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 백성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내건 나라의 정문 광화문 현판이 나뭇결과는 상관없이 석 달 만에 흉하게 찢어졌다. 나라의 얼굴이 찢어졌으니 흉한 조짐이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 사이 기상 이변도 없었고 천재지변도 없었으니 만들어 건 사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세종로와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니 마땅히 한글 현판을 달아야 한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몽매한 자들이 문화재 복원이라는 명분 아래 끝내 ‘門化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현판을 걸고 말았다.
오랜 세월 중국의 속국이었음을 드러내고 싶었는지 앞에 모셔 놓은 세종대왕을 능멸하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온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그런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야 할 문화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하늘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만들겠다’, ‘땜질을 하겠다’ 하니,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화문 현판은 한글로 달아야 한다. 다가오는 미래의 역사를 위하여, 온 세상을 향하여 힘차게 뻗어가는 한글문화를 위하여, 배달겨레의 영원한 긍지를 위하여 광화문 현판은 한글로 달아야 한다. 시간 여유를 두고 훈민정음체로 다시 만들거나, 지난 세월 40여 년 동안 걸려 있었던 한글 현판을 살려내어 다시 걸더라도 우리는 전혀 문제를 삼지 않는다. 흉측하게 부서진 ‘門化光’ 현판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 현판 ‘광화문’이 걸리기를 바랄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