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앞 집회가 해고이유...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분노 폭발

▲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열린'택시노동자 집단해고 사주 주한미군 교역처(AAFES)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한 드림택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택시노동자 40명이 집단해고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드림은 동두천시에서 일반택시운송사업 한정면허를 발급받아 주한미군기지(Camp Casey & Camp Havey)를 출입하며 택시영업을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노사교섭에 불성실하고 임금을 체불한 것도 모자라 최근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하는 등 노골적으로 노조탄압을 일삼았다.

노사 간 원만한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동조합은 지난 8월28일 주된 영업장소인 동두천 주한미군기지 앞에서 '단체협약 체결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집회신고를 마친 상태에서 개최한 명백한 합법집회였다.

그러나 이 집회를 연 것에 대한 대가는 노사관계 해결이 아닌 노동자 집단해고였다. 주한미군은 교역처(AAFES) 시설 내 택시영업을 불허한다는 통보를 했고, 이에 따라 사측은 안희철 분회장을 비롯한 집회 참가 조합원 40명 전원을 해고했다. 주한미군이 노동자 집단해고를 사주한 것이다.

이 소식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 전체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1시 미 대사관 앞에서 택시노동자 집단해고를 사주한 주한미군 교역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주한미군기지 앞이 성역이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가 주한미군 측의 명백한 기본권 침해이자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라고 규탄하고 즉각적 원직복직을 촉구했다.

▲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열린'택시노동자 집단해고 사주 주한미군 교역처(AAFES)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한 드림택시 조합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이날 회견 참가자들은 지난 2002년 두 여중생을 미군이 장갑차로 깔아 죽여 온 국민 분노가 폭발했던 사태를 상기하며 해고된 택시노동자들 전원을 원직복직시키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반미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한미동맹을 혈맹이라고 칭하는 외교관계를 국민 대다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고 "택시노동자들의 노사관계 해결을 위한 정당한 집회에 대해 미군이 사업주와 짜고 집단해고를 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주인이 사랑해야 밖에 나가서 대접받는 법"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의 국민 무시 행태로 인해 우리 국민이 타국 군대에게까지 멸시당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어 "합법적으로 보장된 노조활동에 미군이 나서서 간섭하고 탄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고 "정부와 대통령은 국격 운운하기 전에 미군 교역처 일부 직원에 짓밟힌 우리 국민과 노동자 자존심부터 지키라"면서 "빠른 시일 내 적절한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노동자민중의 반미투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운수노조 택시본부 구수영 본부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주한미군 교역처가 대한민국 노동자 40명을 집단해고하도록 (주)드림택시 사업주를 사주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구 본부장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월터 샤프 주한 미군사령관에게 진상조사와 더불어 한국 노동자들 기본권을 침해한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군교역처 잘못을 시정하도록 직접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민 자유를 침해하고 노동기본권을 무시한 잘못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부당하게 해고된 드림택시 노동자 40명을 전원 원직복직시키라"면서 우리 정부 당국에 대해서도 공식적 항의와 조속한 시정조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우리 정당한 요구인 40명 전원 부당해고 철회 원상회복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미국에게 강탈당한 노동기본권을 되찾는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한국 노동기본권을 침탈한 주한미군을 규탄하고 미국을 반대하는 범국민적 투쟁으로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민주노총 정희성 부위원장이 28일 열린 '택시노동자 집단해고 사주 주한미군 교역처(AAFES)규탄 기자회견'에 참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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