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신체접촉 없으니 우린 책임없다”

▲ G20을 앞두고 정부의 강압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이 결국 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불러 왔다. 5일 정오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수무소 앞에서 열린 '베트남 이주노동자 죽음으로 내몬 법무부,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기자회견'에서 미쉘 이주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서울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한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2층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월29일 오전 10시15분 경 단속반은 서울 가산동 소재 한 사업장에 무단 침입해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 T씨(35세)가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 4m 높이 2층 창문에서 떨어져 중태에 빠졌으며 닷새 후인 11월3일 결국 사망했다.

T씨는 한국에서 아내와 4개월 된 아이를 키우며 살아왔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부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재 T씨의 형이 한국에 들어와 장례절차 등 사태 수습을 의논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신체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단속으로 빚어진 죽음 앞에서 법무부는 사건을 방치한 채 아무런 후속조치나 사태수습을 위한 입장 표명조차 없다.

이주공동행동과 외노협, 이주인권연대 등이 무리한 폭력단속으로 베트남 이주노동자를 사망으로 내몬 법무부와 서울출입국관리소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대한민국 법무부를 향해 G20 정상회의를 명분삼은 이주노동자 탄압과 집중단속을 중단하고,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박용원 아시아의창 사무국장은 사건보고를 통해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사건 경과를 전하고 “이번 사건을 접하며 어처구니없고 참담한 심경”이라면서 “지난해 중국인 노동자가 똑같은 단속과정에서 사망했으며 이같은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명했다.

▲ 5일 정오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수무소 앞에서 열린 '베트남 이주노동자 죽음으로 내몬 법무부,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시민단체 회원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이명익기자
미셸 이주노조 위원장은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이 4개월 된 아이의 아버지와 아이의 삶을 훔쳐갔다”고 말하고 “단속이 이번 사망사건의 사인인 만큼 출입국과 정부가 책임져야 하며 야만적 살인단속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장서연 공감 변호사는 “사망한 노동자는 한 평밖에 안되는 집에서 부인과 4개월 된 아이와 살고 있었다”고 전하고 “어제 유족과 함께 CCTV를 봤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편을 보며 부인은 통곡했다”고 역설했다.

장 변호사는 “미등록이란 이유로 혼인신고도 못한 부인은 배우자로서 하소연할 곳도 없이 큰 충격에 빠져 있는데 애도조차 표하지 않는 당신들도 인간이냐?”면서 “우리는 이 사태 관련해 모든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건수 이주인권연대 대표와 고기복 외노협 공동대표도 이명박 정부의 G20을 빌미로 한 이주노동자 폭력단속을 규탄하며 “인권없는 G20, 사람없는 G20, 사람잡는 G20, 이것이 국격이냐?”고 목소리 높여 외쳤다.

기형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인권을 무시한 무자비한 단속은 언제든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고 늘 신체적 위험에 노출됐으며, 시민사회단체는 결코 단속으로 미등록노동자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니며 G20 성공개최에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부는 G20을 빌미로 대대적 단속을 강행했고 단속이 가져올 불상사에 대한 경고를 무시했으며 이 역시 예견된 재앙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번 사망사건이 정부가 G20을 명분삼아 지난 6월1일부터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벌여온 직접적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 국장은 “더 이상 비자없이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막대른 선택을 강요해선 안되며, 법무부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베트남 이주노동자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주공동행동 등은 건조물 무단침입과 단속과정에서 드러난 안전조치 미비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 '비자는 없지만 당신과 같은 사람입니다.테러범도 범죄자도 아닌 노동자입니다' 이명익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