 종사하는 조합원들도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까지 KBS본부가 집계한 파업 참가 조합원은 1000명에 달한다. 파업 직전부터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노조는 제작 인력을 최대한 전면파업에 동참시키고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에도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강경 대응했다. 사측도 이에 맞서 16일 경영진 명의의 3차 업무복귀명령을 내려 무노동무임금 적용과 징계 등을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KBS 노사갈등의 시발점은 임단협 결렬, 임단협의 핵심 쟁점은 독자적인 공정방송위원회 설치다. 그러나 사측은 ‘공정방송’ 요구가 임단협 체결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쟁위행위를 거친 이들의 합법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엄경철 노조위원장은 지난 10일 언론노보와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방송사 특성상 근로조건과 직결된 것이 공정방송”이라며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가 합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근로조건 개선 요구”라고 반박했다.

엄 위원장은 또 국민은 노조가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라고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에 화답할 수 밖에 없다“며, ”사측이 말하는 불법파업은 법리적으로도 사회적인 요구를 보더라도 스스로 자가당착이다“라고 말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불법파업 철회를 협상 개시 조건으로 내달고 단협 체결에 대해서도 공정방송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KBS 사측도 수신료 인상 추진, 외주인력 불법 논란 등 파업 장기화에 따른 출혈이 만만치 않아 양측간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20일 넘게 유지되는 파업 대오도 사측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있다. 따라서 4주째를 맞는 이번 주말부터 7월말까지 양측이 만나 진행될 물밑협상이 KBS 총파업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동과세계 486호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