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속노동자들, 성희롱 이어 해고 후 업체폐업한 금양물류 강력 규탄

금속노동자들이 성희롱 피해자를 해고한 현대자본을 규탄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내수 출고장에서 14년 간 내수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던 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사실을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수많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고도 먹고 살기 위해,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사건 폭로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지난 7월22일 대법원 불법파견 판정을 보고, 금속노조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하면서 조합원 신분으로 자신이 겪은 현장 성희롱 사건을 제보했다.

피해자는 9월 초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며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현대차 사내 협력업체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과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하청업체인 금양물류는 곧바로 인사위를 열어 피해자에게 징계해고를 통보했다.

사측이 해고사유로 들이댄 것은 ‘취업규칙 제75조 제13 회사 내에서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한 경우, 제15조 기타 사회적 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피해자는 지난 10월5일 현대차 아산공장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는 1인시위마저 용납되지 않았다. 10월14일 현대차 관리자와 경비 30여 명이 나와 “여기는 현대땅이니 나가라, 우리땅에서 나가라”며 출퇴근 차량들이 다니는 차도로 폭행하며 밀어냈다. 피해자는 밀려 넘어지면서 허리와 발목에 전치 4주를 진단받았다.

몸이 아파도 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수 없었던 피해자는 다시 1인시위에 나섰고, 11월1일 현대차 관리자가 또 나와 피해자를 폭행했다. 피해자는 온몸에 피멍이 들고 타박상을 입었으며 현재 입원치료 중이다.

금양물류는 11월4일부로 폐업을 공고한 상태이며 이미 새 사장이 형진기업이란 새 업체이름을 달고 현대차 아산공장에 들어와 금양물류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관리하며 금양물류가 담당하던 내수 출고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양물류 폐업규탄!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쟁취! 금속노동자 결의대회’가 4일 오후 3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 앞에서 개최됐다.

이날 대회에는 충남지역 금속노동자들과 2010 노동해방선봉대를 비롯한 사회단체 성원들이 참석해 “성희롱사건 진짜주범은 현대자본”이라면서 현대차가 나서서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현대자동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송성훈 지회장은 “7월22일 대법 판결 이후 현대차는 매일매일이 전쟁이며, 금양물류 성희롱 해고를 비롯해 온갖 폭력탄압이 거세다”고 전하고 “현대차 비정규직 세 지회는 라인을 세우는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과 불법파견이 없는 공장을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성희롱사건 피해자 대리인인 권수정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피해자동지는 지난 97년부터 아산공장에서 차를 생산한 후 출고 직전에 최종 검사하는 일을 14년 간 해왔고, 아이 셋을 키우며 생계를 책임진 사내하청 여성노동자”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이전부터 조장이 온갖 입에 못담을 성희롱과 육체적 희롱을 하고 문자를 보냈고, 동료에게 문자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정직과 감봉 조치를 했다”면서 “7월22일 불법파견 판정을 보면서 피해자는 희망을 갖게 돼 노조에 가입한 후 인권위 진정을 냈고 곧바로 해고당했다”고 토로했다.

권 대리인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해고사유인데 하청여성노동자는 재워달라면 재워주는게 사회적 통념이며, 성희롱을 당해 억울함으로 호소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게 사회적 통념이냐?”고 반문했다.

권수정 조합원은 “노동자들이 먹고 살기위해 최저임금도 참고, 싸가지 없는 노무관리와 성희롱도 참으며 일하고 있다”면서 “인간의 노동이 이렇게 비참할 수 있느냐?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가 웬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도 “민주노총 조직의 힘으로 원청과 하청업체를 압박하는 동시에 진보적 여성단체와 언론에 알려 여론 힘을 동원해 연대투쟁을 만들자”면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다같이 피해여성과 아픔을 나누고 함께 분노하며 사태를 해결하자”고 성토했다.

이어 금속노조 충남지부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공장에 들어가려 하자 현대차 경비들이 막아섰다. 지역 노동자들은 항의서한 조차 받지않는 현대차에 분노를 표하며 15분여 동안 경비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대오는 정문 펜스를 끌어당겨 길을 텄지만 현대차는 관리자들까지 대거 동원해 공장 안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경비들은 항의하는 일부 노동자를 구석에 밀어넣고 집단린치하기도 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성희롱 피해자 폭행한 현대차 아산공장이 성희롱 해고자 복직 책임지고 사태 해결하라!”, “성희롱 당하고도 해고될까 입도 뻥끗 못하는 공장! 진정 넣었더니 해고에 폐업! 거기에 폭행까지~ 이것이 글로벌 기업인가?”라고 적힌 피켓을 높이 들고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해고조치를 규탄하고 성희롱사건과 해고 문제를 현대차가 나서서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집회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은 현대차 정몽구가 사태를 해결하라고 쓴 소원지를 풍선에 묶에 날려보내며 성희롱 사건과 해고사태에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