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조합원들 “우리는 인간이 아닌가?”...GM대우사장, X-MAS 한달 휴가

▲ 지난 1일 오후 이준삼 조합원이 GM대우 부평공장 아치 위 철봉에 위태롭게 기댄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GM대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중단, 정규직화 실시를 촉구하며 혹한의 추위 속에 보름째 고공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황호인, 이준삼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명은 12월 중순의 살인적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2월1일 새벽 6시20분 경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위에 오른 지 벌써 보름째다.

이들이 오른 정문 꼭대기는 지상에서 8~9m 높이다. 철근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구조물이어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없고 가느다란 철봉에 걸터앉아야 한다. 자칫하면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양쪽 폭이 좁은데다 몸을 의지할 난간조차 없는 허공에 두 노동자가 있다. 두 조합원들은 10m 정도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이들은 그 좁은 공간에 합판을 놓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밤이면 그 위에 쪼그리고 잠을 청한다.

게다가 1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말도 못하게 추워지기 시작했다. 15일 기상청 예고대로라면 서울경기지역 오전에 영하 12.6도로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지경이다. 지붕은커녕 강추위와 눈비를 피할 그 어떤 장치도 없이 살을 에는 바람이 연약한 두 비정규직 노동자의 온몸을 휘감는다.

보름 전 조합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하자마자 즉각 경찰과 사측 노무팀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농성자들 식사는 물론 앉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합판을 올려 보내는 것부터 막았다. 비정규직지회는 곧바로 인권위 긴급구제를 신청하려 했지만 주말에는 안 된다고 했다.
다음 월요일 오전 일찍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에서 현장을 방문했다. 인권위는 하루 세 끼 식사와 방한복을 올려 보낼 것, 그리고 노조가 요구할 경우 의료진 진찰을 할 수 있게 하라고 밝혔다.

그때서야 겨우 목도리와 장갑, 내복이 두 농성자에게 올라갔다. 그리고 지난 9일 의료진이 조합원들을 검진했다. 의사는 황호인 조합원이 급성기관지염을 앓고 있으며 극심한 저체온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난방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소견이었다. 약은 다행히 식사와 함께 제공되고 있지만 저체온증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 이후 날씨가 계속 추워졌으니 조합원들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나빠졌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도 농성조합원들은 비정규직지회와의 전화통화에서 “괜찮다, 아프지 않다, 이상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은 하루 세 번 식사 때마다 올라가는 물건들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비타민도, 아침식사 대용으로 마련한 과일도 모두 집어내 올려 보내지 못하게 한다. “밥이 아닌 것은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8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GM대우자동차 회사에 대해 교섭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사측은 9일 회신을 보내 “농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회사와 무관한 사람들이므로 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두 번째 공문에 대해서는 아예 묵살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돼 지난 12일 ‘GM대우 비정규직 투쟁승리를 위한 인천지역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대책위에는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인천시당 등 야5당을 비롯해 종교계,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노동계가 참여했다. 고공농성 보름 동안 지역대책위와 많은 연대단위들이 농성현장을 방문해 아침 출근 선전전과 중식집회, 오후 촛불문화제 등에 결합했다.

GM대우비정규직지회 투쟁을 지원하는 지역대책위는 지난 10일과 13일 두 차례 회사를 상대로 면담을 요청했으나 외면당했다. 14~15일 이틀 간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며 15일 오전 11시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중단,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노동자 원직복직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을 마친 이들은 회사에 들어가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과 사측 노무팀이 가로막았다.

지역원로들을 비롯해 학계, 노동계, 종교계, 정당소속 성원들은 결국 농성현장에서 연좌해 항의서한을 불태우며 비정규직 문제를 끝까지 외면하는 GM대우차를 규탄했다. GM대우 비정규직지회는 내일(16일) 부평역에서 부평공장 정문 앞까지 3보1배를 진행한다. 지역대책위는 오는 18일 오후 3시 정문 앞에서 GM대우차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다.

▲ 황호인,이준삼 조합원이 GM대우 부평공장 아치 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명익기자

■ GM대우 비정규직지회 두 농성조합원의 목소리

민주노총신문 <노동과세계>가 15일 오후 부평공장 정문 위에서 보름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GM대우 비정규직지회 황호인·이준삼 조합원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건강 상태와 마음가짐을 들어봤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들 목소리는 힘차고 강건했다. 온갖 박해에 시달려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지를 세찬 겨울바람도 잠재우지 못했다.

● 황호인 조합원(41세)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방금 점심을 먹고 조금 나아졌다. 뜨거운 국을 먹으니 추위도 좀 덜한 것 같다. 지난번 건강검진 때 급성기관지염과 저체온증 진단을 받았는데 기관지염은 약을 먹어 조금 호전됐다. 아시다시피 날씨가 많이 추워 감기는 계속 달고 있다.

2010년 한 해가 또 가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떻게든 실마리를 풀어보려는 바람으로 올라왔다. 특히 울산 현대차는 법원 판결이 났는데도 대자본에 의해 상황이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2010 국가고용전략’을 내놨다. 비정규직을 더 확산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허용하려는 의도다. GM대우 비정규직지회 투쟁의 일환으로 우리 해고자들이 고공농성을 전개하며 주장하는 것은 해고자 원직복직과 정규직화다.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솔직히 우리 문제가 올해 안에 해결이 안 되면 내년에라도 더 큰 투쟁이 촉발돼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라왔다. 내년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더 나아가 전민중적 차원에서 사회적 법제도 개선이던 악법 폐지던 뭐던 해야 한다.

이번 고공농성투쟁을 진행하면서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종교계, 학계 등을 망라해 연대하며 결합해주고 있다. 3년 째 농성투쟁을 진행해오면서 이번처럼 지역과 연대단위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준 게 처음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엠대우 사장은 우리와 대화 한 번 하려 하지 않는다. 대화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막아놨다. 내일인가 모레부터 지엠대우 사장이 한 달 간 미국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간다고 들었다. 우리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가? 우리를 노동자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추운 것 보다 그게 더 힘들다.“

● 이준삼 조합원(34세) “날씨가 많이 추운 거 말고는 아직 몸은 괜찮다. 비닐로 몸을 덮었다.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 움직임이 많지 않다보니 혈액순환이 안 된다. 좁은 곳이나마 걸어서 왔다갔다해야 돼서 등산화 끈을 꽉 조여 신고 있기 때문에 다리가 부었다.

GM대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올라왔다. 힘들지 않냐고, 춥지 않냐고들 많이 걱정을 한다. 그런거 다 각오하고 올라왔다. 힘들어도 참아야 되지 않겠는가? 버틸 만하다. 버틸 것이다.

빨리 해결돼야 하고 그게 목적인데 회사가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우리 농성자들과 저 아래에 있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그리고 함께 연대해주는 동지들 모두 힘을 모아 끝장을 봐야 한다. 그런 생각이다. 그것이 우리가 강추위를 견디며 싸우는 이유일 것이다. 모두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GM대우차는 비정규직을 썼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당연한 책임을 안지려고 한다. 그들이 원청임을 대법원도 인정했고 온 국민, 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 모두 인정하는 것을 회사만 부정한다. 회사가 그 책임을 인정하면 바로 해결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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