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용산참사·쌍용차 사태 막아야 한다”...경찰, KEC 공권력 투입 압박

▲ 경찰이 점거농성 중인 구미 KEC 공장에 공권력 투입을 압박하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KEC-기륭 사태 해결을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KEC지회가족대책위 소속 최승아씨가 KEC 사태 해결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명익기자
금속노조 KEC지회가 오늘(25일)로 닷새째 공장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언론을 통해 공권력 투입 운운하며 폭력진압 입장을 밝혀 조합원 가족들과 노동계가 분노를 표명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주 민주노총 위원장을 초청했고 민주노총은 이를 거부했다. 청와대는 국가고용전략을 이야기하자고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 난 불법파견 문제를 외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교조·공무원노조·운수노조·건설노조 등에 대한 인권위 권고조차 무시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제2의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막아야 한다”며 금속노조 KEC지회와 기륭분회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는 KEC투쟁 가족대책위원회가 참석해 위험천만한 공장에서 경찰과 용역에 둘러싸여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족들을 애통한 눈물로 호소하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내몬 곽정소회장을 향해 비판 목소리를 쏟아냈다.

기자회견에서는 기륭전자 투쟁에 대해서도 집중 제기됐다. 기륭사태는 최근 중재협상에 들어갔고 노조가 최대한 양보해 해결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조인식 직전 최동렬회장이 조합원 10명 직접고용 문제를 뒤집어 또다시 투쟁이 시작됐다. 기륭전자 노동자 2명이 지난 13일부터 13일차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김소연 분회장과 송경동시인,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 등도 포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며 단식을 잇고 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회견 여는 말을 통해 “구미 KEC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하고 “노조는 4개월 넘게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며 정당하게 투쟁했지만 자본은 합법적 투쟁을 불법으로 매도해 교섭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조합원이 대부분인 노조가 공장점거라는 극단적 상황을 선택한 것은 타임오프를 빌미로 정리해고를 하려는 회사와 이를 용인한 정권에 있다”면서 “기륭 역시 노동자가 많은 것을 양보해 타결을 앞뒀으나 회사가 이를 뒤집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하고 “이들에게 용산참사와 쌍용차처럼 무자비한 공권력을 투입해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민주노총은 모든 것을 걸고 이 정권과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자오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도 “기륭 문제가 막판 타결까지 갔다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KEC도 120일 가까이 정부 방치 속에 공장 밖으로 쫓겨나 천막생활을 하던 중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 공장으로 들어갔다”고 전하고 “노조는 수용할 수 없는 것까지 양보했지만 회사는 노조의 존재를 아예 없애려고 최악의 상황으로 몰았다”고 지적했다.

▲ 경찰이 점거농성 중인 구미 KEC 공장에 공권력 투입을 압박하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KEC-기륭 사태 해결을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공권력 투입을 경고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이명익기자
전희정 KEC 공권력투입 결사반대 사태해결을 바라는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은 KEC 조합원들과 가족을 대표해 애타는 심정을 토로하고 곽정소회장과 정부가 나서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 위원장은 “아빠들이 4개월 넘게 집에 오지 않고 투쟁하는 동안 가계빚이 늘고 온갖 어려움 속에서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회사가 귀를 막고 대화에 나서지 않았고, 공장점거는 마지막 우리 희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들이 더 피를 흘리고, 죽어나와야 국가가 개입할 거냐?”고 반문하고 “공장에 배치된 공권력이 나가고, 우리 아빠들, 언니 동생들 모두 무사히 나올 수 있게 도와 달라, 부디 아빠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가장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대위 김은숙 씨도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삼키며 “제 남편이 KEC를 위해 20년 간 뼈빠지게 열심히 일하며 회사를 키웠는데 이제 와서 쓸모없다고 나가라고 할 수 있느냐? 월급을 더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받아만 달라고 그렇게 외쳤다”면서 곽정소회장을 향해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 조합원은 “기륭전자가 지난 2005년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고용해 마구잡이 해고하면서 투쟁이 시작됐고, 그들은 ILO권고와 불법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교섭이며 노조는 언제나 회사에게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교섭을 갈구했다”고 성토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KEC와 기륭 두 노동조합이 모두 최대한 양보하며 교섭을 통한 사태 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자본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했고, 이에 절망한 노동자들이 목숨 건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노조대표자들을 불러 국가고용전략을 이야기하고, G20 관련해 협조하라고 하지만,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국내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며 국제사회 중재자를 자임하려는 오찬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민주노총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기륭노동자들은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한 채 생명이 경각에 달린 극한투쟁을 하고 있으며, KEC 농성조합원 일부는 유서에 가까운 편지를 가족에게 전하고 공장에 들어가 위험천만한 상황이 눈앞에 진행되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이 곡기를 끊고 절박한 투쟁을 하는데 투쟁하는 조직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동탄압으로 임기를 시작해 노동탄압으로 임기를 마칠 작심을 한 대통령 얼굴을 보고 함께 밥이나 먹자고 청와대에 가서 웃으며 사진찍을 순 없다”고 김 위원장은 일갈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정부는 KEC, 기륭, 고대병원 등 현안 해결 없이는 G20 ‘성공’은 요원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민주노총은 이들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구미에서 긴급 중집을 개최해 조직 명운을 걸고 폭력정권에 항거하는 중요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KEC 공권력 투입 결사반대, 사태해결을 바라는 가족대책위원회’ 호소문도 배포됐다. 가족대책위는 “KEC 조합원들의 공장점거는 평화적 방법을 외면당해온 노동자들의 항거이며, 공권력으로 짓밟아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하고 “KEC 곽정소 회장은 당장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25일 기자회견에 참가한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 조합원이 ILO 권고 사항도 무시하는 기륭측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이명익기자

▲ 25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희정 KEC지회 가족대책위 대표(오른쪽)가 사측의 책임있는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가대위 소속 최승아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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