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통제 위해 교원지위 박탈...대학에 값싸게 이용돼

처음부터 시간강사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해방직후인 1947년의 대한민국 교육법을 보면 ‘대학에서 강의하는 근로자를 강사로 한다’는 것만 명시돼 있을 뿐 교원 지위가 없는 비정규 시간강사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학 강사가 정규 전임강사와 비정규 시간강사로 나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박정희 군사정변이 일어나며 모든 것이 변했다. 당시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교수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해 처음 시간강사 개념이 도입됐다. 김도형<전국교수노동조합ㆍ기획정책실> 실장은 사회통합위원회(이하 사통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1977년 유신정권 시기에 체제에 비판적이었던 젊은 지식인들을 제도권에서 쫓아내기 위해 시간강사를 교원에서 제외시키는 조항이 교육법에 들어갔다”며 “교수재임용제도를 도입하면서 전임강사와 시간강사를 분리해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를 박탈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5공화국이 들어서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무분별한 허가로 대학 수가 급증하고 시간강사 채용조건이 사실상 사라졌다. 시간강사제 폐지를 요구하며 여의도에서 3년째 천막 농성 중인 김동애 씨는 “전두환 정권이 대학 당 전임교수 임용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시간강사 3명을 전임강사 1명으로 인정하면서 무분별한 시간강사 채용을 조장했다”며 “이런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시간강사들은 무분별하게 늘어난 대학에 값싼 노동력으로 공급됐다”고 전했다. 또 “이는 정당성이 없던 쿠데타 정권이 정치적 반대세력의 모체인 지식인 사회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대학에게는 비용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방향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1997년 개정한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자격에는 여전히 시간강사가 배제돼있다.현재 전국 대학에서 기간제로 일하고 있는 시간강사의 수는 대략 4만 여명, 전체 대학 강의시수 중 36%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사립대학 교양과목의 경우 절반 이상이 시간강사들의 몫이다. 시간강사들은 사실상 대학교육의 중요 구성원이다. 하지만 시간강사 강의료 평균은 시급 4만 5천원이다. 한 달 일해 손에 쥐는 돈은 80만원, 전임강사의 23% 수준이다. 혼자 벌어 가정을 꾸려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사통위에서 시간강사대책을 발표해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다. 시간강사제도가 1977년 도입 이후 33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현직 시간강사 모두에게 교원의 법적 지위가 부여되고 임금수준도 오른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시간강사들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49%가 40대 이상이다. 대부분이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일 년 천 만원 한 달 80만원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다. 교수임용은 기약이 없다. 그러는 사이 어떤 시간강사들은 생을 포기하기도 한다.

조선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던 서정민(46)씨가 그런 경우다. 서 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교수사회에 대한 한탄을 유서로 남기고 목을 맸다. 다음은 서 씨의 유서 중 일부다.

00이 엄마.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사는 것이 고난의 연속이었기에 언젠가 교수가 되는 그날에 당신에게 모든 걸 용서받고, 빌면서 ‘이젠 당신과 함께 합시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미안해요.

하동완/ 한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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