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대정부질의...조현오 경찰청장 사퇴 등 해결 촉구

구미 KEC 사태가 경찰과 사측이 공모해 교섭대표자 체포를 시도한데 따른 김준일 지부장 분신으로 이어지면서 일촉즉발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KEC가 경찰과 짜고 교섭을 함정삼아 김준일 지부장을 체포하려 했고 이에 지부장에 분신으로 항거했다는 소식을 들은 농성조합원들은 크게 격분했다.

민주노총은 31일 김준일 지부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야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회사에 대해 농성현장에 배치된 경찰병력과 용역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의료진과 식량·생필품을 제공하고, 직장폐쇄 철회 등 사태 해결의 구체적 의지를 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회차원에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31일 현장에 내려가 사태 해결에 나섰다. 1일 오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 7명도 구미 KEC 앞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공동노력에 들어갔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1일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정부와 사측이 공모해 체포를 시도, KEC 김준일 지부장 분신을 초래한 문제 관련해 총리가 사업장을 방문해 사과하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력히 질타했다.

홍 의원은 대정부 질의에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장관의 사과와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조현오 경찰청장을 사퇴시키라고 준엄히 촉구했다.

“대통령은 노동계를 오찬에 초대하고 뒤에서는 파업 사업장에 공권력을 투입할 궁리만 하고 있었다”고 말한 홍희덕 의원은 “경찰은 교섭하러 나온 노조 지도부를 체포하려 했고, 이에 저항하면서 노조 지도자가 끝내 분신했다”고 전했다.

이어 “옛날 같았으면 다른 나라에서 온 사신의 목을 베는 몰염치한 짓을 해놓고, 가족들을 따돌린 채 극도의 화상을 입은 환자를 몰래 다른 병원으로 빼돌리는 짓을 한 것이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끄는 경찰이고 이명박 정부의 경찰”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총리를 불러낸 홍희덕 의원은 “정부는 G20을 한다고 떠들지만 정작 노동3권은 세계 최하위”라고 일갈하고 “KEC는 오늘로 파업 137일을 맞았고, 사측이 직장을 폐쇄했으며, 1,000명 상시 근로자 중 700명이 노조에 속해 있고, 그 중 200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데 3일 전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총리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다그쳤다.

홍 의원은 “노동자들 요구는 단체교섭 체결이지만, 6월30일 이후 회사는 단 한 번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경찰은 교섭을 미끼로 노조 지도부를 체포했으니 그 책임은 전적으로 경찰에 있다”면서 “도대체 이런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희덕 의원은 또 “정부와 사측이 결탁을 하고 공모한 결과 노동자는 죽음의 문턱까지 치달았고, 공장의 노동자들은 분노로 가득 차 문제 해결지점은 더 좁아지고 말았다”고 말하고 “이것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냐? 사측과 공모해 노동자들을 함정으로 내모는 것이 공정이냐?”면서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자적 시각과 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음을 토로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노동권이 철저히 짓밟혔고, 조현오 경찰청장 하에서 노동쟁의가 일어나면 여지없이 공권력이 투입돼 용산, 쌍용차에서 노동자서민이 처참히 죽어나갔다”고 말한 의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홍 의원은 이번 KEC 사태는 노조법 개악으로 인한 것이며 총리가 노조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총리는 나와 함께 가서 지부장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반 년 째 일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KEC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제안했다.

이어 “공장 노동자들은 지부장 분신 소식을 듣고 분노에 찼다”고 전하고 “제2의 용산참사를 만들 셈이 아니라면 경찰병력과 용역직원을 철수시키고, 노동자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사측과 논의해 직장폐쇄를 철회해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홍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도 공권력을 동원한 과잉진압으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조현오 경찰청장을 당장 사퇴시키고, 지부장을 찾아가 사과하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질책했다.

홍희덕 의원은 대정부질의 정리발언을 통해 “왜 노동자가 자신의 생살을 태워야만 하고, 아이 엄마가 화학물질이 가득한 공장에 들어가야 하며, 왜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자꾸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경찰이 용역과 같은 곳에 서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회가 공정사회냐”면서 “더 이상 노동자들을, 노동자의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고 호소했다.

한편 오늘(1일) 오전 KEC 현장에서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야4당 의원 7명과 함께 사태 해결을 위한 숙의에 들어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홍영표 민주당 의원 등이 회사측에 대해 사태 해결을 위한 의견서를 전달하며 면담을 진행한 후 점거농성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KEC 사측은 홍영표 의원만 들어오라고 통보했다.

KEC지회 농성조합원들은 경찰과 사측이 공모해 김준일 지부장 검거를 도발했고 이에 저항하며 지부장이 분신했다는 소식에 매우 격앙돼 있다. 노동자들은 KEC 회사에 대해 “회사가 우리에게 이럴 수는 없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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