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 지원 촉구 제정당·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열린 '대북 쌀 지원 촉구 제 정당,사회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정혜경 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북녘 동포들이 15년 만에 극심한 수해를 입어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대북 쌀 지원을 촉구하며 민간부문이 직접 쌀을 갖고 가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지난 8월 말 신의주 지역 폭우로 인해 압록강 물이 범람, 30,000ha 농경지와 15,000여 가옥이 침수되고 수만 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북측 적십자사는 남측에 대해 쌀과 수해복구 장비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북한은 지난 4일 남측에 대해 대북 수해지원을 위한 쌀과 중장비, 시멘트 등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7일 대승호를 송환하고, 10일 조선적십자회 명의로 추석 즈음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제의했다.

북측은 통지문에 “이번 상봉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명시했다.

북측의 요청에 대해 정부 당국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연일 언론이 보도한다. 정부는 대북 수해지원을 통해 그동안 막아온 쌀 지원을 검토해 왔고, 오늘(13일) 5,000톤 지원 입장을 확정했다.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통일쌀 보내기 국민운동본부’는 통일쌀을 긴급 구호물자로 지원하겠다는 반출계획서를 제출하고 현재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통일부 반출승인만 나면 당장 내일이라도 통일쌀 200톤을 북녘 동포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통 크게 쌀 지원을 결단하고 민간단체 대북 쌀 지원을 즉각 승인할 것과 조건 없는 인도적 북녘 수해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열린 '대북 쌀 지원 촉구 제 정당,사회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에 참가한 노동,정당,사회시민단체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익기자

대북 쌀 지원을 촉구하는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13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대북 쌀 지원 촉구 제정당·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회견에 참가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정부의 대북 쌀 지원 결정을 환영하는 한편 “5,000톤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면서 지원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김상근 대표는 회견 여는 말을 통해 국민을 향해 “이명박 정부에 수해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동포들에 대한 대북 쌀 지원을 준엄히 명령해 달라”고 호소하고 “어려울 때 돕는 것이 한반도 위기관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농민은 쌀 대란으로 어려운 이 때 쌀을 북한에 안주고 짐승 사료로 쓰겠다는 발상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미 돕고 있고, 미국과 유엔도 돕겠다고 하는 이 마당에 우리 정부가 말하는 쌀 지원 규모가 5천 톤밖에 안 되는 것이 부끄럽다”며 더 많은 쌀을 보낼 것을 촉구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내 쌀 대란 속에서도 90만 톤 쌀을 수입했고, 대북 쌀 지원은 대책 없이 틀어막았다”고 규탄하고, “추석 전에 대북 쌀 지원 물꼬를 반드시 터야 한다”고 제기했다.

강기갑 대표는 “대북 쌀 지원을 화내며 얼굴 찡그리며 할 것이 아니라 추석을 맞는 기쁜 마음으로 남북관계가 잘 풀릴 수 있게 국민 힘을 보태자”고 밝혔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금 조성되고 있는 정세를 이명박 정부는 머리가 있다면 빨리 알아채고 대북 쌀 지원에 나서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정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거세게 몰아치는 이명박 정부의 노조탄압을 딛고 민주노총 조합원 전체가 대북 쌀 지원운동에 나섬으로써 민족의 혈로를 뚫고 통일의 길을 여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전여농 김경순 회장 등도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대북 쌀 지원을 촉구했다.

이광석 전농 의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그동안 쌀은 전략적 물품이라며 대북 쌀 지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온 정부가 북측 수해 지원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00억원 규모 내에서 지원하겠다는 전향적 태도 변화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북녘 수해를 계기로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교류를 복원하고 천안함 사건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범국민적 통일쌀 보내기 운동으로 큰물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북녘 동포들에게 용기를 나누고, 쌀 대란으로 근심하는 남녘 농민들에게 희망을 나누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견 참가자들은 “쌀을 나누면 평화가 온다, 정부는 대북 쌀지원 즉각 나서라!”고 적힌 손펼침막을 높이 들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 쌀 지원 결단을 촉구했다.

■ 북녘 수해 현황과 통일쌀 보내기 운동 경과

* 2010년 북녘 수해 현황

-지난 8월19~20일 중국 동북지방에 폭우, 21일부터 수풍호 주변 지역에 내린 폭우로 주택 7,100여 채, 7,750여 세대가 모두 부서지거나 파괴, 침수돼 15년 전인 1995년 큰물 피해보다 더 혹심한 수해를 입음.

-주택뿐만 아니라 수 백 여 채 생산건물과 공공건물도 완전 파괴되거나 부분 파괴됐음. 의주군 룡계중학교 등 중학교 4곳과 소학교 2곳, 유치원 7곳이 부분 파괴돼 컴퓨터를 비롯한 교구비품이 유실됨.

-농경지 14,800여 정보가 침수, 매몰되는 등 피해를 입어 올 가을 수확을 거의 기대하기 어려움. 특히 지난 8월21일 새벽 2시 경 갑자기 불어난 압록강물에 신의주 하단리 전체가 잠겨 주민 1,000여 세대가 긴급 대피했음. 논밭 모두 물에 잠겨 벼, 옥수수, 콘 등을 전혀 수확할 수 없게 됐음. 내년 농사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됨

-전력부문에서도 변전소들이 많은 피해를 입어 수해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있으며, 공장·기업소에서도 전동기·변압기·양수기가, 협동농장에서는 트랙터·탈곡기가 피해를 입었음.

* 통일쌀 보내기 운동 경과

-2010. 8. 26 대한적십자사, 대북 수해 복구 지원 제의
-2010. 8. 31 북녘 수해지원 긴급 물자로 쌀 100톤 반출계획서 통일부 접수
-2010. 9. 3 정부 고위 당국자, 민간차원 대북지원 허용시사

-2010. 9. 4 북측 조선적십자회, 적십자 채널 통해 ‘쌀, 시멘트, 중장비 수해 복구 지원 품목’ 수정 제의
-2010. 9. 7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4당과 자유선진당 의원 일부 등 의원 100명이 국회에 ‘쌀 대북 지원 촉구 결의안’ 제출

-2010. 9. 8 현인택 통일부장관, 국회에서 “쌀은 대한적십자사가 제시한 한도(100억원) 내에서 전향적 검토” 답변
-2010. 9. 9 민주노동당, 긴급구호 물자로 쌀 100톤 추가 신청
-현재 9월17일자로 통일쌀 203톤 반출신고 통일부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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