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유급 21명 무급 85명 두기로

노조 전임자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해 대리전을 벌여 온 기아자동차 노사가 31일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잠정합의했다. 막판까지 쟁점이 된 것은 역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적용 문제였다. 노사는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타임오프 한도에 맞춰 유급 전임자(근로시간면제자)를 21명 두기로 하고, 이와 별도로 85명의 무급 전임자를 인정하기로 했다.

무급 전임자 확대 ‘패턴교섭’ 되나

노사는 올해 5월부터 임단협 개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다 지난 11일에야 상견례를 열었다. 그리고 8차례의 본교섭과 5차례의 실무교섭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의 핵심은 무급 전임자 확대다. 노동부가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합의와 관련해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터라, 회사측이 현행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합의를 내놓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반면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지부장 김성락)는 전임자수의 급격한 감소가 노조활동을 저해한다며 “전임자 현행 유지”를 주장해 왔다.

돌파구는 무급 전임자 합의를 통해 마련됐다. 노사는 무급 전임자를 85명까지 두기로 합의하고, 무급 전임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노사협의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무급 전임자 급여는 원칙적으로 지부가 부담해야 한다. 지부는 장기적으로 조합비 인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올해 신설된 일부 수당을 무급 전임자 급여로 사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회사는 ‘법을 지켰다’는 명분을, 지부는 ‘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했다’는 명분을 각각 얻었다.

이번 합의는 전임자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인 다른 사업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급 전임자를 인정하고, 별도의 무급 전임자를 두는’ 방식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근로조건은 ‘현대차 수준’으로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해 노사는 현대자동차와 근접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뤘다. 기본급 7만9천원 인상, 성과·일시금 300%+500만원 지급 등은 현대차 합의내용과 동일하다. 신차 성공을 위해 회사가 지급하기로 한 주식 120주는 현금으로 환산했을 때 370여만원에 해당한다. 30주(420여만원)가 지급된 현대차와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 밖에 노사는 별도의 ‘고용보장 합의서’를 체결, 합의서 체결 시점 현재 전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의 주요 현안인 ‘주간연속 2교대제’는 내년 6월까지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노사는 고용 문제와 직결되는 국내 생산물량은 올해 기준 연간 117만4천대 생산체제를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지부는 “어느 해보다 어렵게 진행된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노사가 20여년 만에 무파업 합의에 이르렀다”며 “내년에는 주간연속 2교대제 완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난제로 꼽혔던 전임자와 고용보장 문제에서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윈-윈’하는 지혜를 발휘했다”며 “앞으로 노사가 더욱 협력해 고객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2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기사제휴/ 매일노동뉴스 구은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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