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회사 짝짜꿍 상해진단 조작 제출, 지회장 구속시키려 안간힘

KEC가 사건을 조작해 노동조합 위원장을 구속시키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노조 무력화를 획책하는 회사에 맞서 8월26일 현재 71일째 전면파업을 벌이며 완강히 투쟁하고 있다.

검찰이 현정호 KEC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난 23일 경미한 차량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일 오전 7시30분 경 KEC 서문 출입구 쪽에서 지회장 차량에 경비가 살짝 부딪힌 사고다.

이날 조합원들은 차량 50여 대를 나눠타고 공장 울타리를 돌며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투쟁의지를 다지는 중이었다. 서문 출입을 통제하던 경비가 현장 상황을 보려고 나온 현정호 지회장 차량에 충돌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서장을 비롯한 수십 명 사복경찰과 무장병력이 출동해 있었다. 경찰서장은 현 지회장을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도록 지시했다. 지회장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연행됐다.

피해자가 고소를 하기도 전이었고, 또 통상적 교통사고인지 고의로 부딪힌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사이도 없었다. 경찰에 연행된 지회장에게 씌워진 혐의는 ‘고의로 차량을 이용해 상해를 가했다’는 것이었다.

KEC지회장 탄 차량 공장 경비와 충돌사고...사건 경위 모호한 상황서 현행범으로 체포

그 후 KEC 노무과장이 경비를 데리고 경찰서에 나타나 2주 상해진단을 제출했다. 경비는 KEC 소속이 아닌 명성기업 직원이다.

현정호 지회장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피해자인 경비의 진술은 대단히 악의적이다.

그러나 사실이 어찌됐든 피해자가 생겼고 지회장은 곧바로 사과의 뜻을 전하며 합의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는 잠적했다. 지회는 사고 다음날인 24일 피해경비가 소속된 명성기업 측에 피해자와 연락하게 해 달라고 청했다.

이에 대해 명성기업은 “모른다”고만 했다. 명성은 KEC 노무팀에서 “알려고 하지 마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피해자를 빼돌려 사건을 키우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 결국 이번 사건의 진위와 무관하게 경찰이 2주 상해진단을 근거로 평화적 파업투쟁을 전개해온 지회장을 구속시키려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경미한 사고를 갖고 통상적 법 적용을 뛰어넘어 공권력이 노조탄압에 합세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노조는 물론 시민사회도 크게 항의하고 있다.

KEC지회 "노조피해는 수수방관하던 경찰이 악의적으로 노조탄압 분명"

KEC가 지난 6월30일 새벽 여성기숙사에 용역을 투입해 온갖 폭력을 저질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조합원이 부상을 입었다. 진단 3주, 2주, 10일 등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조합원만 해도 8명이나 된다.

사측은 지난 8월4일 새벽시간을 틈타 또다시 천막농성장에 용역을 난입시켰다. 경찰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그랬던 경찰이 서장의 주관적 판단과 지휘에 따라 지회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검찰도 편파적 경찰처사에 똑같이 편승해 노조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현정호 지회장을 체포하자마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난 7월20일에 이어 두 번째.

이번에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는 23일 경비와의 차량접촉사고 뿐 아니라 지난 번에 기각됐던 영장청구 사유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현남호 KEC지회장 영장 기각...피해자 잠적 후 애초 2주 상해진단 6주로 바꿔 법원에 제출

현남호 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25일 결국 영장은 기각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또다시 충격적 사실을 접했다. 25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자가 제출한 상해진단 내용이 바뀐 것이다.

애초 피해자인 경비는 2주 상해진단을 경찰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실질심사에서는 6주로 바뀌었다.

갑작스런 변경에 변호인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검찰은 “애초 2주 진단발부 사실이 있고, 이후 정밀검사를 통해 6주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핵심은 2주가 6주로 늘어난 것이 아니다. 6주 진단서가 발부된 구체적 내용을 보면 무릎인대파열과 증세다. 통상 무릎인대파열은 운동과정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 무릎인대가 파열될 경우 심하게 붓고 통증이 동반돼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나 KEC지회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피해자인 경비는 사건 직후 경찰에 KEC 노무과장과 함께 아무런 불편 없이 정상적으로 걷고 있었다. 즉 보행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상태였던 것.

노조 "최초 진단 의사 증언과 CCTV화면 통해 진실 규명해야"

6주 진단이 무릎인대파열 증상 때문이라면 최초 진단을 받은 병원에서도 외관상 모를 리 없다. 이를 회사나 경찰서에 찍힌 CCTV화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또 만약 피해자가 강동병원에서 6주 진단을 받았다면 그 병원에서 수술 등 입원치료를 받고 있어야 하는데 입원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사고 당일인 23일 사곡동 한 정형외과에서 2주 상해진단을 끊었고, 24일 지회가 합의하려고 접촉을 시도했을 때 잠적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무릎인대파열로 6주 진단서를 제출했다.

KEC지회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최초 피해자를 진단한 의사의 소견과 회사가 보관한 CCTV를 공개해야 명확한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 노조는 또 회사가 경비를 빼돌린 이유가 사건을 조작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의혹을 갖고 있다.

노동조합은 “진실에 한 노동자와 가족의 인생이 달렸다”며 이런 의구심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진상을 밝히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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