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식 열사 23년만의 장례식...8일 민주노동자장

지난 8월26일 민주노총 중집 회의에서 23년 전 의문의 죽음을 당한 정경식열사의 장례를 전국민주노동자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정경식은 누구란 말인가? 그는 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23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영면의 세계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아야만 했단 말인가?

정경식열사는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부산기계공고에 입학했으나 중퇴하고 84년에 대우중공업에(두산인프라코어-두산DST) 입사하여 특수 생산부(장갑차를 생산하는 1급 방산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였다. 산재를 당해 창원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중에 노조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던 직장 동료를(그는 87년 5월 선거에 민주파 지부장후보였음) 만난 후 노조민주화 투쟁에 헌신적으로 함께한다. 이후에 카톨릭성당 등에서 민주노조를 세우기 위한 학습모임과 조직소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한다. “좌경용공”, “빨갱이”라는 이념공세에도 그는 굴하지 않고 조합원들과 함께 정의롭게 사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겠다고 두둑한 배짱을 드러내는 활동가였다.

   
▲ 열사.
87년 6월 항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대우중공업 노조는 60년에 창립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95년 민주노총이 만들어 지면서 민주노총으로 조직전환을 했다. 당시 87년 5월에 지부장선거는 조합원 직선이 아닌 대의원 간선제였다. 대의원 선거 결과 민주파 후보 지지 대의원이 전체지부대의원 13명중 7명으로 민주파 지부장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조합원들은 희망했다. 그러나 대의원 1명이 조합원을 배신하였고 결과는 뒤집어져 버렸다.

여기에 정경식열사는 분을 참지 못하고 배신한 대의원에게 문책을 하던 중 시비가 붙어 한명이 얼굴을 다쳤고, 피해자는 다음날 창원경찰서에 고소를 했다. 주변에서 합의를 하려고 노력했으나 보이지 않는 힘의 작동으로 끝내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 결국 6월8일 정경식열사는 2공장에서 조퇴허락을 받고(피해자는 1공장에서 일하고 있고 거리상 2KM정도 떨어져있음) 피해자와 합의를 위해 나간 후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리고 열사의 시신은 9개월 뒤 88년 3월2일 창원의 불모산의 작은 산불로 인해 발견이 된다.

올 8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당시 열사의 시신은 밤나무 가지에 목을 맨 것으로 위장이 되어 있었으나 여러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었다. 목을 맨 밤나무 가지가 열사의 체중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문제 제기를 하자 나중에 그 가지는 누군가에 의해서 잘려짐), 산불에 옷가지가 탔는데도 비닐로 만들어진 회사출입증은 멀쩡하다는 점(발견 당시 유골만 남아 있어 정경식임을 확인키 위해 의도적으로 산불을 내고 출입증은 멀쩡한 것 아니냐?), 87년 쉘마라는 강력한 대형 태풍이 지나갔는데 들고 나간 우산이 유골 옆에 꼿꼿이 서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제기했으나 경찰과 검찰은 자살로 내사 종결을 한다.

이후 2002년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의 조사과정에서는 국과수의 시신 발견 장소 토양분석과 목을 맨 끈에서 혈흔반응이 없다는 점 등으로 자살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을 밝혔고 어떻게 시신이 이동되어 왔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점, 가해자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진실규명 불능”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올 해 8월 23일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을 받았다.

87년 6월8일 이후 행방불명된 정경식동지를 찾기 위해 어머니는 7, 8월 봇물 터지듯 거리로 나온 창원지역의 노동자 대투쟁의 대오 속에서 경식이의 사진을 가슴에 들고 “노동자 내 아들 좀 찾아 달라”며 눈물로 함께했다. 93년 내가 대우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에 당선되어 어머니를 찾아뵙고 “진상규명은 좋은 세상이 오면 훗날의 역사에 맡기고 노동조합에서 경식이 장례라도 치렀으면 한다”고 호소하자 어머니는 “진상을 밝힐 때까지 절대로 장례는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하셨다.

지금까지 한 점 부끄럼 없이 불혹의 세월을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고스란히 바쳤다. 다시 피어나는 진정한 전태일정신이 아닌가? 이제 살아있는 우리는 열사의 영전 앞에서 영면을 기원하며 머리를 숙인다. 그리고 어머니의 순결한 투쟁정신을 우리가 이어받아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분투를 결심한다.

전재환 / 두산인프라코아(옛 대우중공업) 조합원, 민주노총 인천본부장

정경식 열사 장례일정
- 발인 : 9월 8일 오전 8시 30분 민주노총/금속노조 앞
- 노제 : 9월 8일 오후 3시 경남 창원 진동마을, 오후 4시 30분 경남 창원
- 하관 : 9월 8일 오후 7시 마석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
※ 9월 7일 오후 5시부터 금속노조 회의실에 분향소가 설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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