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노사상견례...체포영장 발부된 지도부 공장 내 천막농성 돌입

▲ 현대차 비정규지회 점거파업 25일 차인 9일 오후 울산 제1공장에 모인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교섭을 앞두고 농성을 풀기 전 열린 마지막 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명익기자
▲ 현대차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의 25일 차 점거농성 해제와 함께 9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반떼 홀에서 노-사 상견례가 열리고 있다.이명익기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점거파업 25일째인 12월9일 오후 노사 간 타협점을 이뤄 교섭시작과 동시에 농성을 해제했다.

비정규직지회는 당일 정오 조합원총회에 이어 2시30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섭시작과 동시에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금속노조·현대차지부와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사측과 본격적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공동투쟁본부는 점거농성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을 해결하고, 농성자 신분보장, 지도부 사내 신변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을 교섭의제로 삼아 책임 있는 노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파업투쟁을 벌이던 248명 조합원 중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를 비롯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16명을 제외한 238명 조합원들이 9일 오후 3시30분 경 농성을 해제하고 공장을 나왔다.

영장이 발부된 16명에는 현대차지부 비정규직 지도부를 비롯해 정규직 조합원과 금속노조 간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중 공장 안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농성을 벌이던 비정규직지회 10명은 현대차지부 노조사무실 건물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사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농성해제와 동시에 합의된 내용을 실천하는 첫 일정으로 이날 오후 4시 경 울산공장 아반떼홀에서 상견례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현대자동차 강호돈 부사장, 윤갑환 상무, 박수철 전무, 곽성수 이사를 비롯한 9명이 사측 대표로 나왔다. 울산공장 협력업체 사장 2명도 상견례에 함께 했다.

또 노조 측에서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과 노득우 수석부지회장, 사무장, 회계감사 등과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과 임원 6명을 비롯해 정책기획실장, 선전실장, 금속노조에서는 박유기 위원장과 이재인 단체교섭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상견례에서는 농성해제에 앞서 합의한 내용을 공유하고, 점거농성을 벌이던 조합원들이 원하는 1처적 요구, 즉 일하던 자리에서 그대로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 오는 13일부터 복귀해 일하도록 한다는데 합의했다. 이후 교섭에 대해서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지부-금속노조가 교섭대표와 일정을 논의해서 사측에 통보키로 했다.

한편 오늘(9일) 오후 3시30분 경 농성을 해제하고 공장을 나온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울산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투쟁을 엄호하던 조합원, 연대단위들과 함께 약식집회를 가졌다.

점거농성을 벌이던 조합원들은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다시 힘을 모아 힘차게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농성을 해제하고 공장을 나온 조합원들은 한 달 가까이 어렵고 힘든 점거투쟁의 결과 우려한대로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밝은 표정으로 결의에 차 있었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혹한의 날씨 속에 열흘 넘게 노숙농성을 벌이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도 9일 오후 7시30분 촛불문화제를 끝으로 일단 농성을 해제하고 울산으로 돌아간다.  

▲ 현대차 비정규지회 점거파업 25일 차인 9일 오후 이상수 지회장이 사측과의 상견레에 앞서 농성을 해제하는 심정과 교섭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이명익기자
▲ 현대차 비정규지회 점거농성 해결을 위한 3주체(금속노조,현대차지부,현대차비정규지회)대표들이 9일 오후 점거농성 해제와 함께 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 제1공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이명익기자
또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은 농성해제에 앞서 점거농성을 이어온 조합원들을 향해 “이번 투쟁이 한국사회 고질적인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했고, 현대차의 불법적 원하청 문제를 알려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조합원총회에서 교섭 시작과 동시에 농성을 해제할 것을 결정하고 이상수 지회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한 바 있다.

김주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노동과세계>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동안 어려운 투쟁을 이어온 비정규직지회와 현대차지부의 연대에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김 본부장은 “비정규직지회가 특별히 잘 준비되지 못한 조직력과 조건 속에서 투쟁에 돌입해 지난 25일 간 투쟁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결의와 결속력을 높였다”고 전하고 “장렬히 전사하느냐 아니면 여지를 남겨 성과는 성과대로 남기고 나머지 과제를 갖고 조직력을 추슬러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며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느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조합원 총의를 모아 슬기로운 판단을 해 준 지회 지도부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면서 “이번 과정에서 모아진 내부 투쟁력과 사회적 이슈화한 부분을 갖고 더 강고한 투쟁을 벌여 연대의 질을 높이고 좋은 성과를 쟁취하길 바라며 민주노총을 대신해 울산지역본부도 성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철 본부장은 또 “대한민국 최고라는 현대차가 대법판결까지 나온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먼저 시도한 도발이 실패했고, 그것이 오히려 대의명분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결국 회사를 결정적으로 강제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완강한 투쟁력이었다”고 평가했다.

“교섭국면이 열리면 현대차 사측은 최대한 성실히 교섭에 나서야 한다”면서 현대차 사측을 향해 성실교섭을 촉구한 김 본부장은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원하청공동투쟁단을 구성한 현대차지부의 아름다운 연대에도 격려와 칭찬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사교섭과 동시에 농성을 해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오후 긴급논평을 내고 “현대차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성실히 교섭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농성은 일단 중단되고 교섭이 시작됐고 현재로선 그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으며 우리는 그것을 직시한다”고 말하고 “아직 정규직화라는 정당한 요구가 쟁취된 것은 아니”라면서 “이제 모든 책임은 현대차에 남아있다”고 못박았다.

이어 “현대차는 농성해제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감으로 성실히 교섭에 임해 정규직화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해선 안 된다”면서 “민주노총은 교섭과 투쟁의 종착점이 어떤 형태로든 현대차 사내하청의 정규직화임을 거듭 확인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현대차가 비정규직지회 투쟁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울산공장 시트사업부 동성기업 폐업조치에 나서면서 촉발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공장점거투쟁은 25일 만인 12월9일 교섭시작과 동시에 농성을 해제하는 것으로 일단 고비를 넘겼다.

이제 현대차 사측이 노동조합 3주체와 합의한 교섭원칙과 약속을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현대차가 또다시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면한다면 온국민의 분노와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더 큰 투쟁에 직면할 것이다.

▲ 25일 간의 점거농성을 마친 현대차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을 통해 나오고 있다.이명익기자
▲ 현대차비정규지회 가대위 소속의 한 회원이 25일 간의 점거농성을 마치고 남편을 만나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이명익기자
▲ 현대차비정규지회 소속의 한 조합원이 전국 투쟁 순례단 행사를 마치고 와서 점거농성을 벌인 조합원들을 만나 발언을 하던 중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이명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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