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년 전 대권의 꿈을 일찍 접었던 고건 전 총리가 25일 저녁 오랜만에 TV에 나왔다.

그는 박정희의 공화당과 전두환의 민정당,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 노무현 정부의 총리까지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1975년 유신정권은 약관의 37살인 고건을 전남도지사로 뽑았다. 30대 도백(道伯)이란 엽기적 기록은 좀체 깨지지 않고 있다. 김영삼과 노무현 정부때 두 번의 재상(국무총리)을 지냈으니 이 역시 드물다. 2004년 마흔살을 넘긴 김태호 씨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당선했을 때 최연소라고 했지만 기자들의 무지 때문이었다.

이번에 고건씨는 이명박 정부의 사회통합위원장이란 직함으로 화면발을 받았다. 카멜레온 같은 변신이 놀랍다. 그가 발표한 내용은 ‘대학 시간강사 제도개선안’이었다. 임금은 연봉 2200만원으로 올린단다. 그것도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지금 평균 연봉 1012만원의 2배지만, 4495만원인 전임강사의 1/2이다. 약싹 빠른 중앙일보는 ‘시간강사 임금 두 배로’라는 큰 제목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강의료 2배 인상’으로 제목을 잡았다. 법정 최저임금도 안 되는 지금의 연봉에 비하면 감지덕지하라는 소리다.

고용은 1년 단위로 늘어난단다. 지금 시간강사는 학기당 계약하는 6개월짜리 파리 목숨이다. 그러니 1년짜리 계약직으로 늘여주는 것, 먹고 떨어지라는 소리다. 대학사회는 이렇게 ‘야만의 산실’이었다.

시간강사 제도개선의 핵심은 교원 지위 보장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기계약직 같은 헛구호 속에 이들을 적당히 감추려고 하고 있다. 대권을 염두에 둔 고건 위원장이 정작 발표에 나섰지만 사회통합위원회는 재정 마련책을 내놓지 못했다. 위원회가 재정 마련책을 내놓을 곳도 아니다. 교과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또 얼마나 비틀어질지 모른다. 문제는 더 있다. 국공립대학은 그런데도 제도개선에 나서겠지만 사립대가 과연 말을 들을지도 의문이다. 또다른 변칙과 편법을 동원해 제도 밖으로 내뺄 것이다. 그래서 시간강사 문제는 어쩌면 ‘교수사회의 폐쇄성’이 근본 원인인지도 모른다. 지난 19일 지방대 출신의 40대 고려대 조교수의 연구실내 자살은 많은 걸 생각케 한다.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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