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투쟁 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어둠 속에서 집사람이 오고 있었습니다.

신문을 다 돌리고 오는 손수레 안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알미늄 깡통이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를 보자 집사람은 말했습니다."깡통을 모아 팔아서라도 버틸테니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요"

눈물이 핑 돌 뻔 했습니다.

몇주전 돈벌이를 위해서 고물상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고물상에 물어보니 파지120원,알미늄 깡통 1키로 800원 한다고 했습니다.

아마 알미늄 깡통 1키로에 800원 한다는 말을 듣고 돈 될까 싶어서 빈 깡통을 모으고 있나 봅니다.

집사람은 현대차 구정문으로 발길을 옮기는 저에게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고맙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포기하면 안될거 같습니다.

시위 간판 들고 19시 40분경부터 서있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구정문 앞에서요.

오늘 보니 비정규직 출입증이 또 달라져 있었습니다.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규직 사원증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반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출입증은 수차례는 바뀐 거 같습니다.

제가 올 3월 중순에 부당해고 당했는데 언제부터 바뀌었는지 몰라도 제가 차고 다니던 출입증이랑 또 다르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현대차는 알바 모집책을 통해서 불법 알바를 오늘 밤에도 불법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10여명이나 불법업자 모집책을 통해서 하룻밤 돈벌이를 위해서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 들어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원증 달고 출근하는 정규직 노동자가 많이 부러운 오늘 밤이었습니다.

노동자가 푸대접 받는 세상은 나쁜 세상입니다.

노동자가 저급 대접 받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닙니다.

간만에 작은 창고를 들여다 보니 그속엔 그동안 모아 놓은 파지와 알미늄 깡통이 가득 했습니다.

고물상 가져 가려면 차량이 필요한데 그것도 문제더군요.

알미늄 깡통 1키로에 800원 하는데 몇개나 모아야 할까요?

집사람은 저의 불법파견 촛불투쟁을 돕기 위해서 길거리 버려진 빈 깡통을 줍고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 촛불을 들고 서 있으면서 하루 빨리 부당해고 철회되고 정규직 일자리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야 집사람이 알미늄 깡통 주우러 다니는 것을 그만 둘수 있으니까요.

그날은 언제쯤 올까요?

변창기/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