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시민사회·정당 등 150여개 시민단체, 국민대회 제안

▲ MBC 김재철사장이 4대강 사업 진실을 파헤친 PD수첩 '4대강 6m의 비밀' 편 방송보류 결정을 내렸다. 사진=언론노조

4대강 사업을 다룬 PD수첩 방송보류 결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언론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4대종단을 비롯한 각계는 오는 23일 여의도 MBC 앞에서 1만개의 촛불을 밝혀 PD수첩 방송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MBC PD수첩이 지난 17일 방영되지 못했다. PD수첩 제작진은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준비했다. MBC 김재철 사장은 실질적 검열절차로 제작진에게 원본 테이프를 요구했고, 제작진은 ‘제작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김 사장은 급기야 방송예정 3시간을 남겨 놓고 방송보류 결정을 내렸다. 방송보류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국토해양부가 제기한 PD수첩 ‘4대강’ 편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방송 목적이 공공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언론계, 정당 등 1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4대강 진실은폐 규탄, PD수첩 방영촉구 국민대회’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은 회견 여는 말을 통해 “4대강 사업은 우리 국민 최대의 관심사이며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일이고, 국민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으며 한 번 저질러 놓으면 회복이 불가능한 토목사업”이라고 전했다.

“방송이 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경영진이 방송을 저지한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동”이라고 지적한데 이어 임 전 부사장은 “어느 정권이나 자기 비위에 맞지 않는 보도는 저지했지만 현 정권은 박정희·전두환 정권보다도 수치를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부사장은 “국가기구로부터 방송자율과 공공성을 보장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면서 방통위 존립이유에 의문을 던지고 “이는 몇몇 PD들 문제가 아닌 모든 언론인의 문제이며 국민기본권의 문제인 만큼 온 국민이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각 시민사회 부문별 발언과 정당 대표 발언이 진행됐다.

4대강범대위를 대표해 이시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이포보에서 30일 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과 남부지청 기각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든 정부 압력에서든 PD수첩 불방을 결정한 것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시재 공동대표는 “국민 대다수가 4대강은 운하가 아니라는 말을 뭇믿던 중에 PD수첩 사태가 이를 확인해줬다”면서 “영포회 등 특정지역 이해와 일부 토건업자들 이윤을 위한 것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는데 정부는 진실을 가리며 호도한다”고 성토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이 정권 초기에 국민이 대운하를 반대한 것은 당시만 해도 언론이 살아있어 모든 방송과 신문이 대운하 허구성을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2년 반이 지난 지금 공영방송 사장을 강제해임시키고 낙하산사장을 앉히면서 언론인 10여명이 해직됐고, 100여 명은 기소돼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PD수첩이 있어 ‘검사와 스폰서’, ‘민간인 사찰’이 국민에게 알려졌고 이제 생명을 파괴하는 기만적 4대강사업을 말하려 한다”고 말하고 “언론인이 더 희생된다고 해도 4대강 진실을 밝히고 언론인, 노동자,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언론노조 MBC본부를 지키는데 전 조직적 역량을 투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언론노조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말했는데 우리 사회 가장 불공정한 세력은 대통령과 낙하산사장, 언론인들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큰집 가서 조인트 까진 김재철사장이 MBC본부와의 단협을 위반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PD수첩이 1주일 뒤인 24일 방송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민주노총은 언론노조 MBC본부를 살리는 싸움에 전 조직적 역량을 투여할 것이며, 언론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진실과 4대강을 살리는 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함안보 타워에 올라 20일 간 4대강 반대 고공농성을 벌인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처장과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 한국진보연대 이강실 상임대표, 최민희 전 방통위 부위원장,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 진보신당 정종권 부대표도 발언을 통해 4대강 사업이 대국민 사기극이자 은폐조작사건임을 규탄했다.

이들은 또 “2년 전 대운하 포기선언 당시에도 젊은보수 ‘4대강 총리’ 김태호는 낙동강 물길을 만들어 운하골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총리 내정자를 형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대련 김유리 의장과 한국청년연대 박희진 공동대표는 대국민 호소문 낭독을 통해 “언론사에서 경영권과 제작·편성권 분리 독립은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며 근본이며, 공영방송 사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전하고 “제작진이 스스로의 양심과 언론인의 책임의식에 기반해 프로그램을 제작토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 생명의 강, 민주주의의 핏줄인 언론이 파괴되고, 이 무지몽매한 정권은 자연과 생태를 파괴하고, 순리를 거스르며 이 땅 구조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다”면서 “정권에 장악된 언론은 역사의 파수꾼이 되지 못하고, 진실을 외면하면서 나날이 정권의 나팔수가 돼 가고 있다 이 땅 민주주의는 빈사상태”라고 성토했다.

시민사회는 “‘PD수첩 제작진은 진실의 목격자, 시대의 파수꾼이라는 소명의식으로 고군분투했다”고 전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일체 부당한 압력에 굴복치 않고 그 떳떳함으로 온갖 고난을 헤쳐 왔다”면서 “지금 그들이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을 우리가 지키는 것은 이 땅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5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을 향해 “강은 자연의 것이고, 언론은 국민의 것이며, 우리가 나서서 스러져가는 4대강과 언론을 지켜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우리 모두가 강물이 돼 4대강의 묻혀진 진실을 드러내야 할 때”라면서 “강은 흘러야 하고, PD수첩은 방송돼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 "4대강은 운하다 PD수첩 방송하라!" 사진=언론노조

오늘 회견 참가자들은 오는 23일 오후 여의도 MBC 앞에서 4대강 진실은폐를 규탄하고 PD수첩 방영을 촉구하는 1만개 촛불을 밝혀 들자며 국민대회를 제안했다.

야당과 제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늘(20일) 8시에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든다. 그에 앞서 오후 7시 4대종단은 각각 기도회를 갖고 대한문 앞으로 집결할 예정이다. 불교는 조계사에서, 기독교는 성공회에서, 천주교는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도회를 가진 후 촛불을 들고 대한문으로 간다.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과정, 마스터플랜 작성 과정 등 미공개 사실을 관계자들 증언을 통해 방송하는 것으로 예고됐다.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4대강 살리기 계획 기본구상을 만들기 위한 비밀팀이 조직됐다. 이 팀에는 청와대 관계자 2명을 비롯해 국토해양부 하천 관련 공무원들이 소속됐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6월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대운하 사업 중단 의사를 밝힌 지 불과 3개월 지난 시점이다. 당시 이 모임에 참석한 청와대 행정관은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이자 영포회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이 수심을 6m 확보해야 한다는 구상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는 내용도 프로그램에 담겨 있다.

한편 이명박 정권과 그 하수인들의 언론장악과 4대강 사업 비호 음모에 맞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도 나섰다. 

MBC본부 조합원들은 지난 19일 오전 이른 시간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이명박 정권과 김재철 사장의 ‘4대강 틀어막기’ 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MBC 시사교양국 비상대책위는 18일 긴급총회를 열어 PD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이 원안대로 방영될 때까지 시사교양국 명운을 건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다음주 이 방송이 나가지 않을 경우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