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여성조합원 성폭력·단전단수 자행

 

▲ 금속노조 KEC지회 450여 명 조합원들이 노조말살을 꾀하는 사측 탄압에 맞서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파업 중 새벽시간 여성기숙사에 용역을 난입시켜 온갖 폭력을 일삼았다. 사진=금속노조

금속노조 KEC지회 450여 명 조합원들이 7월의 뜨거운 폭염 아래 마실 물, 손 씻을 물조차 끊긴 현장에서 7월29일 현재 42일째 파업투쟁을 잇고 있다.

KEC 사측은 자신들이 노동자들 투쟁을 촉발시킨 후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지난 6월30일 새벽 1시 여성기숙사와 노조사무실에 용역깡패 400명을 불법투입해 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냈다. 이어 회사는 이날 새벽 3시를 기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용역은 여성조합원들이 잠자는 기숙사와 노조사무실에 들이닥쳐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성폭력까지 일삼았다. 임신한 조합원조차 용역들이 폭력을 피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무참히 내쫓긴 조합원들이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자 회사는 다음날인 7월1일 곧바로 천막농성장 전기와 물을 끊었다. 화장실도 봉쇄했다. 한 달 가까이 회사가 고용한 용역들이 공장 내 화장실을 막고 있다. 사측은 농성천막 주변 주차장에 설치된 수돗물조차 끊었다.

인근 소방서에서도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 물을 주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항의하자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자기들은 알 바 아니라는 식이었다. 조합원들은 “전쟁포로에게도 이럴 수는 없다”며 강력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주)KEC는 대부분이 여성노동자들로 이뤄진 사업장이다. KEC홀딩스의 자회사인 KEC는 적자 운운하며 여성노동자 기본권을 무시해왔다. 그러나 정작 KEC홀딩스는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 고용안정을 요구했고, 지난 4월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을 시작했다. KEC지회는 2010년 임단협에서 판매영업 조직분리에 따른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회의 요구를 외면하며 경영여건과 재원부족을 이유로 교섭을 해태했다. 이에 지회는 지난 6월9일 경고파업을 벌이며 회사 측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불법파업 가담자를 전원 해고하겠다”, “손배청구를 하겠다”, “공장이 영원히 사라질지 모른다”며 조합원들을 협박했다. 생존권 박탈 위기에 처한 KEC조합원들은 11년 만에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지회의 11일과 12일 연이은 경고파업에도 회사는 사태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조합원 회유와 협박만을 한층 더 강화했다. 이에 KEC지회는 6월21일 전면파업에 나서 7월29일 현재 42일째 파업대오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파업 기간 중 회사는 지난 6월30일 새벽 1시 여성기숙사에 용역깡패를 투입해 폭력을 자행하는 반인륜적 범죄까지 일삼았다.

노조는 “회사가 임단협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지만 결국 그들의 목적은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노조말살이었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을 한 번 넘어보고 싶다”는 회사 관계자의 말은 곧 “노조를 깨고 싶다”는 의미였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해석이다.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돌아온 것은 결국 불법용역 투입과 직장폐쇄였던 것.

▲ 'KEC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영남권 금속노동자 결의대회'가 21일 구미 KEC 앞에서 개최됐다. 사진=금속노조

회사 밖으로 쫓겨난 노동조합이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완강히 저항하자, 회사는 겉으로는 “교섭하자”고 하면서도 노조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선결조건을 내걸었다.

사측은 “(개악)노조법 내에서 노조활동을 하라”고 요구하며,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조건을 노조가 받아들이면 교섭하겠다고 강압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고용안정과 사외이사제도의 투명한 운영 등을 요구했다. 이것을 회사는 ‘인사경영권’이라는 말로 교묘히 바꿔 간섭 말라고 한다. 또 정문 밖 천막농성장을 철거할 것과, 정문 경비실 앞에서 집회 등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지도부 징계 내용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회사는 현정호 지회장 징계해고, 상근간부 3명 권고사직, 부지회장 4명 직위해제 및 3개월 대기발령을 노조가 받아들이라고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들이대는 징계 사유는 업무방해, 불법파업 등이다.

KEC 사측은 노동조합의 투쟁이 완강히 이어지자 조합원들의 고향 부모님 집으로 협박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집으로 찾아가 온갖 회유와 위협까지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당신 딸 잘린다”, “다른 회사에 취직될 것 같은가? 어림없다”라는 회사 관계자들의 가족을 겨냥한 협박은 잔인할 정도다.

심지어 파업대오를 지키고 있는 부부조합원에게 “당신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중국 주재원으로 가 있는 매형을 자르겠다”고까지 강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 친지의 생존권을 볼모삼아 노동조합의 정당한 투쟁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회사는 가공할 노조탄압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한편 사무직 관리자와 임시직 등 대체인력까지 동원해 공장을 가동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언론에 대고 “정상가동” 운운하고 있지만 현재 경북 구미시 KEC 사업장 가동률은 30~40%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회사는 파업 초기부터 사무직을 투입하고 임시직 80~90명을 고용해 공장을 가동하려 했다. 그러나 고도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을 임시직 노동자들이 잘 해낼 리 만무했다. 또 작업과정에서 독한 냄새를 풍기는 유해물질을 다량 사용하기 때문에 임시로 고용된 노동자들 대부분이 그만뒀다. 임시직으로 일하던 한 고등학생은 작업하다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노동조합 투쟁을 막으려는 회사는 조합원들의 임금과 휴가비, 연차수당 등을 모두 끊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450여 명 조합원들은 회사 밖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자본의 노조말살을 딛고 꼭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한층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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