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공조노조 사르코지 숙소 앞 규탄회견에 경찰이 폭력자행

▲ 12일 오전 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숙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레오공조 코리아 정상화에 대한 서한을 전달하려 했던 충남 발레오공조코리아 이택호 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강남 신논현역 사거리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되고 있다.이명익기자
▲ 12일 오전 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숙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레오공조 코리아 정상화에 대한 서한을 전달하려 했던 충남 발레오공조코리아 이택호 지회장이 회견을 열려던 서울 강남 신논현역 사거리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되고 있다.이명익기자
G20 서울정상회의에 즈음해 남한사회에서 멸시받으며 거리로 내쫓긴 해고노동자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생존권 위기와 민주노조 압살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이명박 정부는 경찰 군홧발을 동원해 짓밟고 나섰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숙소로 알려진 서울 강남 리츠칼톤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 이를 폭력으로 제지하는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발레오공조 조합원들은 12일 오전 11시 리츠칼튼호텔 앞에서 프랑스 정부가 직접 나서 발레오 사태를 해결하라며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미리 대기했던 경찰에 의해 현수막과 피켓, 회견문을 모두 빼앗겼다.

12일 오전 11시 경 금속노조 충남지부 승합차가 호텔 쪽으로 다가오자 정문 수백미터 앞에서 경찰이 차도로 뛰어들어 조합원들이 탄 차량을 에워싸며 가로막았다. 차도에서 경찰을 만난 조합원들이 뛰어나오자 경찰은 조합원들 손에 든 현수막을 빼앗고 기자회견문을 읽으려 하자 그마저 폭력적으로 탈취했다.

다른 조합원이 옆으로 비켜나 회견문을 읽으려 했지만 경찰은 그들을 뒤쫓아 가며 차도와 지하철역 중간에 몰아세워 강압적으로 회견문을 빼앗았다. 그리고 경찰은 민주노총 충남본부 관계자가 들고 있던 회견문을 봉투째 빼앗아 감춰버리고 조합원들이 타고 온 차량까지 탈취했다.

이택호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장은 “어떻게 기자회견도 못하게 하느냐? 이 나라 경찰이 이래도 되느냐?”며 항의했다. 경찰은 저항하는 발레오 노동자들을 사지를 들어 폭력적으로 주변 인도까지 끌고 갔다.

이를 뒤따라가 간 기자들을 향해 이택호 지회장은 “우리는 발레오 사태를 프랑스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말하고 “경찰은 평화적인 기자회견마저 무조건 불법이라며 시작도 하기전에 우리를 끌고 왔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이 지회장이 조금 전 상황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경찰은 “에워싸, 에워싸”, “검거해”라며 위협했다. 전경들은 이택호 지회장을 비롯한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을 둘러싼 채 앞뒤앙옆으로 한 발도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이택호 지회장은 경찰에게 둘러싸인 채 발레오투쟁 상황을 설명했다. “발레오자본은 지난 2009년 10월26일 해고통지서를 퀵서비스로 가정에 배달해 우리 아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줬다”고 말한 지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협상을 요구했지만 외명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G20에 참가하기 위해 온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해고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편지로 써서 전달하려 했고, 그 편지에는 초등학교 3학년생의 절절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면서 “이것이 그렇게 잘못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12일 오전 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숙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레오공조 코리아 정상화에 대한 서한을 전달하려 했던 충남 발레오공조코리아 조합원이 회견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서울 강남 신논현역 사거리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되고 있다.이명익기자
▲ 충남 발레오공조 코리아 조합원들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고 있다.이명익기자
이 지회장은 “최소한의 우리 주장을 펼칠 권리조차 무시하고 가로막는 이 정부가 과연 우리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생존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공권력이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보며 분노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로 온 기자들이 회견문을 요청하자 조합원들은 “아까 경찰이 빼앗아갔다”면서 경찰에게 회견문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엄연한 불법집회다, 경호특별법 위반이다, 지금 당장 경호구역 밖으로 이동하라”며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발레오공조코리아 조합원들에게 빨리 가라고 위협하면서도 차량 키를 내놓지 않아 한동안 조합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된 발레오 사태를 설명하고, 그동안 발레오자본이 노동자들에게 행한 온갖 폭력과 노조말살 행태들을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가 ‘공장 정상화와 노사 직접 대화’ 요구를 담은 입장을 발레오그룹 본사에 전달하고 적극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발레오자본에 대해 명백한 하자가 있는 위장폐업을 철회하고, 180여 명 노동자와 500여 명 가족의 생존권이 달린 발레오 천안공장을 즉각 정상화시키라고 촉구했다.

또 한국 정부는 발레오공조코리아 관련 구체적 현황을 조사해 외국자본 일방적 철수에 따른 대책과 규제방안을 수립하고 입법화 등 관계법령 정리에 착수하라고 촉구하고, 프랑스 정부에 대해서도 발레오자본이 책임있게 사태해결에 나서 노조와 직접교섭하도록 노력하라고 밝혔다.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는 또 한국 정부가 해외 먹튀자본으로부터 발생한 모든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대책을 비롯해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해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된 지 1년이 넘었다. 수년 간 흑자를 기록하며 부채비율 28%에 불과한 멀쩡한 기업이 2009년 10월26일 회사 청산을 선언한 것. 회사는 그 다음날 노동자들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퀵서비스를 동원해 통보했고 직후 경영진은 사라졌다.

청천벽력과 같은 해고 통지를 받은 발레오 노동자들은 그날부터 전국을 돌며 노숙생활과 일본·프랑스 원정투쟁 등을 통해 위장폐업 철회와 공장 정상화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발레오공조는 천안공장 청산 후 회사 인수시 확보된 제품영업권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제3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르노삼성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위장폐업이라는 증거다.

발레오공조 사측은 겉으로는 대화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해놓고 지난 8월21일 주말 새벽 모두 잠든 시간에 용역깡패를 보내 공장을 지키던 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공장 밖에 내몰았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는 G20 서울정상회의에 즈음해 지난달 27일부터 주한 프랑스대사관 앞에서 보름이 넘도록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 12일 오전 발레오공조코리아 이택호 지회장이 경찰에 의해 기자회견을 열어보지도 못한채 경호구역 밖으로 끌려난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있다.지회장 뒤로 보이는 건물이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묶고 있는 리츠칼텐 호텔이다.이명익기자
친애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께

저는 프랑스 기업인 발레오의 한국 내 계열사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이택호입니다. 저는 아내와 15살, 11살짜리 아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노동자이고 그동안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가장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발레오공조코리아에 16년을 근무하였으며 올해로 40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정에게 이제 어떤 희망도, 미래도 사라져 버린 지 오래입니다. 발레오 경영진이 사전에 아무런 통보 없이 2009년 10월 26일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출근하여 일하던 저희에게 당일부로 공장폐업통보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퀵서비스로 일일이 가정에 해고통지서를 보내며 제 아들의 손에 아버지의 해고통지서를 받게 한 것이 바로 프랑스 기업 발레오이였습니다. 또 저희가 생산하던 똑같은 제품이 제3국을 통해 발레오라는 브랜드를 또 똑같이 달은 채 한국의 완성차회사에 납품되는 것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참담한 심정을 아십니까?

한국의 기업들도 최소한 사전에 노동자들과 협의를 하는데 발레오의 처사는 너무 일방적이었으며, 너무 치명적이었습니다. 흑자를 기록하며 커왔던 회사가 일순간 청산이 되고 전원이 해고가 되었다면 이 글을 읽고 있을 대통령께서는 어떠실지 오히려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우리 가족과 동료로서 함께 일하던 노동자의 가족 500여명의 생계는 한순간에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이곳에서는 해고는 곧 살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프랑스 사회 보다 더 심각하게 해고는 바로 가정 파탄으로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라는 나라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자유와 민주,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과 노동자의 권리가 소중하게 지켜지도록 치열한 토론을 하는 나라... 소통과 낭만, 열정이 살아 숨 쉬는 나라...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프랑스 여행을 가자고 저희 가족들과 약속도 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말씀드리면 저희는 프랑스 경영진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앵무새같이 청산 통보만 반복하는 한국청산대리인이 아닌 진지하게 왜 회사가 폐업을 해야 했는지... 도대체 우리가 생산하던 제품을 다른 나라에서 들여와 납품하면서 왜 이 공장을 그토록 일방적으로 청산해야 했는지... 실질적 책임이 있는 발레오 본사 프랑스 경영진들로부터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재 발레오 본사 경영진은 노조의 대화 요청을 전면 거부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너무나 답답해서 이렇게라도 사르코지 대통령께 편지를 보내는 바입니다. 프랑스 정부와 대통령께서 적극 나서 주셔서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합니다. 그래서 해고된 채 절망에 빠진 한국노동자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합니다.

1년이 넘는 생존권 투쟁 생활과 길거리 노숙 농성에 경황이 없어 급하게 한글로 보내는 점 널리 양해해 주시고 이후 지인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2010년 11월 11일
금속노조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지회장 이택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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