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에도 같은 사고 발생...“그 쇳물 쓰지 마라”

29살 젊은 노동자가 1600도의 끓는 쇳물에 떨어져 사망한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충남 당진군 석남면 환영철강 노동자 김OO 씨가 지난 7일 오전 1시50분 경 전기로에서 작업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아래로 추락했다. 그가 떨어진 곳은 펄펄 끓는 1600도의 용광로였고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작업현장에 펜스하나만 설치돼 있었어도 이 억울한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매출액 4771억 원, 당기 순이익만 359억 원인 환영철강(김영진 대표이사)이 돈이 없어 펜스를 만들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이 사고소식을 들은 국민들 애도물결이 이어지면서 불과 얼마 전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퍼져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도 동부제철 인천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역시 펜스가 없어 일어난 사고다.

한국은 OECD 산재발생률 1위의 오명을 가진 나라다. 하루에 평균 6명씩 매년 2,100여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기업주를 처벌하는 제도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 위험천만한 작업장에 펜스조차 설치하지 않아 꽃다운 노동자가 처참하게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는 재해공화국.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반복적이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산재사망이 발생하면 기업주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기업살인법이 시행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단체, 노동안전단체, 진보정당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노동부의 관리소홀을 규탄하고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기업주 책임을 묻는 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한다.

2010년 8월17일에 이어 9월7일 20일 간격으로 노동자들이 용광로에 추락해 사망한 것은 노동부가 산재관리를 등한시하고 있음을 증명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을 통해 이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추모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사고 이틀 뒤인 9일 한 포털사이트에 조시弔詩가 올라왔다.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제목의 조시는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며 1600도가 넘는 고열에 시신조차 찾지 못한데 대한 비통함을 표현하고 있다.

시는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라면서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라고 말해 아들을 참담하게 저 세상으로 보낸 어머니의 안타까움과 남은 자들의 몫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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