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학진의원, 경찰청 공문송수신자료 통해 정황증거 입수

KEC 사측과 이명박 정권이 김준일지부장 분신의 공범이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KEC 구미공장 사태 관련 사측과의 공문 송수신 현황’에 따르면 (주)KEC는 지난달 2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경찰에 업무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 내용은 구미공장 정문과 1공장에 병력을 투입해 점거농성 현장을 철거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이에 경찰은 김준일지부장 분신이 일어날 우려가 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제연행에 나섰던 것.

김준일지부장 항거분신 직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가 “지부장 분신은 (주)KEC와 경찰의 공모에 의한 살인행위”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당시 사측은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또 경찰도 “사측과 공모하지 않았고 교섭결렬에 따라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KEC가 경찰에 보낸 공문.
문학진 의원을 통해 입수한 경찰 측 공문 송수신 현황은 차치하더라도 KEC 사측과 경찰이 김준일지부장 분신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공모한 정황증거는 또 있다.

경찰은 “김준일지부장에 대한 신변보장을 약속한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30일 KEC 이신희 사측 교섭대표와 김 지부장의 면담은 경찰의 사전양해와 신변보장에 대한 확인 없이는 불가능했다.

KEC가 경찰에 보낸 공문에는 “29일 오후 5시까지 경찰력을 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놓고 같은 날인 29일 오후 7시 김덕영 노무부장은 1공장 농성장 면담장에서 김준일지부장을 만나 다음날인 30일 이신희 교섭대표와의 면담일정을 약속했다.

KEC지회는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해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수없이 촉구했다. 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KEC지회는 점거현장 내 위험물질이 쌓여있어 자칫 참사가 일어날 수 있음을 거듭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겉으로는 노사교섭을 제안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경찰에게 폭력진압을 요구한 셈이다.

KEC지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사측과 경찰은 이걸 충분히 알면서도 면담과 교섭이라는 함정을 파 그를 죽음의 문턱으로 불러냈다”고 규탄하고 “이들이 인간인가? 이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분노를 쏟아냈다.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노동조합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해온 KEC 사측은 김준일지부장 항거분신과 점거농성 해제 이후에도 여전히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부장 분신 직후 처음 열린 본교섭 자리에서 KEC지회는 김준일 지부장 분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며 철면피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10일) 오전 열린 실무교섭에서도 “경찰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적이 있냐?”는 물음에 “그런 적이 없다”고 대놓고 거짓말을 했다. 민주당 의원이 경찰을 통해 증거자료를 입수했는데도 아니라도 버텼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성명을 통해 “정권과 KEC는 더 이상 거짓말로 살인행각 책임을 피하지 말라!”고 규탄하고 “우리는 그동안 김준일지부장 분신사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며 진상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EC지회는 이명박 정권 사죄와 조현호 경찰청장 사퇴, KEC 곽정소 이신희 이덕영을 살인미수 공범으로 구속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경찰이 사측에 보낸 답신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